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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세무사 밥그릇 싸움에 신규 세무사 등록 '올스톱'

올 1월 1일부터 세무사 등록이 올 스톱됐다.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과 관련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계류 중이어서다. ‘세무 업무는 누가 하나’를 둘러싼 변호사ㆍ세무사 직역 갈등이 세무사 시장 진입문을 틀어막았다.
 

위헌 결정났는데 후속 조치 미비
1월 신규 등록 한 명도 못 받아

기획재정부ㆍ국세청은 지난 1일부터 세무사 등록을 받지 않고 있다. 2018년 4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세무사법 제6조 1항이 효력을 잃은 뒤 세무사 등록 규정에 공백이 생기면서다. 헌재 결정은 “세무사법이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주면서도 (세무소송 등) 변호사 직무를 하는 경우 이외에 세무대리 업무를 일체 수행할 수 없게 하는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헌재는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법적 공백을 우려해 지난해 12월 31일까지 개정안을 마련토록 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국회에 머물러있다.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세무사법 개정안을 의결해 법제사법위원회에 넘겼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가 1개월 이상 실무교육을 이수하면 세무대리 업무(장부작성 대행 및 성실 신고확인 업무 제외)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장부 작성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는 세무대리 업무의 기본인데 개정안은 이 두 가지를 못하게 막는 내용”이라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위헌 소송을 다시 내겠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개업 세무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늘어나는 개업 세무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헌재 결정 이후 세무 업무를 하려던 변호사들은 세무사 등록을 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2003년 12월 개정한 세무사법에 따라 2004년부터 2017년까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1만8150명이 대상이다. 이들은 변호사로서 하는 법률 사무(세무 관련 소송대리, 세무상담 등)는 할 수 있지만, 세무사 등록을 해야만 할 수 있는 기장, 세무신고 대리, 세무조정 업무 등은 할 수 없다.
 
대한변협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주 동안 세무사 등록 신청을 한 변호사는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세무사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세무사 등록을 신청한 세무사도 200명 이상이다. 변호사 박모(38)씨는 “변호사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전면 허용하는 취지의 헌재 결정이 있었는데도 개정안을 마련하지 않아 세무사 등록을 못 했다”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대한변협 회원들이 지난달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세무사법 개정안 반대 시위를 열고 있다. 뉴스1

대한변협 회원들이 지난달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세무사법 개정안 반대 시위를 열고 있다. 뉴스1

이찬희 변협 회장은 “세무 업무를 적정하게 처리하려면 헌법과 민법, 상법 등 관련법에 대한 전문 지식과 법률 해석 능력이 필요하다”며 “법률 사무 전문가인 변호사가 세무사ㆍ회계사보다 뛰어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세무대리 업무에 가장 적합한 직종은 변호사”라고 주장했다. 반면 원경희 세무사회 회장은 “헌재 결정은 변호사에게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주지 않는 것이 위헌이란 취지지, 역으로 변호사가 모든 세무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순수 세무 회계는 회계학에 기초한 내용이라 변호사가 할 수 없다”며 “2018년 이후로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 취득을 금지한 데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원들이 지난해 9월 서울역에서 세무사법 개정안 반대 시위를 열고 있다. 뉴스1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원들이 지난해 9월 서울역에서 세무사법 개정안 반대 시위를 열고 있다. 뉴스1

전문성을 주장의 근거로 앞세웠지만, 본질은 밥그릇 싸움이다. 변호사 업계는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도입하면서 변호사 숫자가 폭증했다. 위헌 소송까지 내며 세무사 시장에 다시 뛰어든 배경이다. 반면 지난해 말 기준 등록한 개업 세무사는 1만3105명이다. 세무사 단체로선 2004~2017년 등록 변호사(1만8150명)가 세무사 시장에 뛰어드는 게 달가울 리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등록 방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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