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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균 남기고 싶은 이야기] ‘하늘로~ 우주로~’ 별 중의 별 56개가 한데 뭉쳤다

한국 공군 전·현직 참모총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왕근(36대)·윤은기 공군정책발전자문위원장·이한호(28대)·이계훈(31대)·김성일(29대)·이억수(26대)·김은기(30대)·성일환(33대)·최차규(34대)·이광학(24대)·한주석(20대)·원인철(현직·37대)·신영균·김상태(16대)·김홍래(23대)·박춘택(25대). 박정호 기자

한국 공군 전·현직 참모총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왕근(36대)·윤은기 공군정책발전자문위원장·이한호(28대)·이계훈(31대)·김성일(29대)·이억수(26대)·김은기(30대)·성일환(33대)·최차규(34대)·이광학(24대)·한주석(20대)·원인철(현직·37대)·신영균·김상태(16대)·김홍래(23대)·박춘택(25대). 박정호 기자

이틀 전 1월 15일은 한국공군사에 길이 남을 날이다. 1952년 그날, 우리 공군은 평양 동쪽 10㎞ 지점 대동강 지류에 설치된 승호리 철교를 폭파했다. 북한군 대공포가 쏟아지는 중에도 F-51 전투기 고도를 크게 낮추며 날아가 적군의 주요 보급로를 차단했다. 한국군보다 장비가 훨씬 우수한 미 공군도 실패한 임무였다. 한국전쟁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우리 군은 제공권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었다.

빨간 마후라, 후회 없이 살았다 - 제132화(7647)
<18> 우리 시대의 ‘빨간 마후라’들

공군 최고 사령관들과 새해 인사
6·25 70주년 전쟁의 아픔 되새겨
신상옥 감독이 남긴 최고의 선물
내 관에 ‘빨간 마후라’ 넣어 주길

  
영원히 기억될 대동강 승호리 철교 폭격  
 
승호리 전투는 내 인생의 영화 ‘빨간 마후라’(1964)로 다시 태어났다. ‘빨간 마후라’를 뺀 신영균은 생각할 수 없다. 영화에 나오는 ‘산돼지’ 나관중 소령은 두고두고 내 분신이 됐다. 하지만 배우 신영균은 연기자일 뿐이다. 진짜 ‘빨간 마후라’들의 숨은 공적 덕분에 지금도 과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이 시대를 대표하는 ‘빨간 마후라’들과 함께했다. 전·현직 참모총장 14명을 저녁 자리에 초청했다. 지난해 12월 공군 측이 창군 70돌 기념식에 나를 초대한 것에 감사하며 2020년 새해 덕담을 나눴다. 참모총장은 대한민국 공군의 최고 사령관이다. 4성 대장이 14명이나 모였으니 매우 감격스러웠다. 어깨에 붙은 별만 헤아려도 모두 56개, 아흔둘 노배우로서도 깍듯한 예우를 갖췄다.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이다. ‘5인의 해병’(1961) ‘남과 북’(1965) ‘군번 없는 용사’(1966) 등 6·25 영화를 다수 찍었지만 이날 나는 70년 전의 비극을 다시금 떠올렸다. 지금껏 몰랐던 역사적 사실도 새로 알게 됐다. 승호리 폭격만 해도 그렇다. 원인철 현 참모총장(37대)은 “1월 12일에도 두 차례 출격했지만 교량 폭파에 실패했다. 작전을 가다듬어 세 번째 공격에서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나 역시 목숨을 걸고 촬영했지만 실제 전투의 긴장감에는 비교할 수 없으리라.

