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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의 시선] 중도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보수

박승희 논설위원

박승희 논설위원

4월 총선이 90일 남았다. 정치 시장은 여당·야당·중도 소비자로 정비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주목받는 건 중도성향 유권자들이다. 선거에서 결정력은 늘 중도에 있다. 목소리가 큰 건 진영의 양 끝자락에 있는 사람들이나 팽팽한 승부에서 판세를 결정해온 사람들은 중도 유권자들이었다.
 

조국 논란 속 한때 한국당 지지
보수통합 낡은 논쟁에 중도 이탈
통합은 1+1=1의 희생·양보 정치

지금 중도 민심은 흔들리고 있다. 한국갤럽의 최근 4개월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스스로를 중도성향이라고 밝힌 사람들의 답변에 진폭이 크다. 특히 자유한국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복잡하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매달 둘째주 조사만 비교) 중도라고 답한 사람들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23→20→16→13%로 변했다. 지난해 7월 13%였던 중도의 한국당 지지율은 조국 논란이 불거지면서 석 달 만인 10월에 23%까지 올랐다. 그게 올 1월 도로 13%가 됐다. 빠져나간 한국당 지지율은 어디로 갔을까.
 
같은 기간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율은 24→28→22→34%로 변했다. 공교롭게도 한국당에서 빠진 그 10%만큼 올 1월 무당층이 늘었다. 여론조사에서 굳이 스스로를 중도성향이라고 한 사람들, 그 중에서도 지지정당이 없다고 한 무당층은 대개 야당 지지 성향이다. 그래서 무당층은 옮겨갈 구실만 생긴다면 야당으로 쏠릴 수 있다. 야당 돌풍이 불었던 2·12총선 등은 중도성향 무당층이 쏠린 결과다. 그런 만큼 총선을 석 달 앞둔 지금 중도성향 무당층이 늘어난다는 건 한국당에게는 위험한 적신호다.
 
집권 3, 4년차 선거는 야당에게 유리하다. 정권심판론이 주메뉴라서다. 극성 지지층을 빼곤 대통령을 뽑아준 사람들의 마음은 유효기간이 길지 않다. 3년이라는 시간을 버티지 못한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커지기 시작한다. 경제 성적표에 실망하고, 인사 정책에 실망한다. 대통령 주변 사람들의 일탈도 점점 늘어난다. 이런 실망과 일탈에 중도성향 유권자들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점점 정권심판론에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이 정권심판론은 대안을 찾아야 현실화된다. 그 대안이 야당이다. 정권 초반과 달리 중반에 치러지는 총선엔 그래서 야당 바람이 불곤 했다.
 
올해도 정치시장의 환경은 비슷하다. 취임사에서 통합을 말했던 대통령이 통합의 정치를 외면하면서 중도의 실망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8월 시작된 조국 논란은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구실을 더 늘려 주었다.
 
문제는 대체재이어야 할 야당의 질(質)이다. 중도 유권자들은 한국당의 부실에도 고개를 돌리고 있다. 새해 들어 보수통합론이 분출하면서 이 실망은 증폭되고 있다. 청산된 줄 알았던 친박·비박 논란이 재연되는가 하면 탄핵을 둘러싼 재평가 논쟁까지 일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하는 정당 간 통합은 ‘1 더하기 1은 1’의 정치다. 통합은 역설적으로 감축의 정치다. 두 명이 각자 출마하려던 걸 한 명으로 줄이는 정치 게임이다. 당연히 양보가 있어야 하고, 희생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성공한 통합에는 감동이 뒤따른다. 감동은 드라마를 만들고 드라마는 바람이 된다. 뿐만이 아니다. 통합론은 혼자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을 때 등장하는 만큼 협상의 기술이 정교해야 한다. 3당 통합이 그랬고, DJP연합이 그랬고,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그랬다.
 
여의도에서 논의되고 있는 보수의 통합은 이 공식을 충족시키고 있는가. 중도의 이탈은 그렇지 않다는 판정이다. 보수통합론이 모양을 갖춰가면서 한국당 주변에선 중도성향 유권자들이 진저리치는 3년 전의 논쟁을 다시 끌어들이고 있다. 양보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고, 희생도 보이지 않는다. 정권심판론은 야당에겐 동전의 양면이다. 3년 전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을 선택하지 않은 표들은 정권심판론 만큼의 잣대로 2020년의 자유한국당을 또 외면할 수 있다.  
 
조국 논란은 야당 지지층을 흥분시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당에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낙관론이 조금이라도 번지면서 낡고 우중충한 목소리들이 다시 커지고 있다. 잊혀졌던 욕심들도 등장하고 있다. 그 욕심을 경력이 일천한 지도부는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명분으로 무장해야 할 통합론엔 정책과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반대하는 사람 다 모여라는 식의 통합론으론 입맛이 까다로운 중도 표를 모을 수 없다. 정당은 이념으로 뭉쳐야 하지만 선거라는 시장에서 중도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중도를 잡는 정치는 비전과 감동이어야 한다. 
 
박승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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