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풀, 내 마음이 궁금해’ 〈11〉 종묘와 마음챙김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셔놓은 종묘 정전. 종묘~창경궁 녹지축이 복원되면 단순한 문화유산을 넘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성찰하는 명상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배영대 기자
새해 벽두 전쟁 소음, 남남 갈등
‘마음의 거문고’ 줄 새롭게 튜닝을
영원히 권력 휘두를 것 같으면
시간 내서 종묘에 한 번 가보시길
‘서울 그랜드 디자인’ 김석철의 꿈 실현
![보수와 진보 양측 시위대로 뒤덮인 광화문 광장.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001/18/0d9b0170-42ff-4721-ba8d-5cb7de9ab937.jpg)
보수와 진보 양측 시위대로 뒤덮인 광화문 광장. [연합뉴스]
새해 첫 휴일에 서울 종로4가에 있는 종묘를 찾았다. 지난 12월 말 종묘~창경궁 사이의 율곡로 터널이 확대 개통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한번 가보려던 참이었다. 종묘와 창경궁은 본래 하나처럼 연결된 궁이었는데 1931년에 일제가 그 사이에 도로를 내면서 두 개의 섬처럼 갈리게 되었다. 해방 이후 작은 구름다리를 설치함으로써 서로 연결을 시키긴 했지만 옹색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별개였던 것처럼 알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종묘와 창경궁이 제대로 연결되면서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다. 아직은 종묘~창경궁 녹지축 연결 공사가 진행 중이고 현재 개통된 것은 지하 율곡로만이다.
2001년 말 건축가 김석철을 만난 일이 기억난다. 필자가 종묘~창경궁의 녹지축 복원 구상을 처음 접한 것은 그때였다. ‘600년 역사도시’를 강조하면서 서울의 역사성과 환경과 관광자원을 되살리자는 그의 열정적 웅변이 인상적이었다. 김석철의 그랜드 디자인에는 종묘~창경궁 녹지축 복원, 청계천 복원, 광화문 광장 조성 등이 포함되었다. 이 같은 김석철의 구상은 2002년 초 중앙일보에 기획특집으로 연재되었다. 그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이를 공약으로 채택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노무현, 이회창 후보 측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이를 눈여겨본 것은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명박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청계천 복원 사업은 시작되었고, 광화문 광장에 이어 종묘~창경궁 녹지축도 이제 살아나게 되었다. 신문 연재를 위해 김석철을 수시로 만나며 서울의 그랜드 디자인을 함께 꿈꾼 일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종묘~창경궁 연결 공사 현장. 왼쪽 숲이 종묘, 오른쪽 숲이 창경궁.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001/18/43c80830-3c18-453c-9fe6-62014bf57949.jpg)
종묘~창경궁 연결 공사 현장. 왼쪽 숲이 종묘, 오른쪽 숲이 창경궁. [연합뉴스]
가만히 숨을 가다듬고 마음의 거문고를 조율해보자. 거문고 줄이 어떤 상태인가. 팽팽하다고 해서 다 소리가 고운 것은 아니다. 줄이 느슨해선 물론 안 되겠지만 너무 팽팽해도 좋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느슨하지도 않고 팽팽하지도 않은 적당한 조율은 거문고를 통해 경험하는 중도 혹은 중용의 경지라고 할 수 있겠다. ‘거문고 중도’는 마음챙김 명상과 닮아 보인다. 과유불급(過猶不及)도 같이 연상되는 사자성어다. 중도를 중시한 공자의 말이다.
공자의 제자 자공이 또 다른 제자인 자장과 자하를 품평하면서 둘 중에 누가 너 낫냐고 물었다. 공자의 대답은 “자장은 지나치고(過),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不及)”는 것이었다.
자공이 재차 물었다. “자장이 더 낫다는 말씀인지요?”
