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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의 '北개별관광' 신년사…한미 파열음 커졌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시설물 철거에 대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북한 '개별관광'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17일 오후 서울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현대아산사옥 광고판에 보이는 금강산의 모습. [뉴스1]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시설물 철거에 대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가 북한 '개별관광'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17일 오후 서울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현대아산사옥 광고판에 보이는 금강산의 모습.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북 개별관광 추진을 놓고 한국과 미국 간에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까지 나서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며 정부의 북한 개별관광 추진에 제동을 걸었고, 남한과 손뼉을 마주쳐야 할 북한은 지난해 말 금강산 내 남측 시설물을 올해 2월까지 철거하라는 최후통첩성 대남 통지문을 정부에 보낸 게 뒤늦게 알려졌다. 정부가 미·북 어디에서도 호응을 얻지 못한 개별관광 이슈를 갑자기 꺼내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대북 개별관광 언급 이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잇따라 “개별관광은 유엔 대북 제재와 무관하다”며 적극적으로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미국은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맞서고 있다. 
해리스 대사

해리스 대사

 
해리스 대사는 지난 16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대북 제재 부과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려면 한ㆍ미 워킹그룹을 통해 다루는 것이 낫다”며 정부의 개별관광을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이 14일 “제재 범위 내에서도 남북 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며 “개별관광은 국제 대북 제재에도 저촉되지 않다”고 발언한 지 이틀 만이다. 한ㆍ미 워킹그룹은 남북 협력사업의 제재 이행을 위해 2018년 출범한 양국 실무협의체다.    
 
미 국무부와 백악관에 이어 해리스 대사까지 정부의 독자적인 남북 협력 움직임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자 “내정 간섭 아니냐”며 정치권으로도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해리스 대사의 의견 표명은 좋지만, 우리(한국)가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야 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이냐”고 말했다. 일본계 미국인인 해리스 대사의 출신 배경을 저격한 비판이었다.
 
국내 논란과 별개로 정부는 개별관광 관련 한·미 간 긴밀한 협의가 이뤄질 것이란 입장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관련 협의를 한 데 이어 같은 날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 워싱턴DC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면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의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의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뉴스1]

 
이 본부장은 비건 부장관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 협력사업에 대해 한ㆍ미가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했다”면서도 “이제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관광과 관련된 구체적인 논의 내용을 묻는 질문에도 “아직 말하기 이른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개별관광이 제재에 저촉되지 않아 미국도 충분히 양해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입장만 보면 미국과 상당한 조율과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한·미 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지만 통일부는 이날 개별관광 관련해 한발 더 나간 언급을 내놨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5·24 조치 안에 우리 국민의 북한 방문 금지조항이 포함돼 있는데 개별관광을 하면 이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역대 정부도 국민의 개별 방북 문제에서 계기별로 5ㆍ24 유연화 조치를 취해왔다”며 “개별관광 역시 남북한 민간교류 확대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5ㆍ24 조치가 이전 정부에서도 예외 사례가 생겨 사실상 효력이 사라진 만큼 대북 개별관광에 더이상 걸림돌이 아니라는 취지다. 5ㆍ24 조치는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대응해 개성공단·금강산을 제외하고 방북을 불허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행정조치다.  
정부는 또 현재는 남북교류협력법상 북한 당국의 초청 의사가 담긴 서류가 있어야만 방북을 승인하지만, 앞으론 북한 당국의 비자 발급만으로도 개별관광이 가능토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방북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점을 우려하며 개별관광이 어떤 방식으로 확대될지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대사도 “여행자들이 중국을 통해 들어가는 것인가, 아니면 비무장지대(DMZ)를 통해 들어가는 것인가. (DMZ를 통해 들어간다면) 유엔사가 관여된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인 관광객이 반입하는 짐에 포함된 물건 일부가 제재에 어긋날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 개별관광을 허용할 경우,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전문가들도 “이론 상으로 북한 개별관광은 제재 위반이 아니지만 이행 과정에서 제재 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지난해 10월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지난해 10월 23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해 12월 중순 금강산 남측 시설물을 올해 2월까지 모두 철거하라는 대남 통지문을 보내 최후통첩을 했다. 지난해 11월 시설물 철거 요구 통지문을 보낸 데 이어 두 번째다. 
 
정부가 올해 들어 개별관광을 서둘러 추진하려는 배경엔 북한의 완강한 철거 입장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북한이 실제 금강산 시설 철거에 돌입할 경우 남북관계는 돌이키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이 되는 만큼 개별관광 카드로 상황 관리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과 올해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할 것인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며 “그 문제가 해결돼기 전까지는 한국에게 특별히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민정·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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