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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올랐는데 행복지수 곤두박질…왜 그런걸까

기자
윤경재 사진 윤경재

[더,오래] 윤경재의 나도 시인(52)

우면산 정상 근처에 돌로 쌓은 소망탑이 있어 소원을 적은 종이를 돌 틈과 새끼줄에 껴 넣고 기원하며 탑돌이를 한다. [사진 윤경재]

우면산 정상 근처에 돌로 쌓은 소망탑이 있어 소원을 적은 종이를 돌 틈과 새끼줄에 껴 넣고 기원하며 탑돌이를 한다. [사진 윤경재]

 
돌 위에 돌
 
홀로 선 돌무더기
철부지 깨금발로
숫 마음 하나 더
 
탑돌이 달맞이랑
범종소리 해돋이랑
 
듣기로
사랑은 둥근 모서리
 
너나들이 솟았네
  
해설
매년 정월 초하루가 되면 많은 사람이 해돋이를 맞으러 바다와 산으로 나간다. 정동진에는 고속도로가 미어질 정도로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린다. 굳이 동해안으로 멀리 나가지 않아도 찾아보면 자기가 사는 근처에 해돋이 명소가 많다. 서울엔 아차산과 남한산성이 해돋이 명소로 유명하다. 새해 첫날 소망을 빌러 시민들이 아주 많이 찾는다. 올해엔 대통령 일행도 해돋이를 맞으러 아차산을 찾았단다.
 
한강을 끼고 솟아오른 아차산은 시야가 확 터져 있다. 고도가 그리 높지 않아도 수십 킬로미터까지 가로막는 게 없다. 해돋이를 보는데 그만이다. 더욱이 새벽엔 한강에서 피어오른 물안개가 자욱하게 낀다. 그러면 도시가 온통 두꺼운 솜이불을 덮고 이슥하게 잠든 것처럼 보인다. 눈을 돌려보면 솜이불 위로 삐죽삐죽 솟아오른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붉은 해는 예봉산, 운길산과 팔당댐 방향에서 힘차게 솟아올라 검단산, 남한산 쪽으로 방향을 튼다. 남한산성에서는 연주봉 옹성이 꼬리처럼 삐죽 나와 시야를 가리는 게 없어서 해돋이 전망이 아주 좋다.
 
한강을 끼고 솟아오른 아차산은 시야가 확 터져 있다. 더욱이 새벽엔 한강에서 피어오른 물안개가 자욱해 도시가 온통 두꺼운 솜이불을 덮고 이슥하게 잠든 것처럼 보인다.

한강을 끼고 솟아오른 아차산은 시야가 확 터져 있다. 더욱이 새벽엔 한강에서 피어오른 물안개가 자욱해 도시가 온통 두꺼운 솜이불을 덮고 이슥하게 잠든 것처럼 보인다.

 
서울 남쪽에 있는 우면산도 많은 사람이 찾는 해맞이 명소다. 특히 정상 근처에 돌로 쌓은 소망탑이 있어 소원을 적은 종이를 돌 틈과 새끼줄에 껴 넣고 기원하며 탑돌이를 한다.
 
우면산은 서울에 있으면서도 남북이 대치하는 분단 상황을 뼈저리도록 느끼게 만드는 서글픈 장소이다. 산 정상에는 미사일로 서울 하늘을 지키는 공군부대가 자리 잡아 날카로운 철조망이 곳곳에 쳐있다. 출입을 제한하는 경고문 표현도 섬뜩하다. 그래서 부득이 소망탑을 주봉이 아닌 등산 길목에 세웠다. 처음 돌탑을 쌓기 시작한 사람도 개인적인 열망이 아니라 평화와 남북통일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돌 위에 돌을 하나씩 올려놓았다고 한다. 짐작컨대 요새는 개인적인 갈망을 바라는 글귀를 넣은 쪽지가 많을 것 같다.
 
우면산 소망탑은 달맞이하는데도 그만이다. 번화한 서울의 가로가 품에 안길 듯 가까이 보이고, 가로등 불이 사금파리처럼 빛난다. 오르기 쉽고 서울을 내려다보는 조망이 좋아 데이트 코스로도 추천할 만하다. 산 아래에 예술의 전당이 자리 잡아 음악회와 미술전람회를 겸한 느긋한 데이트라면 금상첨화겠다. 편한 복장과 운동화를 챙겨 신고 길을 나서면 등산 초보자라도 어렵지 않게 산행의 맛을 느낄 수 있다.
 
