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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도(?) 속아주는 캐릭터 놀이…누구냐 너는

‘자이언트 펭 TV’의 펭수. 노브레인 콘서트에서 드러머로 활약한 데 이어 앨범 준비 중이다. [사진 EBS]

‘자이언트 펭 TV’의 펭수. 노브레인 콘서트에서 드러머로 활약한 데 이어 앨범 준비 중이다. [사진 EBS]

“친한 동생 중에 추대엽이라고 있는데 너무 닮았어요.”
 

펭수·유산슬은 이미 예능 대세
노래 흉내내는 개그맨 추대엽
17년 무명 깨고 ‘카피추’로 떠올라
또다른 자아 존중 ‘멀티 페르소나’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한 카피추는 송은이가 입을 뗄 때마다 움찔했다. 산에서 50년 동안 음악만 하다 내려온 자연인 콘셉트로 나왔는데 본명이 언급되니 당황한 것이다. 2002년 MBC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지만, 무명 생활을 오래 한 그는 지난해 10월 유병재가 유튜브 채널에서 선보인 ‘창조의 밤 표절 제로’ 영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누구나 알 법한 익숙한 노래들을 자유자재로 바꿔 부르는 3부작 영상은 조회 수 1200만 회를 넘어섰다.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한 유병재와 카피추. 순수 창작곡을 추구한다. [사진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한 유병재와 카피추. 순수 창작곡을 추구한다. [사진 MBC]

방송가에서 러브콜이 쏟아지면서 샌드박스네트워크와 계약한 카피추는 “유튜브 파급력이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고백했다. 라이브 카페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지난 15년간 ‘성식이형’(성시경)부터 ‘천엽’(정엽) 등 안 해본 음악 코미디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카피를 선보였지만 제대로 통한 적은 없어서다. 그는 “옷도 가발도 병재가 사준 것”이라며 “나한테 ‘유느님’은 유재석이 아닌 유병재”라고 했다. 분명한 콘셉트의 유무가 캐릭터의 승패를 가른 셈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예능 프로그램 속 캐릭터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MBC ‘놀면 뭐하니?’의 ‘뽕포유’ 프로젝트로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유산슬은 지난 연말 방송연예대상 신인상을 받았다. 데뷔 29년 차인 ‘본캐(본래의 캐릭터)’ 유재석도 못한 일을 ‘부캐(또 다른 캐릭터)’ 유산슬이 해낸 것이다. 소속사 대표인 김태호 PD는 수익금 기부도 유산슬 이름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1집 활동 정산금은 120만원이지만, 달력 매출은 4억 2000만원에 달해 “나중에 유산슬이 유재석의 기부 금액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는 이유다.
 
놀면 뭐하니?에서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활동 중인 유재석. [사진 MBC]

놀면 뭐하니?에서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활동 중인 유재석. [사진 MBC]

그래도 이들은 ‘본캐’와 ‘부캐’가 모두 주목받으며 각각의 정체성을 지키고 있는 경우다. 캐릭터 전환의 과정 또한 고스란히 대중에 노출되면서 재미 요소로 활용돼서다. 반면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EBS 연습생 펭수의 본체는 극비다. 목소리가 비슷하거나 2m10cm의 장신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몇몇 사람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지만 도리어 팬들이 나서서 “펭수는 펭수다” “눈치 챙겨”라며 막아주는 상황이다. ‘포스트 뽀로로’를 꿈꾸며 남극에서 ‘방탄소년단(BTS)의 나라’ 한국까지 헤엄쳐온 11세 펭귄의 정체성이 흔들리면 이 놀이 자체가 끝나버릴 수도 있는 탓이다.
 
tvN ‘라끼남’에서 활약 중인 라면소년 역시 유튜브 채널 구독자들의 요청에 힘입어 OST까지 발표했지만, 그 정체에는 함구하고 있다. “방송국 놈들아 나도 동엽이처럼 스튜디오 좋아한 day day day다 방송국놈들 π다”(‘지리산 day다’) 등 강호동의 캐릭터를 잘 녹여낸 가사와 ‘쓸데없는 고퀄리티’ 감성으로 인기를 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작사 작곡 크레딧을 근거로 물어봐도 본인 이름은 맞지만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답한다”며 “마미손 이후로 새로운 캐릭터로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유행이냐”며 되물었다.
 
‘쇼미더머니 777’에 분홍 복면을 쓰고 나와 화제가 된 마미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쇼미더머니 777’에 분홍 복면을 쓰고 나와 화제가 된 마미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18년 ‘쇼미더머니 777’에 핑크색 복면을 쓰고 등장한 마미손은 지난해 11월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제 그가 마미손인지, 매드클라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시작한 ‘속이는 사람은 있지만, 속는 사람은 없는 놀이’에 모두 동참하고 있고,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 현상이 돼 가고 있어서다. 한 사람이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 부계정·뒷계정까지 만들어 각기 다른 상황에 맞춤형 자아를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0』에서는 ‘멀티 페르소나’와 ‘팬슈머’를 올해의 키워드로 꼽기도 했다.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 전미영 연구위원은 “컴퓨터에서 Alt와 Tab 키를 동시에 누르면 프로그램이 바뀌듯 모든 사람이 순간 전환 모드를 내장하고 살아가는 시대가 됐다”며 “과거라면 다중인격자로 비난받았을 테지만 최근엔 다양한 정체성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팬으로서 무언의 놀이에 동참하면서 취향 공동체와 캐릭터를 키워나간다는 즐거움을 나누고, 이들의 향후 성장 방향까지 관여하며 산업을 키워나가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 산업의 축이 세계관과 캐릭터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박기수 교수는 “‘무한도전’에서 호통치는 박명수 캐릭터는 다른 프로그램에선 통하기 어려웠지만, 펭수는 인형 탈 자체가 하나의 가면이 되기 때문에 유튜브는 물론 방송 3사를 오가며 기존 질서와 권위를 전복시키는 캐릭터로 활동할 수 있다. 덕분에 보다 솔직한 표현이 가능하고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재석과 유산슬, 유고스타 등 다양한 캐릭터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전후 맥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처음엔 번거로울 수 있지만, 이것이 쌓일수록 더 큰 몰입감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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