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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도 걸어봤을까? 하와이의 아찔한 벼랑길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는 기막힌 하이킹 코스가 많다. 누알롤로 트레일은 종착지에 이르면 나팔리 코스트의 절경이 펼쳐진다. 최승표 기자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는 기막힌 하이킹 코스가 많다. 누알롤로 트레일은 종착지에 이르면 나팔리 코스트의 절경이 펼쳐진다. 최승표 기자

하와이를 걷고 왔다. 쉬러 가는 휴양지에서, 굳이 왜? 배우 하정우는 『걷는 사람, 하정우』에서 “하와이의 기후와 온도를 온몸으로 느끼며 걸으면, 지금 살아있다는 감각이 온전하게 느껴진다”고 썼다. 그렇다. 하정우가 극찬한대로 하와이는 걷기 천국이다. 가벼운 산책만이 아니다. 원시 자연을 온몸으로 누비는 하이킹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호놀룰루 북쪽에 있는 섬 ‘카우아이’에 기막힌 코스가 많다. 직접 가보니 머릿속 하와이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그랜드 캐니언 같은 협곡이 있는가 하면 당장 공룡이 튀어나올 것 같은 정글, 아찔한 해안 절벽도 있었다. 
 

정원처럼 싱그러운 섬 

하와이는 태평양 한가운데 화산이 분화해 솟은 군도다. 약 500만 년 전, 8개 유인도 중 가장 먼저 카우아이 섬이 태어났다. 나이 때문일까. 다른 섬과 생김새가 영 딴판이다. 깊게 팬 협곡과 주름진 해안 절벽이 있는가 하면 초록빛 정글이 섬 전체를 뒤덮고 있다. 이 모든 풍광을 가장 쉽게 감상하는 방법은 헬기를 타는 거다. 카우아이에 도착하자마자 헬기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았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 나온 폭포, 태평양의 그랜드 캐니언으로 불리는 와이메아 캐니언, 17㎞ 길이의 주름진 해안절벽 나팔리 코스트는 과연 기막힌 풍광이었다.
 
카우아이의 상징인 '와이메아 캐니언'. 애리조나에 있는 그랜드 캐니언보다 규모는 작아도 색깔은 훨씬 화려하다. 최승표 기자

카우아이의 상징인 '와이메아 캐니언'. 애리조나에 있는 그랜드 캐니언보다 규모는 작아도 색깔은 훨씬 화려하다. 최승표 기자

드라마틱한 해안 절벽이 17km 이어진 나팔리 코스트. 헬리콥터를 타거나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야만 이 절경을 볼 수 있다. 최승표 기자

드라마틱한 해안 절벽이 17km 이어진 나팔리 코스트. 헬리콥터를 타거나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야만 이 절경을 볼 수 있다. 최승표 기자

그러나 아쉬웠다. 협곡과 해안절벽을 걸으며 태곳적 풍경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한국에서 일찌감치 가이드와 함께하는 하이킹을 예약했다. 하이킹 업체가 ‘누아롤로(Nualolo) 트레일’을 추천했다. 트레일 왕복 길이는 13㎞, 표고 차는 800m이고 하루짜리 코스 중에는 최고난도라는 안내와 ‘안전 동의서’에 서명하라는 e메일을 받았다.
 
참고로 나팔리 코스트에 바투 붙어 걷는 길도 있다.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길로 꼽히는 ‘칼랄라우 트레일’이다. 1박 2일간 텐트까지 짊어지고 왕복 36㎞를 걸어야 한다. 미리 캠핑 허가도 받아야 한다. 한데 정작 절벽 아래를 걷는 탓에 전망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누아롤로 트레일을 걷기로 했다.
 

