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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거 성공해도 부동산 실패하면 꽝…그래서 큰 가중치”

김상조 정책실장 인터뷰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6일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과 관련해 ’타다가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성패를 좌우하는 리트머스시험지는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6일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과 관련해 ’타다가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성패를 좌우하는 리트머스시험지는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소주성 표현 고집할 이유 없지만
기조 자체는 소중한 목표라 생각

친노동 정부지만 친노조는 아니고
친기업 정부지만 친대기업 아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6일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말이다. 정부 정책이 편향적이라는 비판에 맞서 정책의 합리성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그는 “부동산 거래허가제를 도입한다면 일단 법을 고쳐야 하는데, 국회 심의하는 동안 세월 다 지나갈 거고 오히려 그 취지가 왜곡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그런 개혁은 하책 중에 하책”이란 표현까지 썼다. 김 실장과의 인터뷰는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지난 15일 강기정 정무수석이 말한 부동산 매매허가제는 정부 안에서 검토됐던 건가.
“전혀 아니다. 부동산은 청와대 정책실의 가장 중요한 정책이다. 마지막에 어떤 정책을 어느 정도 수위로 하느냐를 결정하는 건 소관 부처와 정책실의 핵심 멤버만 논의한다. 정무수석은 그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다. 지난해 12·16 대책을 마련할 때도 정무수석실은 참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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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집값 많이 뛴 곳은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원상회복의 기준은.
“대통령께서 ‘의지의 표현’이라고 정확하게 답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에 그런 식의 정책 목표를 두는 건 이상하다. 있다 해도 말하면 더 이상한 거다. 언제 기준의 가격으로 원상회복하겠다, 이런 목표는 갖고 있지 않다.”
 
부동산에 정책 목표가 너무 쏠린다. 이유가 있나.
“문재인 정부가 이 순간까지, 그리고 임기 끝까지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가장 큰 가중치를 두는 이유는 첫째, 참여정부 시절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 많은 메시지를 던졌지만 결국 부동산시장을 관리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실패한 정부라는 매도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 어느 언론 인터뷰에서도 얘기했지만 다른 거 다 성공해도 부동산에 실패하면 꽝이다. 둘째, 현재의 정책 목표에 어긋난다. 경실련의 문제 제기도 있었지만 부동산시장의 이례적인 가격 급등은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사회, 공정경제에 역행하는 현상이다. 셋째,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자산 버블은 거시 건전성에 위험요인이다. 선제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국민 경제의 건전성, 안전성이 깨질 수 있다.”
 
공급 측면은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있다.
“(웃으며) 섭섭한 질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급 대책에 소홀하지 않다. 부동산시장의 안정도 장기적으로, 궁극적으로는 수급이고, 공급 대책에 의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 3기 신도시에 30만 호 그리고 그 이외에 추가적인 30만 호 등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서울이 문제니까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가로주택 정비사업과 준공업지대 개발을 통해 대단지는 아니어도 굉장히 속도감 있게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다. 아마 2월에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청와대·정부 부동산TF 주1회 회의
 
정부 내에 부동산 TF가 있나.
“있다. 기재부, 국토부, 금융위원회 등과 청와대 담당 수석비서관이 논의한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한다.”
 
정부가 경제 낙관론만 얘기한다는 비판이 있다.
“평균과 분산 얘기를 좀 해야겠다. 평균은 트렌드를, 분산은 위험을 본다. 둘을 동시에 봐야 올바른 정책을 할 수 있다. 지금 정부는 작년 이맘때에 비해 좀 더 자신감 있는 표현을 많이 쓴다. 평균이 올라가고 있어서다.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 아니냐. 이건 평균 얘기다. 그렇지만 평균이 올라간다고 모든 국민의 삶의 조건이 다 좋아지는 건 아니다. 평균에서 벗어나 있는 취약계층의 고통이 리스크다. 대통령께서 참모들에게 자주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소득주도성장(소주성) 표현을 더 이상 쓰지 않는 건가.
“대통령 신년사에 포용, 혁신, 공정, 그다음에 평화, 이렇게 네 개 콘셉트로 정리를 했다. 표현이 소득주도성장에서 포용으로 바뀌었다. 정치적으로 건전한 토론을 방해한다면 그 워딩(소주성)을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는 것뿐이다. 하지만 기조 자체는 소중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2012년 인터뷰에서 ‘경제민주화는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인정할 수 있는 부분부터 천천히 가자’고 했는데.
“정치는 지지 세력의 더 많은 표를 얻는 게 목표일 거다. 그러기 위해선 지지와 반대의 갈등이 격화되는 길로 갈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경제는 그렇게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부의 찬성을 받고 일부의 반대를 받는 경제정책이라면 성과를 내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국민의 다수가 공감하는 ‘가운데 길’로 가야 한다.”
 
