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사설] 판사들이 여당으로 달려가면 누가 그 재판을 믿겠나

자기 재판에 만족하는 사람은 드물다. 100% 무죄 선고를 받거나 완전히 승소한 경우가 아니라면 불만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도 사회가 법원을 존중하는 것은 판사가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는 기본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법원에 대한 신뢰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공동체가 붕괴하는 사태를 막는다. 법관들도 직업적 소명을 생각할 때마다 사법부에 대한 이런 믿음과 기대를 떠올렸을 것이다.
 

법관이 권력까지 탐하면 사법 신뢰 붕괴
어른인 대법원장의 침묵은 책임 방기다

법관들이 권력을 얻기 위해 판사 경력을 이용한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퍼지면 법원과 재판의 권위가 무너진다. 법정에 서는 모든 사람이 정파적 이해나 신념에 따라 판사가 재판한다는 불신을 떨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바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최기상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가 사표를 냈다. 법원 안팎에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로의 총선 출마설이 파다하다. 며칠 전에는 이수진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정계 진출을 선언하며 사직했다.
 
이들은 개혁 성향 판사들의 모임에서 활동했다. 최 전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이 전 부장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었다. 두 사람 모두 2018년의 ‘사법 농단’ 의혹 제기에 나섰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권한 남용을 지적하면서, 검찰이 이를 수사하도록 하는 데 앞장섰다. 재판 공정성 확보, 사법부 신뢰 제고가 명분이었다. 그랬던 이들이 그 공정성과 신뢰를 뒤흔드는 일을 한다. 그들이 정말 사법부와 국민을 위해 내부 고발자 역할을 했던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정권 출범 직후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였던 김형연 부장판사가 사표를 내고 곧바로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갔다. 그는 지난해 5월 법제처장이 됐고, 그 자리는 같은 모임에서 역시 간사를 맡았던 김영식 부장판사가 차지했다. 이처럼 여러 명의 판사가 잇따라 법복을 벗고 곧바로 청와대나 여당으로 가는 일은 과거에는 없었다. 최근 일상다반사로 겪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의 한 부분이다.
 
헌법을 통해 법관의 독립적 지위를 보장하고 정부가 판사에게 고액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에는 세속의 욕심에 현혹되지 말고 공명정대한 재판을 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판사는 임용 때 3급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지법 부장판사가 되면 1급 공무원 위치가 된다. 그런 지위와 예우를 누리고 정치권력까지 탐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깨닫고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에 충실한 대다수 법관, 그리고 국민에게 사과하기 바란다. 법원이 흔들리고 있는데도 최고 어른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침묵하고 있다. 책임 방기이고, 직무유기다. 집안 가장이 이러니 판사들이 본분을 망각하는 것 아니겠는가.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