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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전의 미래를 묻다] 택시보다 요금 싼 ‘에어 택시’ 나온다

하늘길 출퇴근 시대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것은 아주 오래된 인류의 꿈이었다. 천마(天馬) 페가수스, 양탄자를 탄 알라딘, 무협지의 경공술 같은 상상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상상을 현실로 바꾸려는 인간의 노력은 열기구와 비행선을 탄생시켰다. 1903년에는 공기보다 무거운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가 날아올랐다. 그 뒤 항공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1930년대에 영국 런던에서 싱가포르까지 비행기로 가려면 지금 가치로 환산해 1900만원(편도)을 내고서도 8일이 걸렸다고 한다. 지금은 80여만원에 13시간이면 갈 수 있다. 90% 이상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킨 것이다.
 

드론이 가능케 한 도심용 항공기
전 세계 200여 업체 개발 경쟁
2020년대 중반 에어 택시 등장
현대차는 2028년 상용화 계획

그래도 한계가 있다. 비행기는 여전히 먼 데 갈 때나 이용하는 수단이다. 공항까지 열심히 차를 타고 가서 긴 활주로를 통해 날아올라야 한다. 그래서 답답한 출·퇴근길, 꽉 막힌 명절 고속도로·국도에선 이런 상상을 하게 된다. ‘차에서 날개가 솟구쳐 날아오르면 얼마나 좋을까!’
  
헨리 포드가 꿈꿨던 플라잉 카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도심용 항공기 모델들. ① 유럽 에어버스의 ‘바하나’. ② 독일 볼로콥터의 제품 ③ 중국 ‘이항 184’ ④ 현대자동차 ‘S-A1’ ⑤ 항공우주연구원의 오파브 ⑥ 아우디·에어버스의 ‘팝업 넥스트’ ⑦ 우버의 에어 택시 ‘플라잉 카’ [사진 항공우주연구원], [중앙포토]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도심용 항공기 모델들. ① 유럽 에어버스의 ‘바하나’. ② 독일 볼로콥터의 제품 ③ 중국 ‘이항 184’ ④ 현대자동차 ‘S-A1’ ⑤ 항공우주연구원의 오파브 ⑥ 아우디·에어버스의 ‘팝업 넥스트’ ⑦ 우버의 에어 택시 ‘플라잉 카’ [사진 항공우주연구원], [중앙포토]

꿈이 있으면 항상 이를 현실로 만들려는 사람이 있는 법. 자동차왕 헨리 포드는 일찍이 ‘플라잉 카’를 꿈꿨다. 미국의 국민차 ‘포드 T’처럼 ‘국민 비행기’를 내놓겠다는 야심이었다. 1926년 1인승 항공기 ‘포드 플리버(Flivver)’를 선보였고, 이후 개량 모델을 내놨다. 그러나 고장으로 인명 사고가 난 뒤 생산을 접었다.
 
한참 뒤인 90년대 들어 발달한 기술을 바탕으로 다시 플라잉 카 개발이 시작됐다. 그야말로 ‘달리기도 하는 것이 날기도 하는’ 수송 수단이다. 그러나 좀 어정쩡했다. 날개를 단 상태로 도로를 달려야 하고, 무거운 바퀴를 단 채 날아올라야 한다. 활주로가 필요한 건 두말할 나위 없다. 비행기와 자동차의 장점을 모두 갖추긴 했으나 뒤집어보면 도로를 달리는데도, 하늘을 나는데도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뭔가가 잔뜩 있었다. 조종하기도 비행기만큼 어렵다. 이런 것이 얼마 전 상품화돼 나왔다. 시장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최근엔 트렌드가 바뀌었다. 활주로가 필요 없는 ‘전기동력 수직이착륙(eVTOL:electric Vertical Take-off & Landing)’ 개발 쪽으로다. 명실상부하게 도심에서 승객과 화물을 나르는 수단이다.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라 부른다. 드론 기술의 발전이 이를 가능케 했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쉽게 조종할 수 있으며, 프로펠러 같은 추진체가 여럿 달려 한 개쯤 고장나도 추락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전기로 움직이기에 공해나 소음, 운영유지비 문제도 헬리콥터보다 훨씬 덜하다.
 
UAM의 가능성을 처음 보여준 건 중국 업체 이항(億航·EHang)이다. 2016년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사람을 태우고 23분간 날 수 있는 ‘이항 184’를 선보였다. 이후 전기동력 수직이착륙기 개발 업체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17년 말 20여 곳에서 지금은 200여 곳으로 늘었다. 전문 벤처는 물론, 보잉·에어버스 같은 항공기 제조 업체, 아우디·도요타 등 자동차 회사, 인텔·구글 등 정보기술(IT) 업체들도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올해 CES에서도 UAM은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였다. 현대자동차는 “2028년까지 지상 교통과 연계한 도심 항공 서비스를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헬리콥터 업체 벨은 한층 개선된 ‘에어(항공) 택시’ 모델을 전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40년 UAM 시장이 총 1조5000억 달러(17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승객·화물 운송에서 항공기 제조·정비, 그리고 승·하강장 같은 인프라 운용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어마어마한 규모다. 전 세계 유수의 업체들이 UAM에 뛰어드는 이유다. 순항속도 시속 100㎞ 이하인 저속형은 2020년대 초반, 시속 200㎞까지 나오는 고속형은 2020년대 중반 상용화가 개발 업체들의 목표다. 우버는 “2023년 UAM 서비스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늘 그렇듯, 실제 상용화는 목표보다 좀 늦어지지 않을까 한다. 그래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포드가 1926년 개발한 1인승 항공기 ‘포드 플리버(Flivver)’ [사진 위키피디아]