 
1952년 1월 승호리 철교 폭격에 참가한 김두만 11대 총장(오른쪽)과 원인철 현 총장. [연합뉴스]

1952년 1월 승호리 철교 폭격에 참가한 김두만 11대 총장(오른쪽)과 원인철 현 총장. [연합뉴스]

승호리 첫 폭격 때 참전한 김두만 총장(11대) 얘기도 들었다. “공군의 살아 있는 영웅입니다. 6·25 때 100회 출격 기록을 세웠습니다. 1949년 창군 이후 우리 공군의 발자취를 돌아본 『항공 징비록』도 내셨어요. 오늘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 오시지 못했습니다.”(이계훈 31대 총장) 아쉬움이 컸다. 전설 중의 전설 ‘빨간 마후라’를 꼭 만나고 싶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김 총장은 나보다 한 살 많다고 한다. “반드시 뵐 날이 있겠죠. 어서 쾌차하시길 바랍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영화 ‘빨간 마후라’ 얘기를 이어갔다. “우리 공군을 알린 1등 공신” “단박에 공군의 인기를 높여준 영화” “공군 모두의 가슴에 각인된 작품” 등 상찬이 잇따랐다. 하지만 솔직히 그건 나만의 공이 아니다. 신상옥 감독과 배우 최은희·최무룡·이대엽 등 먼저 세상을 떠난 영화인에게 돌아가야 할 헌사다. 김성일 29대 총장이 신상옥 감독 얘기를 꺼냈다.

 
▶김 총장=2006년 타계 당시 제가 현역 참모총장이었어요. 신영균 선생님이 장례위원장을 맡았습니다. 그때 부탁하신 것 기억하세요. 신 감독 발인 때 ‘빨간 마후라’를 연주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나=예, 정말 고마웠습니다.

 
▶김 총장=공군 의장대·군악대가 신 감독의 마지막 순간을 지켰습니다.

 
신 감독과 이별한 지 벌써 14년, 세월의 무상함을 절감한다. 내가 조심스럽게 “제가 묻힐 때도 ‘빨간 마후라’를 연주해 줄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원인철 현 총장이 재치 있게 대답했다. “제 후임에 후임, 또 그 후임에 후임 총장에게 부탁할 일 아닌가요.”(웃음)

  
영화 주제가 합창하며 영공 수호 뜻 모아

 
승호리 철교 폭파 작전을 재현한 그림.

승호리 철교 폭파 작전을 재현한 그림.

이날 또 다른 소망이 생겼다.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하며 “남은 것 다 베풀고 가겠다. 나중에 내 관 속에 성경책 하나 함께 묻어주면 된다”고 했는데 “성경책과 함께 빨간 마후라도 관에 넣어달라”고 동행한 아들과 딸에게 부탁했다. 우리 영공을 지켜온 보라매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뜻에서다. 아들이 “예”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빨간 마후라’ 말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25대 박춘택 총장이 궁금증을 풀어줬다. “초대 김정렬 총장의 동생 김영환 장군을 아시나요. 6·25 때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지켜낸 분입니다. 그분이 초급장교 시절 강릉 형님댁에서 발견한 빨간 천을 목에 둘러본 모양입니다. 멋있어 보여 계속 찼는데, 그게 시작이 됐다고 합니다. 적진에 떨어졌을 때 구조 신호용으로도 딱 맞고요. 미 공군에도 없는 상징물입니다.”

 
이날 모임에선 공군 슬로건 ‘하늘로~ 우주로~’가 십여 차례 울려 퍼졌다. 나도 약속을 하나 했다. “지난해 공군 70주년 행사에서 기량이 뛰어난 전투 조종사에게 특별상을 처음 줬는데, 앞으로도 매년 ‘빨간 마후라’ 특별상을 시상하겠다”고 말했다. 그게 우리 하늘을 수호하는 후배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 같았다. 그리고 ‘공군가’처럼 불리는 영화 주제가를 선창했다. 참모총장 14명 모두 따라 불렀다.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 하늘의 사나이는 빨간 마후라. (중략) 아가씨야 내 마음 믿지 말아라. 번개처럼 지나갈 청춘이란다.’

 
30대 김은기 총장이 한마디 곁들였다. “대한민국 군가 중 유일하게 아가씨가 들어간 노래입니다. 덕분에 아가씨들 사이에 공군의 인기가 한층 높아졌죠. 영화 속 조종사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여인을 사랑하는 사나이 중 사나이 아닙니까.” (웃음)

 
정리=박정호 논설위원,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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