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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한일관계 건강하다"는데…일본인은 "도대체 어느 부분이?"

현장에서 

"그 문제들 외에 한·일관계는 대단히 건강하고 좋은 관계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회견서 "징용과 수출규제 등 빼면 건강"
일본인들의 한국 친밀도는 역대 최저
한국어 들킬까 휴대폰 보호필름 유행
보이콧 재팬으로 일본맥주 수출 제로
정치 경제에 이어 민간 교류 끊겼는데
"건강하고 좋다는 인식 너무 비현실적"
"국영수 빼고는 성적 좋다"는 패러디도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회견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아달라고 하자 일본인 지인은 고민 없이 이 대목을 선택했다. "도대체 한·일관계의 어느 부분이 건강하고 좋다는 것인지, 한가지 사례라도 들어줬으면 좋겠다. 너무 비현실적"이라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고, 그 문제에서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문제가 생겨났고, 그 때문에 WTO(세계무역기구) 제소와 또 GSOMIA(한·일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문제로 이렇게 연결됐다. 크게는 세 가지 문제라고 할 수 있다”며 해당 발언을 했다.  
 
도쿄에서 피부로 느끼는 한·일관계의 현실은 문 대통령의 인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정부 간의 갈등은 이미 국민 간의 반감으로 번진지 오래다.
 
 "비즈니스를 하면서 오랫동안 친분을 쌓았던 일본인의 연락이 끊겼다", "SNS에 댓글을 달아주던 일본인들의 숫자가 줄었다"…. 일본에서 생활하는 한국인들의 고충은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지하철 옆자리 승객에게 한국인이란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 휴대폰에 보호 필름을 붙이는 이들도 생겨났다고 한다.
 
마이니치 신문이 지난해 말 실시한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에 대한 친밀도 조사에서 한국은 러시아와 공동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에 대해 느끼는 일본인들의 친밀도는 1.9점(5점 만점)이었는데, 이는 2014년 조사 시작 이후 최저점이었다. NHK가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1년 3개월 만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것과 관련해 '관계가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응답이 67%에 달했다.   
 
문 대통령의 전날 신년 연설에 대해선 가장 진보적이라는 도쿄신문조차도 사설에서 "수출규제를 철회하면 징용 협의가 진전될 것이라는 인식은 순서가 잘못됐다. 수출규제는 징용 문제가 진전되면 자연히 해결될 일”이라고 썼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사전에 질문자를 정하지 않고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하려고 손을 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108분간 문답 형식으로 진행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사전에 질문자를 정하지 않고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질문하려고 손을 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108분간 문답 형식으로 진행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일본을 보는 한국 내 상황은 따로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보이콧 재팬’으로 일본산 맥주의 한국 수출이 '0(제로)'을 찍기도 했고,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이미 반 토막 이하로 줄어들었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흥청대는 도쿄 긴자 거리에서도 한국말을 듣기는 어렵다. 한국인들은 '보이콧 재팬' 여론이 무서워 일본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지도 못한다.  
 
양국 정상의 공식회담이 15개월 만에 그것도 제3국에서 겨우 열릴 정도로 정치적 현실은 각박하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정치 대립은 경제 분야의 긴장 관계로 옮겨붙은 지 오래다.  게다가 민간 교류까지 꽉 막혀 있다. ‘전후 최악의 한·일관계’라는 말이 관용구가 돼버린 현실은 이처럼 문 대통령 인식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물론 양국 관계 경색의 근저엔 문 대통령이 언급한 강제 징용과 수출규제 문제가 있다. 징용과 수출규제가 양국 관계 전체를 억누르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 외에 한·일관계는 대단히 건강하고 좋은 관계”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더 어색할 수밖에 없다.  
 
일본 유력 언론의 한국 전문가 중엔 “징용과 수출규제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시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묻는 이까지 있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는 "국·영·수를 빼고는 성적이 대단히 양호하다", "정치와 경제문제, 사회통합 등을 빼곤 국정운영이 대단히 탁월하다"는 패러디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지난해와 달리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 회견에선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관계 개선의 첫걸음은 양국 관계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할 것 같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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