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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 쪽방촌 ‘포용방식 개발’에…주민 “제대로 될까” 시큰둥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역 쪽방촌 모습. [뉴스1]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역 쪽방촌 모습. [뉴스1]

지난 20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 주변. 6번 출구로 나가니 상가와 여관 등이 보였다. ‘월 방 있음’이라고 써진 모텔 간판이 눈에 띄었다. 큰길을 따라 영신로 고가까지 200m 정도 걷는 동안 왼쪽에 개미굴 같은 작은 골목 입구가 몇 개 나타났다.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 한 곳에는 연탄이 쌓여 있었다. 열린 새시 문틈으로 다닥다닥 붙은 방문들이 보였다. 1970년대 성매매 집결지와 여인숙을 중심으로 형성된 영등포 쪽방촌이다.
 

정비계획 발표 뒤 현장에 가보니
김현미 “함께 잘사는 개발” 강조
“외계인처럼 볼텐데 같이 살겠나”
주변 상인들도 “불안하다” 우려

국토교통부·서울시·영등포구는 이날 오전 영등포 쪽방촌을 철거하고 이 일대  1만㎡에 공공임대주택과 주상복합아파트 총 1200호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눈에 띄는 점은 현재 사는 쪽방 주민들에게 보증금을 지원해 현재 월세의 20% 정도만 내고 새로 지은 영구임대주택(370호)에 살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공공임대주택(220호)은 신혼부부 등 젊은 층에 임대하고 주상복합·오피스텔(600호)은  일반 분양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1년 착공해 23년 입주가 목표”라고 말했다.
 
영구임대주택 단지에는 쪽방 주민의 자활·취업을 지원하는 종합복지센터와 무료급식·진료를 해온 교회·급식소·의원 같은 돌봄시설이 함께 들어선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쪽방 주민은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한 임시 거주지에 머무를 수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영등포 쪽방 정비사업은 강제 철거되거나 쫓겨나는 개발이 아니라 포용하며 함께 잘사는 선순환 구조를 가진 따뜻한 개발”이라고 강조했다.
 
봉사자들이 그린 벽화가 눈에 띈다. 국토교통부·서울시·영등포구는 이날 ‘영등포 쪽방촌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최은경 기자

봉사자들이 그린 벽화가 눈에 띈다. 국토교통부·서울시·영등포구는 이날 ‘영등포 쪽방촌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최은경 기자

지원을 받아 새집에 살 수 있다는 소식에도 주민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공동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내용”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현장에서 들어본 목소리와는 거리가 있어 갈등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쪽방촌에서 28년째 살고 있다는 60대 후반 남성은 “얼마나 더 살겠다고 새집은 무슨”이라며 “우리를 외계인으로 취급할 텐데 함께 사는 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며 담배 한 모금을 빨았다.
 
남방·조끼·외투를 겹겹이 껴입고 나타난 최모(61)씨도 “생활 패턴이 안 맞으니 주민들과 또 싸우게 생겼다”며 “높은 건물을 올리면 주변 환경이야 좋아지겠지만 우리는 또 밀려나고 쫓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자활도 돕는다는 기자의 말에 최씨는 “나이가 많든, 장애가 있든, 건강이 안 좋든 다 이유가 있어 일을 그만둔 사람들인데 무슨 일자리를 만들어 주겠느냐”며 불신을 드러냈다.
 
쪽방촌에서 한 평 남짓한 슈퍼를 운영하는 김모(73)씨는 “몇 년 전에도 개발한다고 발표했는데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며 “박 시장이 시장 되기 전 한 번, 시장 당선됐다고 한번 오더니 그 뒤로는 온 적도 없다가 선거 때가 되니까 또 저러는 것”이라고 고개를 돌렸다. 2015년 영등포구가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다 쪽방 주민 이주대책 미비로 중단됐다.
 
쪽방촌 주변 상인들 역시 개발이 필요하다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영등포역 주변에서 3년 정도 가게를 운영한 한 상인(43)은 “주변 상가들까지 갑자기 옮기라고 하면 권리금도 못 받고 나가야 하는 것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영등포구 등은 “토지 소유자에게는 토지 용도와 거래 사례를 고려해 보상할 것이며 영업활동을 하는 분들에게는 영업보상을 하거나 주택단지 내 상가에서 영업을 이어갈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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