공자가 답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늘 적당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가 문제가 된다. 때와 상황이 주요한 고려사항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중(時中)’, 즉 상황에 맞는 중도가 필요할 텐데 시중을 알아차리는 훈련이 마음챙김 명상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세상사의 시비는 대개 지나침과 미치지 못함 사이의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좋고, 저것은 나쁘다거나, 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나 등을 놓고 판단을 하는데, 어떤 기준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준을 누가 정하느냐를 놓고 또 갈등이 발생한다. ‘끝없는 갈등’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마음챙김 명상은 영원한 갈등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틱낫한 “전체 현실 껴안는 사람 늘어야”
![틱낫한.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001/18/9212e462-790e-4c12-a8a6-f4d93eb4e707.jpg)
틱낫한. [중앙포토]
틱낫한이 말한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아마 쉽진 않겠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누구나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마음챙김 명상의 관점이다.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으면서 전체 현실을 껴안을 수 있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 틱낫한이 말하는 그 사람은 공자가 말하는 중도를 실천하는 군자를 닮은 것 같다. 마음챙김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 지금 여기에서 나는 군자인가, 소인인가. 어제의 군자라고 해서 오늘도 무조건 군자인 것은 아니다. 군자도 실수를 한다. 어제 소인이었다고 해서 오늘도 소인은 아니다. 변화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즉각 일어날 수 있다. 내가 바뀌어야 사회가 변한다. 내 마음속 전쟁이 사라져야 사회의 전쟁도 사라질 수 있다.
틱낫한이 말했듯이, 정의로운 행동에 기꺼이 뛰어들려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부족한 게 아님을 되새겨 보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가만히 내 마음을 돌이켜 보는 일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내 마음이 지금 어디에 가 있는가. 변화하기 위해선 우선 멈춰야 한다. 멈춤은 변화의 시작이다. 멈춰서 호흡 한 번 크게 해보자. 각자의 마음속에 간직한 악기가 고운 소리를 낼 수 있게 조율해보자.
잠시 멈추고 휴~ 전화벨·신호등은 생활 속 ‘명상 벨’
단 1분 만이라도 하던 일을 멈추고 마음의 주의를 자신의 호흡에 모아보는 것으로도 마음챙김 명상을 시작할 수 있다. 크게 한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그 순간만큼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며 이리저리 방황하던 마음이 그 순간 내 호흡에 모인다. 이런 호흡이 그리 어려운 것일 수는 없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데, 다만 그러한 마음챙김을 지속적으로 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습관에 얽매여 살기 때문이다. 몸의 동작, 감정의 느낌, 생각의 패턴 모두 우리가 의식적으로 주의하지 않으면 습관대로 반응하곤 한다.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보다 더 희망적인 소식은 없을 것이다. 새해에는 내 마음의 습관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전화는 일상생활의 필수품이다. 스마트폰이나 사무실의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동작을 잠시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어 보자. 전화벨이 마음챙김 명상 벨이 될 수 있다. 틱낫한이 권하는 일상의 명상법이다. 거리를 걸을 때 만나는 신호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신호등이 바뀌는 것을 일종의 명상 벨이 울리는 신호로 알고 호흡을 가다듬는 것이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데, 다만 그러한 마음챙김을 지속적으로 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습관에 얽매여 살기 때문이다. 몸의 동작, 감정의 느낌, 생각의 패턴 모두 우리가 의식적으로 주의하지 않으면 습관대로 반응하곤 한다.
다시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보다 더 희망적인 소식은 없을 것이다. 새해에는 내 마음의 습관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전화는 일상생활의 필수품이다. 스마트폰이나 사무실의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동작을 잠시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어 보자. 전화벨이 마음챙김 명상 벨이 될 수 있다. 틱낫한이 권하는 일상의 명상법이다. 거리를 걸을 때 만나는 신호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 신호등이 바뀌는 것을 일종의 명상 벨이 울리는 신호로 알고 호흡을 가다듬는 것이다.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철학박사 balance@joongang.co.kr
※ 이 기사는 중앙콘텐트랩에서 중앙선데이와 월간중앙에 모두 공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