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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 논설위원이 간다] “탱크병 18개월 공들여 키우면 곧 제대…북한은 15년 복무”

인구절벽 암초만난 국방개혁, 해법은 없나

‘국방개혁 2.0’ 계획에 따라 추진중인 육군 27사단 해체를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사단 주둔지인 강원도 화천군 사창리 거리에 걸려 있다. 오종택 기자

‘국방개혁 2.0’ 계획에 따라 추진중인 육군 27사단 해체를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사단 주둔지인 강원도 화천군 사창리 거리에 걸려 있다. 오종택 기자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는 ‘이기자 부대’란 별칭으로 알려진 27사단의 거점 지역이다. 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하는 작은 상권이 면사무소와 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이 상권이 곧 무너질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하다. 2022년 27사단 해체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북한군 120만명에 맞서려면
최소한 50만명은 유지해야 한다
18개월 복무기간 단축 때문에
이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군인들을 상대로 잡화상을 운영 중인 상인은 “지난 연말 일부 예하부대의 이동 배치가 시작됐다”며 “손님이 갈수록 줄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 곳곳에는 “27사단 해체 결사반대”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위기감은 30분 거리의 화천읍도 마찬가지였다. 주민들은 “화천군 경제의 기반이 뿌리째 흔들릴 판”이라며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상경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선국 대책위 사무국장은 “화천 주민들이 군사보호지역에 묶여 재산권 손실 등을 감수하며 군부대와 공생해왔다”며 “이제 와서 아무런 대책 없이 하루 아침에 나간다고 하니 주민들의 배신감이 크다”고 말했다.
 
사단 깃발이 내려가고 ‘○○부대’란 칭호가 역사의 유물로 사라지는 건 27사단만의 일이 아니다. ‘노도부대’라 불린 양구 2사단은 지난달 해체식을 가졌다. 정예 기갑부대로 이름을 날렸던 양평의 20기계화사단도 마찬가지 운명을 걸었다. 국방개혁 2.0에 따라 모두 6개 사단이 이미 해체됐거나 사라질 예정이다. 그 기능과 임무는 분산돼 인접 사단으로 편입되거나 아예 다른 성격의 부대로 재편된다. 일종의 해편(解編)이다. 인터넷 사이트나 블로그에는 청춘의 한 시기를 오롯이 바친 부대가 해체된다는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남성들의 감상 어린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화천·양구·인제 등 경제적 위기를 맞은 접경지역 주민들은 단단히 뿔이 났다. 이들의 생존권은 존중받아야 하고 어떤 식으로든 정부와 지자체, 주민들 간의 협의를 통해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문순 화천군수가 주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대안으로 군납품 공장 유치 등 유휴지를 활용하는 지원책을 제안한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국방부도 접경지역 지자체들과 상생방안을 찾기 위한 협약을 맺었다. 어려움이야 있겠지만 이겨내야 할 진통이다.
  
“감군 아닌 자발적 무장해제”
 
접경지역 주민들은 부대 이전에 따른 상권 붕괴 대책을 호소한다. 매물로 나온 화천읍 상가.

접경지역 주민들은 부대 이전에 따른 상권 붕괴 대책을 호소한다. 매물로 나온 화천읍 상가.

더 심각하게 고민하고 되짚어봐야 할 본질적 문제는 국방개혁이 방향을 제대로 잡고 있느냐는 점이다. 많은 예비역 장성을 포함한 안보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은 안보역량 강화가 아니라 전력 약화로 이어지는 길을 걷고 있다고 주장한다. 감군이 아니라 자발적 무장해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화문 시위에 부쩍 예비역 장성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이들은 말한다.
 
사단 감축 방안은 정부가 2018년 7월 발표한 ‘국방개혁 2.0’의 일환이다. 육군 2개 군단과 6개 사단을 해체하는 것이 골자다. 대신 정부는 전력 첨단화로 정예화된 강군을 건설해 안보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상비병력도 61만명에서 2022년 말까지 50만명으로 줄어든다. 이런 감축 계획은 입대 자원 감소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측면이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인구 감소의 영향을 완화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가속하는 결정을 내렸다. 복무기간을 기존 21개월(육군의 경우) 18개월로 단축하기로 하고 지난해 7월부터 단계적 시행에 들어갔다. 복무기간 1개월 단축이 병력 1만명 감축에 해당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각에선 안보보다 ‘청년 정책’을 우선한 정치적 결정으로 의심한다. 과연 정부의 공언처럼 안보 공백은 없을까.
  
