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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먼저 간 엄마가 새엄마를 만나면…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123)  

 
아버지 기일이 다가오면 아버지 생각이 더 많이 난다. 엄마 생각, 새엄마 생각에 머물다 천상에서 함께 영생을 누리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한다. [사진 Pixabay]

아버지 기일이 다가오면 아버지 생각이 더 많이 난다. 엄마 생각, 새엄마 생각에 머물다 천상에서 함께 영생을 누리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한다. [사진 Pixabay]

 
친정아버지의 기일이 다음 주다. 기일이 다가오면 아버지 생각이 더 많이 난다. 아버지가 살아오신 인생은 서글프고 외로웠지만, 내가 보는 관점에서는 참 좋았던 삶을 누리고 가셨다.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망설임 없이 엄지 척을 해주는 자식들이 있고, 짧은 인연이든 긴 인연이든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누리다 가셨으니까 말이다. 엄마 생각, 새엄마 생각에 머물다 천상에서 함께 영생을 누리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한다.
 
레디 액션!
 
천상에 먼저 가서 터를 잡은 엄마가 새엄마를 맞이한다. 어린아이들을 남기고 온 자신을 용서해 달라며 두 손을 잡고 잘 키워줘서 고맙다고 포옹하며 우는 장면, 두 분이 아버지를 맞이하러 나오셔서 셋이서 끌어안고 해후하는 장면을 그리다 보면 울컥하며 감동이 인다.
 
 
내가 이런 신파극을 떠들어대면 여동생은 나를 치매 걸린 할매 보듯 한다. 자신은 세 살 때 일어난 일이라 기억도 없고, 자기 엄마는 키워준 엄마 한 사람뿐이라고 말한다. 친엄마 얼굴도 기억 못 하면서 편 가르듯 나누는 언니도 싫다고 짜증을 낸다. 
 
나도 딱히 그렇긴 하지만 엄마가 그리워서가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흐릿하게 기억나는 그 무엇이 잊히지 않고 더 가까이 내 마음에 아련한 풍경을 그려 놓으니 동생이랑 만나면 옛날이야기 같이 주절거린다. “기억 안 나니? 앞집에 살던 과자 사주던 벙어리 아저씨 말이야” 하며. 이런저런 기억을 끄집어내면 짜증을 내면서도 치매든 노인 말벗 해주듯이 들어준다. 
 
어쨌거나 세 분이 천상에서 우리를 지켜봐 주시는 것은 확실하다. 부모의 자식으로 엮인 우리가 모두 건강하고 사이좋게 잘살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도 아버지 생각을 하다가 문득 또 한 사람이 생각났다. 아버지가 혼자되신 후 연령회 봉사단원으로 함께 하시던 할머니다. 아버지가 편찮으실 때 죽을 만들어 오기도 하고, 따뜻한 약차를 갖고 방문을 해주던 작은 체구의 할머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의 시신을 손수 닦아주시며 “요셉님, 그동안 당신이 앞장서신 봉사 활동을 함께하며 참 행복하고 즐거운 나날이었지요. 나도 곧 갈 테니 평안하게 먼저 가십시오”라고 담담하게 인사하시던 분. 그리곤 다음 해에 할머니도 돌아가셨다. 그때 남동생들은 장지까지 따라가서 연미사를 드리고 왔다고 했다.
 
죽음도 다른 눈으로 바라보면 무섭지 않은 아름다운 세상 풍경이 된다. [사진 Pixabay]

죽음도 다른 눈으로 바라보면 무섭지 않은 아름다운 세상 풍경이 된다. [사진 Pixabay]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나네. 다정하고 조용하신 그 어른이 아버지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주셔서 덜 외로웠을 거야. 그러고 보면 울 아버지는 참 복이 많네.”
 
동생도 아버지와 함께 봉사하시던 그분 생각을 하며 아련한 기억에 눈을 감는다.
"근데 말이야, 아버지는 그분이 가셨을 때 마중을 나오셨을까? 엄마들에게 소개해 주었을까? 엄마들이 질투가 안 났을까? 하하.”
 
내가 주절주절 또 떠들어대니 동생이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말했다.
 
“아이고 언니야, 그분은 그분 영감님이 마중 나오셨겠지. 아버지가 남의 부인을 왜 마중 나가겠나? 천상에서 다 함께 다시 만나 지난 이야기는 화기애애 나누시겠지.”
 
죽음도 다른 눈으로 바라보면 무섭지 않은 아름다운 세상 풍경이 된다.
 
“그리고 아줌마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저쪽 세상 스토리는 저쪽 사람들이 쓰시게 두고요. 눈에 보이는 이쪽 세상에 관심을 가지세요. 언니도 그 어르신처럼 외로운 분 만나 친구가 되어주든가, 만나서 같이 봉사활동을 하든가, 직접 주인공이 되어 스토리를 만들어 보슈. 남은 인생 알차고 즐겁게 살다가 여한 없이 떠날 생각이나 하세요. 이그.”
 
맞네, 이 나이에 기쁘고 떳떳하게 사랑하며 할 수 있는 일은 봉사활동이 최고다. 동생의 구시렁거리는 핀잔을 받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이다. ‘아, 요즘 시나리오 공부가 정말 재미있다 했더니 진도가 너무 나갔나? 하하.’ 지상이나 천상이나 사랑과 스토리는 국경이 없다. 새해에도 우리는 우여곡절의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며 살아갈 것이다. 그래도 아버지 기일 때 형제들이 모이면 천상의 시나리오도 꼭 완성해 봐야지.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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