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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부동산발 ‘고난의 행군’ 시작되나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원상회복’을 말했는데, 곱씹을수록 심상치 않다. 지금까지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8·2 대책이나 9·13 대책은 말 그대로 대책이었다. 집값이 더 오르는 걸 막겠다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아예 집값을 떨어뜨리겠다고 했다. 신년사에선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전쟁’ ‘원상회복’이란 단어엔 섬뜩한 살기가 흐른다. 여기엔 정치공학적 냄새가 배어 있다.
 

강남 아파트 콕 찍어 ‘원상회복’
현실에선 불가능하겠지만
정치 논리로 밀어붙일 땐 재앙

우선 강남 아파트를 정조준했다. 대통령은 “집값이 급등한 일부 지역”을 콕 찍었다. 서울 집값은 이 정부 출범 후 13.5% 올랐다(국민은행 집계). 지방 집값은 되레 하락했다. 반면 강남 아파트값은 50% 넘게 올랐다. 22억원이던 반포 아크로리버파크(84㎡·상한가 시세 기준)는 34억원으로 54% 폭등했다. 시기도 공교롭다. 총선이 코앞이다. 좌파 정부는 부동산=정치로 보는 경향이 짙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부동산은 정치”라며 “집을 가진 사람은 보수적인 투표 성향을 보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부동산은 끝났다』)고 했다. 강남과의 전쟁을 1% 보수 표를 잃고, 99% 진보 표를 얻는 정치 행위로 본다는 의미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편 가르기다.
 
시장에선 반신반의다. 갈 곳 잃은 뭉칫돈 1500조원이 호시탐탐 부동산을 노리고 있다. 올해 풀릴 토지보상금만 약 45조원이다. 총선을 앞둔 각종 개발 공약과 금리 인하 가능성도 변수다. 수급도 원활하지 않다. 경제 논리로 보면 원상회복은커녕 현상 유지도 쉽지 않다.
 
하지만 정치 논리가 개입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 없다지만, 실상은 반대다. 정부 이기는 시장은 없다. 시장을 완전히 무시하기로 작정하면 정부가 가진 수단은 무궁무진하다. 강남 불패를 단숨에 강남 필패로 만들 수 있다. 청와대는 “필요하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돈줄 죄고, 출구 막고, 자금 출처를 일일이 캐내고 주택거래 허가제까지 밀어붙이면 제아무리 강남 부자인들 견딜 수 없다. 4%의 종합부동산세는 25년이면 집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날아가게 할 것이다.
 
“버티면 된다”는 강남 불패 신화도 깨질 것이다. 강남 불패는 우파 정부가 들어서면 규제를 풀어줄 것이란 믿음에서 만들어졌다. 앞으론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선 정권 교체의 가능성이 희박하다. 설령 정권이 교체된들, 규제 완화는 기대난망이다. 선례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집권했지만, 못 없앴다.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부세야말로 다수를 앞세운 질투의 경제학”이라며 총대를 멨지만 소용없었다. 여당부터 ‘민심 이반’을 이유로 반대했다. 그 후 10년, 양극화는 더 커졌고 강남 아파트에 대한 증오의 포퓰리즘은 더 심해졌다. 게다가 정부 내 완충장치도 없다. 노무현 정부 땐 이헌재 경제부총리 등 정통 경제 관료들이 시장 충격을 고려해 신중론을 폈다. 지금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신중론은커녕 ‘부자=대출 금지’ 같은 반시장 정책에 앞장서고 있다. 시장이 망가지든, 아예 사라지든 개의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만약 대통령 말이 현실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없는 사람부터 거리로 내몰릴 것이다. 강남 아파트는 주식으로 치면 초우량주다. 오를 땐 가장 먼저 많이 오르고, 떨어질 땐 가장 늦게 적게 떨어진다. 강남 아파트값이 40% 넘게 떨어지려면 그 전에 강북 연립과 지방 집값은 더 심하게 곤두박질할 것이다. 주택시장은 빙하기에 잠기고 시민은 이사할 자유를 잃게 될 것이다. 역시 선례가 있다. 노무현 정부 때 급등한 아파트값이 2008년부터 급락하면서 5~6년간 거래가 거의 끊겼다. 이번 혹한기는 훨씬 오래갈 수 있다. 정권의 고집과 집착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뜩이나 심상찮은 디플레이션 조짐까지 합해지면 충격은 상상 불가일 것이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에 부동산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지금 탈출하라.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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