정부 정책 기조가 친노조 편향 아닌가.
“친노동 정부지만 친노조는 아니다. 친기업 정부지만 친대기업은 아니다.”
  
재벌개혁 예정했던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인터뷰 중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과 박승희 논설위원(가운데), 서경호 경제에디터.

인터뷰 중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과 박승희 논설위원(가운데), 서경호 경제에디터.

김상조 하면 재벌 저격수란 별명이 뒤따른다.
“재벌 개혁은 예정했던 방향대로, 그 진도까지 가고 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과 자주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특히 재벌 개혁과 관련해 2년 반 전 대통령선거 때 진보진영에서 뭘 얘기했는지 기억하나.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지주회사 제도 강화, 이 네 가지 정도다. 출총제 부활은 이미 불가능한 얘기다. 순환출자는 과거의 유물이 됐다. 금산분리 문제는 법을 고쳐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글로벌 스탠더드다. 은행업으로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것이 다 감시의 대상이 되는데, 지금 세상에 어느 산업자본이 은행 하겠다고 하겠나. 지난해 말 예산부수법안으로 통과된 세법에서 지주회사에 현물출자된 주식의 과세 특례를 2021년 말 종료하기로 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할 기업은 2년 안에 서둘러야 한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옛날에는 재벌 공화국이라 불렸던 이유가 기업이 불법을 하더라도 공정위, 금융위, 검사, 판사, 심지어 국회까지 오버라이드(override, 결정 바꾸기)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기업인들은 뭔가 잘못하면 공정위, 금융위, 금감원, 국세청, 노동부, 검찰, 법원 등 어딘가에서는 걸린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세상이 바뀐 거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됐지만 하위법령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업계는 얘기한다.
“이미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작업을 시작했다. 데이터 3법이 발효되는 7월 전에 이 작업들을 끝내려 한다.”
 
“블록쌓기식 예산 편성 탈피…이번엔 한 방에 끝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6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불편할 법한 질문을 오히려 정책 홍보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듯했다. 이런 식이다. 그는 2018년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언론 인터뷰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관료를 빌려 경제정책을 폈지만 문재인 정부는 철학과 기조가 체화된 사람으로 경제정책을 펴는 게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 발언의 의미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내가) 그랬나? 우리나라 늘공(직업관료) 정말 유능하고 부지런하다.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늘공 어느 한쪽만으로 어떻게 행정을 하겠나. 어공은 방향을 설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어공과 늘공이 조화되는 행정체계를 만드는 게 성공하는 길 아니겠나.”
 
김 실장은 이 대목에서 행정안전부가 지난주 발표한 ‘정부 조직관리 혁신방안’을 소개했다. 중앙부처에서 실·국장의 업무 범위 내에서 증원 없이 이루어지는 정책관의 기능 개편, 과의 대체 신설, 과 간 정원 조정 등 조직개편은 부처에서 자율적으로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김 실장은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이나 성윤모 산업부 장관 같은 ‘늘공 장관님’들이 ‘거의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혁명적 변화’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올해 512조원에 달하는 수퍼 예산은 재정 규모를 키우다보니 효율성 떨어지는 사업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2020년도 예산 편성은 전통적인 방식과 달랐다고 설명했다. 기존 방식은 예산실 표현에 따르면 ‘블록 쌓기’ 방식이다. 우리나라 중기재정계획의 지출 증가율(5.7%)에서 시작해 예산실에서 각 부처에 1, 2차 가이드라인을 보내면 거기에 맞춰서 부처에서 올린 예산을 하나씩 받아서 쌓아가는 거다. 사업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예산실 입장에서 챙길 수 있지만 큰 사업, 장기 사업, 여러 부처의 협업 사업엔 취약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정책실장에 부임한 그는 7월 중순에 정부가 국회에 보낼 예산안의 파이널 숫자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김 실장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한 방에 끝냈다.”
 
김 실장은 그 덕분에 24조원의 연구개발(R&D) 예산과 소재·부품·장비 예산 특별회계 2조원 편성이 가능했다고 했다. 당연한 재정 건전성 우려에 대해 “경제학자인데 그걸 왜 모르겠나. 9%대의 예산 증가율을 영원히 갖고 갈 수는 없다”고 답했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정부가 경청하고 있고 마음속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만난 사람 = 박승희 논설위원, 서경호 경제에디터 
정리=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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