1930년대에 활동하던 김광균 시인은 밤하늘을 물들이는 가로등을 지켜보면서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있다’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차단-한’은 차디차다는 말이다. 본래 사전에 없는 말인데 시인이 창조한 단어이다. 일제 강점기를 어렵게 살았던 시인의 마음이 담긴 시정이며 시적 단어이다. 그럼 2020년을 맞은 우리는 어떤 시를 써야 하나.
 
경제사학자 이스털린은 1인당 GDP가 1만5천 달라 때 변곡점이 온다고 말한다. 수입이 증가할수록 행복도 커지지만 변곡점 이후에는 돈이 아니라 다른 면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 Pixabay]

경제사학자 이스털린은 1인당 GDP가 1만5천 달라 때 변곡점이 온다고 말한다. 수입이 증가할수록 행복도 커지지만 변곡점 이후에는 돈이 아니라 다른 면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 Pixabay]

 
1인당 GDP가 세계 28위에 오른 우리는 그만큼 행복할까. 인구가 어느 정도 되는 국가만 따지면 10위 이내이다. 그러나 교통사고와 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소식에 얼굴이 화끈거린다. 심지어 출산율이 세계 최저라는 데에 가서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국민행복도 조사에서 세계 58위라는 실상이 피부에 와 닿는다. 돈을 번만큼 행복하지 않다는 뜻이다. 부족한 일자리, 과도한 경쟁, 긴 노동시간, 공동체의식 결여, 국가에 대한 불신, 집단 이기주의 성향, 조급한 성격 등이 결합된 결과로 보인다.
 
도시화와 경제가 발전해도 행복지수가 비례해서 높아지지 않는다는 원리를 ‘이스털린의 역설’이라고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결국은 개개인의 만족과 행복이다. 전통경제학에서는 돈이 많아질수록 더 행복할 것이라 가정했다. 돈을 버는 이유가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고 삶이 더 윤택해지리라는 희망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사학자 이스털린은 1인당 GDP가 1만5천 달라 때 변곡점이 온다고 말한다. 그 전까지는 수입이 증가할수록 행복도 커진다. 그 이후에는 돈이 아니라 다른 면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은 왜 돈에 비례하지 않을까.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기회비용이라 한다. 이탈리아 사회경제학자 브루니 교수는 이런 이치를 ‘관계재’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관계재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관계를 맺을 때 생기는 이점 또는 재화를 말한다. 즉, 사랑과 우정이 관계재이다. 관계재는 혼자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다. 누군가에게 시간과 마음을 써야 관계재가 발생한다.
 
일에서 성공하고 고소득을 누리며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야 할 시간을 줄여야 한다. 바빠서 만나지 못할 수도 있으며 관계 맺기를 일부러 소홀히 할 수도 있다. 브루노 교수는 “소득을 위해 시장에 참여하는 시간이 증가할수록 관계재의 생산은 줄어든다. 상품재와 관계재는 일정 부분 대체재 성격이 있다.”고 설명한다.
 
관계재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관계를 맺을 때 생기는 이점 또는 재화를 말한다. 혼자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으며, 누군가에게 시간과 마음을 써야 관계재가 발생한다. [사진 Pixabay]

관계재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관계를 맺을 때 생기는 이점 또는 재화를 말한다. 혼자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으며, 누군가에게 시간과 마음을 써야 관계재가 발생한다. [사진 Pixabay]

 
우리도 이스털린의 역설에서 벗어나려면 소득증가와 함께 관계재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목표를 수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
 
사랑과 우정이라는 관계재를 증가시키려면 우선 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듣기로’ 하는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 나만의 목소리를 주장해서는 절대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아무리 못마땅해도 그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 그의 말과 논리를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심지어 돌과 같은 무생물의 목소리라도.  
 
‘너나들이’는 ‘서로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허물없이 말을 건네거나 그런 사이’를 말한다. 21세기 우리나라 사람에게 필요한 정서는 차디찬 마음에 멍든 가슴이 아니다. 너나들이해도 골내지 않으며 남녀노소가 마음을 터놓고 말을 섞을 수 있는 관계를 맺는 데 있겠다.
 
관계재는 경제적 이익이 없는 소공동체모임이나 파티를 많이 가져야 증가한다. 소공동체모임에는 몇 개의 원칙이 있다. 뒷담화하지 말기와 자랑질하지 말기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뒷담화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라 말했다. 또 반말 사용금지이다. 나이어린 학생에게도. 반말은 친근한 말본새가 아니다. 자신의 무뢰를 나타낼 뿐이다.
 
하나 더 바라자면 누구나 시조 한 수쯤 읊고 추임새를 넣을 수 있는 소양을 갖추었으면 좋겠다.
 
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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