감축보다 전력 증강이 먼저
 
육군 복무 기간 변천사

육군 복무 기간 변천사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을 지낸 작전통 김용현 예비역 중장은 “선(先) 전력증강, 후(後) 감축이 되어야 하는데 감축부터 서둘러 진행하고 있어 전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걱정이 크다”며 이렇게 전했다. “부대 감축과 복무기간 단축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하다 안보적 고려에 따라 중단한 것을 문재인 정부가 그대로 재추진하고 있다. 당시 40여개 사단을 절반으로 줄이라는 청와대 지시가 내려와서 국방부가 이를 30여개 사단으로 절충한 적이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화된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당시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2020 계획’은 북한이 한 번도 핵실험을 하지 않았을 때 세운 것인데 지금 그것을 이어받아 ‘국방개혁 2.0’을 추진하고 있다. 사단 수 감축으로 종전보다 부대별 책임 지역이 넓어지니까 그에 맞게 기동력, 감시장비와 정보력 등을 확보해야 한다. 시간이 필요한 문제다. 지금처럼 감축부터 서두르면 안된다.”
 
김 전 본부장은 이어 “1970년대는 한 해 출생자가 100만명을 넘었는데 지난해 출생자 수는 30만명, 그중 남자만 따지면 15만명”이라며 “북한군 120만명에 맞서려면 50만명은 유지해야 하는데 복무기간 단축 때문에 이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우

이상우

이스라엘의 ‘그림자 사단’ 참조해야
 
인구절벽을 막을 수 없는 일이라면, 과연 안보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대책은 없을까. 예전 정부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이명박 정부 때 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을 맡아 국방개혁안을 만들었던 이상우(사진) 전 한림대 총장에게 보완책은 없는지 물었다.
 
인구절벽은 과거부터 예측돼 있던 것인데 과거 정부에서는 아무 대책이 없었나.
“18개월 복무단축은 노무현 정부 때 계획한 것인데 이를 중단시켰다. 당시 동해안 경비를 전투경찰로 이관하고 해병대를 감축하는 안이 있었는데 백지화하고 해병대는 오히려 늘렸다. 욕 많이 먹었지만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복무기한 문제는 점점 더 장비가 첨단화·전자화된다는 점과 연관해 생각해야 한다. 18개월 복무로는 병사들이 숙련될 때쯤 되면 제대한다는 얘기다. 그런 낭비가 어디 있나. 가령 탱크병을 18개월 양성하고 나면 사라지고 또 교육해야 하는데 북한은 전차병이 15년씩 복무한다.”
 
인구 감소란 절대적 현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관점을 바꿔야 한다. 옛날에는 백병전 위주여서 신체 건장한 장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힘으로 싸우는 시기가 아니다. 9할은 장비로 싸운다. 그러니 과거 같으면 공익요원 갈 사람도 현역으로 보낼 수 있다. 여자도 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공군조종사는 여군들이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과거와 같은 기준이 아니라 현역 입대 문호를 넓혀 인구절벽에 대처해야 한다. 또 예비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이스라엘의 ‘그림자 사단’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이스라엘 예비군은 1년에 보름씩 현역 때 복무하던 그 중대로 가서 그대로 훈련한다. 현역 1개 사단마다 똑같은 편제의 그림자 사단이 2개씩 있어 3배의 전력을 운용하는 셈이다.”
 
사단 감축 등 편제 개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전쟁의 양상이 바뀌니 군 편제는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내 지론은 고정화된 사단을 운영하지 말고 기능별로 모듈화된 유닛(unit)을 만들자는 것이다.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는 레고 장난감을 생각하면 된다. 미군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미 해병사단 사령관을 만났더니 한국에 직접 데려온 사람은 전속부관과 운전병뿐이라고 하더라. 전투병과 의무부대, 수송부대 등을 오키나와, 마닐라, 하와이 등 각지에서 불러 포항에 집결시켜 훈련한 뒤 끝나면 다시 돌아가는 식이다. 그러니까 당장 모자라는 숫자는 예비군 동원체제와 연동한 그림자 사단으로 메우고, 레고처럼 유연한 유닛 부대화로 대처해야 한다.”
 
복무기간 단축에 대한 대안은.
“복무기간 단축 명분은 젊은이들의 사회·경제 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군 복무 경력과 사회활동을 연동시키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복무기간을 일률적으로 줄이지 말고 유연하게 하자. 가령 비행기 정비병은 3년씩 복무하게 하고 제대 후 민간항공사에 취업도록 하면 된다. 컴퓨터 등 분야별로 얼마든지 이런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인구절벽의 여파가 가장 먼저 불어닥친 곳은 다름 아닌 군이다. 이에 대한 대책은 그 어떤 정치적 이유도 배제하고 오로지 국가 안보와 군사적, 작전적 차원에서 세워야 한다. 복무기간 단축을 포함한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이 전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예영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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