절벽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다

디데이. 오전 8시, 가이드 제레미아를 만나 트레일이 시작되는 코케에 주립공원으로 이동했다. 한국은 국토 70% 이상이 산이고 등산 경험도 적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호기를 부렸다. 제레미아는 “한국인을 안내하는 건 처음”이라며 “가파른 벼랑을 걸어야 하고 길도 미끄러우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지인 중에도 이 트레일을 걸어본 이가 드물다는 말을 들으니 내심 겁이 났다. 
 
누알롤로 트레일 중반까지는 짙은 초록빛 원시림이다. 어른 키만한 생강나무가 특히 많다. 최승표 기자

누알롤로 트레일 중반까지는 짙은 초록빛 원시림이다. 어른 키만한 생강나무가 특히 많다. 최승표 기자

트레일 초입, 신발 끈을 단단히 조인 뒤 컴컴한 숲으로 들어갔다. 우람한 유칼립투스와 기타 원목으로 쓰인다는 코아 나무가 하늘을 완전히 가렸다. 야생 산딸기와 구아바는 보일 때마다 따먹었다. 제레미아는 멸종 위기종 오히아 나무와 환경을 헤치는 외래식물을 볼 때마다 설명했다. 처음 30분은 완만했다. 어른 키보다 큰 생강나무 숲을 헤쳐야 할 때는 힘들었다. 사람 한 명 간신히 걷는 길 안쪽으로 무척 억센 이파리가 웃자라 있었다. 옷이 진흙 범벅이 됐다.

산에서 채취한 덕다리버섯. 제레미아는 이날 저녁 집에서 볶아 먹겠다고 했는데 맛이 닭고기와 비슷하단다. 그래서 버섯의 별명도 '닭 버섯', '숲의 닭'이다. 최승표 기자

산에서 채취한 덕다리버섯. 제레미아는 이날 저녁 집에서 볶아 먹겠다고 했는데 맛이 닭고기와 비슷하단다. 그래서 버섯의 별명도 '닭 버섯', '숲의 닭'이다. 최승표 기자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바다가 보였다. 멀찍이 니하우 섬도 보였다. 오르막 내리막길이 반복됐다. 스틱을 힘껏 찍으며 걷다 보니 시야가 완전히 트인 산등성이에 다다랐다. 여기서부터 오른쪽에 천 길 낭떠러지를 두고 조심조심 걸었다. 3시간 만에 트레일 종착지에 닿았다. 바위에 주저앉아 북쪽 나팔리 코스트를 감상했다. 제레미아는 “이 풍경 하나를 보려고 누알롤로 트레일을 걷는다”고 말했다. 챙겨온 샌드위치를 먹었다. 하와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식사시간이었다.
누알롤로 트레일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옆에 낭떠러지를 두고 걷는 벼랑길이다. 최승표 기자

누알롤로 트레일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옆에 낭떠러지를 두고 걷는 벼랑길이다. 최승표 기자

 
걸어온 길을 되밟아 돌아왔다. 체력이 떨어진 데다 오르막이 많아서 허벅지가 후들거렸다. 앞선 제레미아와 계속 간격이 벌어졌다. 그래도 무사히 하이킹을 마쳤다. 정확히 6시간을 걸었다. 자동차 아이스박스에 있던 파인애플과 스타프룻을 먹었다. 눈이 번쩍 뜨였다.
하이킹을 마치고 나니 등산화와 바지가 진흙 범벅이 됐다. 웬만하면 긴바지를 입는 게 좋겠다. 최승표 기자

하이킹을 마치고 나니 등산화와 바지가 진흙 범벅이 됐다. 웬만하면 긴바지를 입는 게 좋겠다. 최승표 기자

여행정보
 한국에서 카우아이를 가려면 호놀룰루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인천~호놀룰루 8시간, 호놀룰루~리후에(카우아이) 40분 소요. 카우아이의 1월 기온은 20~25도. 하이킹은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가이드와 함께하는 게 안전하다. ‘카우아이 하이킹 투어’ 같은 업체를 이용하면 된다. 누알롤로 트레일 580달러(약 66만원).
카우아이(미국)=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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