포드가 1926년 개발한 1인승 항공기 ‘포드 플리버(Flivver)’ [사진 위키피디아]

초기에 UAM은 ‘에어 택시’ 형태로 등장할 전망이다. 자가용으로 쓰기엔 안전성 검증이 더 필요해서다. 처음에 에어 택시는 전문 조종사가 특정 지점(승강장)에서 다른 지점(하강장)까지 운행하는 식이 될 것이다. 정류장이 정해져 있고, 여럿이 탄다는 점에서 ‘에어 택시’보다 ‘에어 메트로’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도 있겠다.
 
UAM이 대량생산되면 요금도 적정 수준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우버는 온갖 비용을 분석해 현재 택시보다 싼 에어 택시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적정 규모 시장이 형성되면 에어 택시 구매·운용·유지 비용이 1마일(1.6㎞)당 50센트(약 580원)로 떨어질 것이라는 추산이다. 현재 뉴욕 택시비의 5분의 1이고, 서울 택시비의 절반이 채 안 된다. 그러니 이윤을 붙여도 택시보다 저렴한 요금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에어 택시의 경우 집에서 타는 곳까지, 또 내린 곳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추가 이동이 필요하다. 우버는 이것을 승차공유와 연계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에어 택시엔 일종의 노선 규제가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사고의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추락의 여파로 길 가던 애꿎은 시민까지 날벼락을 맞을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인구 밀집 지역이 아닌 곳을 운행하며 안전성을 검증하게 된다. 우리나라라면 인천공항에서 한강을 따라 도심 근처까지 오는 노선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율비행·관제 기술 뒷받침돼야
 
에어 택시뿐 아니라 자가용까지 가세해 허공을 메울 수 있을까. 그 정도로 UAM이 보급되려면 자율비행 기술의 발전이 필수다. 앞에서 얘기했듯, UAM은 안전을 위해 추진체가 여럿이다. 프로펠러가 여러 개 달린 대형 드론을 떠올리면 된다. 그런 UAM을 조종하려면 상승·하강하고, 가·감속하고, 좌·우회전할 때마다 여러 추진체를 하나하나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일반 시민들이 운전면허 따듯 UAM 면허를 따려면 추진체 조종을 알아서 해 주는 자율비행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다.
 
UAM이 늘어나면 항공관제 체계 역시 발달해야 한다. 지상으로 치면 교통 신호 시스템 같은 것이다. 앞으로 UAM이 보급됨에 따라 비행체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날 것이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그 많은 UAM들을 일일이 관제해야 한다. 이것 역시 드론이 해결의 열쇠다. 드론 택배는 UAM에 앞서 곧 봇물이 터지듯 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많은 택배 드론 사이에 충돌 사고 같은 것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관제하는 것이 필수다. 이미 미국과 유럽은 이런 ‘저고도 관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도 관련 연구개발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다. 완성된 드론 관제 시스템을 UAM용으로 발전시키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국, 2023년까지 도심용 항공기 시제품 개발
우리나라에서도 도심용 항공기(UAM) 관련 국가 프로젝트가 지난해 4월 시동을 걸었다. 정부가 370억원, 민간 78억원 등 총 448억원을 투입해 2023년까지 순항 속도 시속 200㎞를 넘는 전기동력 수직이착륙 항공기 시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다. 사람이 조종할 수도 있고, 조종사 없이도 날 수 있는 1인승 유·무인 겸용 항공기다. 개발에는 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현대차·한화·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국내 중소기업들이 참여한다.
 
2016년에 이미 초보적인 UAM을 선보인 중국 등에 비해 늦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이미 종전의 연구개발을 통해 고속 수직이착륙 무인기의 핵심기술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서다. UAM에 필수인 배터리·모터·전자장비 또한 한국이 강한 분야다. 선진국보다 수십 년 늦은 자동차 제조에서도 한국은 당당히 글로벌 선두 대열에 서지 않았나. 대한민국의 저력을 믿어보자.
◆황창전 단장
어린 시절, 날아다니는 ‘로보트 태권V’를 보면서 항공공학자의 꿈을 키웠다.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항공우주공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항공우주연구원에서 헬리콥터의 성능을 높이고 소음을 줄이는 연구개발을 이끌었다. 현재 항우연 개인항공기사업단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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