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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쾌거, 선배들의 100년 시행착오 위에 이뤄져 뿌듯”

한국영화 100년을 돌아보는 평론집 『영화와 시대 정신』 을 펴낸 원로 평론가 김종원(83)씨. [사진 도서출판 작가]

한국영화 100년을 돌아보는 평론집 『영화와 시대 정신』 을 펴낸 원로 평론가 김종원(83)씨. [사진 도서출판 작가]

 
“봉준호 감독이 어려운 일을 해냈죠. 요즘 한국 영화의 약점, 예컨대 지나치게 관객에 영합하려는 상업성을 넘어서 영화 고유의 미학을 자기 언어로 끌어낸 게 ‘기생충’의 (세계적) 성공 요인이라고 봐요.”

한국영화 100년 담은 『영화와 시대정신』
60년째 현역평론가 김종원 글 38편 묶어
"1919년 상영 실사영화 '경성 전시의 경'
한국영화 출발의 또다른 기점 삼아야"

 
1937년생으로 여전히 현역에서 영화 평론을 펼치고 있는 원로 평론가 김종원(83)씨가 ‘기생충’의 아카데미 쾌거에 대해 한 말이다. 최근 그는 한국영화 100년과 평론 60년을 정리하는 책 『영화와 시대정신』(도서출판 작가)을 펴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각종 매체에 기고‧발표한 글 총 38편을 묶었다. 말미에 그가 꼽은 한국영화 100선을 수록했는데 이 중 봉 감독 작품은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기생충’(2019)까지 총 3편이다.
 
‘기생충’은 지난 13일 발표된 제92회 아카데미상 최종 후보에서 작품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김 평론가는 “봉 감독 개인 뿐 아니라 한국영화의 위상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결과”라며 “지난 100년간 선배 영화인들의 역사에다 그들이 시행착오 속에 얻은 교훈이 바탕이 됐다”고 돌아봤다.
 
“예컨대 냉철한 사회비판은 ‘오발탄’의 유현목 감독을 연상시키고, 그러면서도 신상옥 감독(‘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과 같은 상업주의를 놓치지 않죠. 김수용 감독(‘만추’ 등)이 가진 감각에다 이만희 감독(‘여로’ 등)의 연금술을 겸비했다 할까. ‘기생충’도 김기영 감독이 ‘하녀’에서 보여준 가족 간의 관계와 인간의 속물성을 마치 외과의사가 집도하듯 날카롭게 스크린에 옮겼더군요.”
영화 '기생충'. [사진 NEON]

영화 '기생충'. [사진 NEON]

 
이번 책에선 현대 한국영화가 꽃피기까지 뿌리와 줄기를 차근차근 짚었다. 특히 이제는 상식으로 자리 잡은 ‘한국영화의 출발점’에 문제제기했다. 영화계는 지난해 100년을 기념하면서 1919년 10월27일 서울 단성사에서 선을 보인 신파극단 신극좌의 활동사진연쇄극 ‘의리적 구토’를 기점으로 얘기해왔다. 하지만 그는 같은 날 앞서 상영된 실사영화 ‘경성 전시의 경’에 보다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리적 구토’란 게 사실 8막으로 된 연극인데, 그 중 무대에서 실연할 수 없는 야외 활극 장면과 한강철교 같은 배경이 토막 필름으로 쓰였어요. 그런데 같은 날 먼저 상연된 ‘경성 전시의 경’은 요즘 말로 하면 그 자체로 다큐예요. 현대 영화의 시작으로 일컬어지는 프랑스의 루이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과 마찬가지죠. 기록영화에 대한 인식 부족이 한국영화 100년의 출발을 반쪽만 이해하게 하는 거죠.”
 
김 평론가의 자료 조사에 따르면 ‘의리적 구토’는 등장인물이 퇴장하면 무대에 옥양목 스크린이 내려오고 거기에 활동사진(영화)이 비치는 식이었다고 한다. 주가 연극이고 영화는 보조수단이었다는 의미다. 반면 ‘경성 전시의 경’은 남대문 정거장과 한강 철교, 장충단, 청량리, 뚝섬 등 경성 풍경이 10여분 내외의 화면에 독자적으로 담겼다. 촬영 시점 역시 ‘의리적 구토’와 병행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김 평론가는 단성사 사장이자 ‘의리적 구토’와 ‘경성 전시의 경’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했던 제작자 박승필(1875~1932)의 활약에 초점을 맞춰 한국 영화사 100년사를 재구성하자고 제안한다.
이병일 감독의 영화 '시집가는 날'(1956)을 리메이크한 김응천 감독의 1977년작 '시집가는 날'. 앞서 이 감독의 원작은 제4회 아시아영화제에서 특별희극상을 받음으로써 한국영화가 최초로 해외영화제에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중앙포토]

이병일 감독의 영화 '시집가는 날'(1956)을 리메이크한 김응천 감독의 1977년작 '시집가는 날'. 앞서 이 감독의 원작은 제4회 아시아영화제에서 특별희극상을 받음으로써 한국영화가 최초로 해외영화제에 진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중앙포토]

김주희, 김정훈이 주연을 맡은 '시집가는 날'(1977)은 이병일 감독의 동명 1956년작을 리바이벌했다. [중앙포토]

김주희, 김정훈이 주연을 맡은 '시집가는 날'(1977)은 이병일 감독의 동명 1956년작을 리바이벌했다. [중앙포토]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특히 2부 ‘영화작가‧배우론’에선 요즘 시대엔 낯설지만 영화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이들을 조목조목 다뤘다. 1930년대 무성영화에서 발성영화로 넘어가던 시대부터 편집과 녹음을 전문적으로 했던 양주남 감독, 신파조 악극의 극구조를 스크린으로 옮겨와 ‘청춘행로’ ‘두 남매’ 등을 썼던 1950년대 시나리오 작가 박노홍 등이다. 30대 중반부터 노인 역을 맡기 시작, 44년 연기 경력 동안 430여편의 영화에서 조연을 했던 황정순 배우 등도 연기론의 관점에서 다뤄진다. 김지미‧신성일 등 당대 최고 스타의 배우론도 빠질 수 없다. 다만 기존에 발표했던 글을 주제별로 묶는 데 그쳐 전체적인 유기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1959년 월간 종합지 『자유공론』 11월호에 ‘한국 영화평론의 위기와 과제’라는 글로 평론 데뷔한 그는 요즘도 시사회에서 최신 영화를 본다고 한다. 요즘 한국영화의 질적 성장을 반기면서도 “(젊은 영화인들에게) 역사의식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선배들더러 이념적으로 꼴통이다 하는데, 자신들은 어느 날 갑자기 차에서 툭 튀어나온 줄 알아요. 그런가하면 선배들도 성장하는 후배들을 감싸안는 아량이 있어야하는데 뚝 단절된 듯해서 아쉽죠.”
 
그는 원래 1957~59년 월간 『문학예술』 『사상계』 등을 통해 문단에 데뷔한 시인이다. 59년 12월 『시나리오문예』를 통해 영화평론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이듬해 6월 이영일 등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를 발족했다. 1998년부터 2014년까지 청주대 공연영상학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등에서 겸임교수를 지냈다. “요즘에야 인터넷 별점 평이 더 중요한 시대라지만, 돌아보면 난 80년대 이후 10여년간 신문‧잡지 등과 TV 등 매체를 통해 영화리뷰를 하는 ‘저널리즘 비평의 황금기’를 보낸 행운아”라고 했다. 현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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