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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인사 프로세스 역행" 文 발언 따져보니 반은 틀렸다 [팩트체크]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질문을 위해 손을든 기자를 지목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법무부 장관이 먼저 인사 안을 (검찰총장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보도가 있는데, 이는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에 관한 의견을 말해야 할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이 말해달라고 하면 따라야 할 일”이라고도 했다. 
 
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한 것은 법무부의 ‘패싱’이 아니라 윤 총장의 ‘항명’이라는 시각이다. 문 대통령은 “만약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검찰이) 초법적 권력과 권한, 지위를 누린 것”이라고도 짚었다.   
 
검찰은 법무부가 검찰 고위급 인사를 단행한 지난 8일 이러한 시각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대검은 “법무부가 인사의 시기·범위·대상·구도 등 인사 방향에 대해 전혀 그 내용을 알려오지 않은 상황이므로 대검찰청에서 인사안을 먼저 만드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대검은 또 법무부가 검찰인사위원회 개최 30분 전 검찰총장을 호출한 것에 대해 "요식절차"라며 법무부에서 먼저 인사안을 건네받아 검증한 뒤 의견을 개진해온 전례를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이 인사 프로세스를 역행했다"는 대통령과 "기존 관행과 달라 벌어진 일"이라는 검찰 측 의견 중 누구 말이 맞을까.
 

검찰 인사 프로세스 어떻길래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대통령이 언급한 검찰의 인사 프로세스는 검찰청법 34조 1항에 법률로 규정돼 있다. 검찰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제청하면 대통령이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따라서 검찰에 대한 인사권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는 말은 맞는 내용이다.
 
하지만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다'는 조문이 쟁점이다. 기존에는 법무부가 검찰 인사 전 인사 대상자들의 복무평가가 담긴 '블루북(bluebook)'과 개략적인 인사 구도를 검찰총장에게 전달했다. 이후 검찰은 법무부 안을 검증하고, 나름의 의견을 담아 법무부에 전달하는 식으로 인사 안을 조율했다. 
 
지금까지 법무부 장관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검찰 출신이 맡아왔기 때문에, 인사 안이 오가는 데 잡음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비검찰 출신에 인사를 통해 검찰을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게 인사 직전까지도 인사 안을 전달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인사 기준, 인사 범위도 모르는데 거기에 무슨 의견을 낼 수 있겠냐"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이 말하면 따라야 할 일?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안내표지판. [뉴스1]

1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안내표지판. [뉴스1]

법무부 장관이 말하면 검찰총장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해석은 법조문 그대로 따지면 맞는 말이지만, 법의 취지까지 따진다면 틀렸다고 볼 수 있다.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는다'는 조문이 법률에 명시된 건 2004년 1월 참여정부 시절이었다.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 인사를 하면서 검찰총장과 상의하지 않은 게 발단이 됐다.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커지고, 여론도 악화하자 국회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해당 문구를 넣기로 합의했다. 검찰은 이 법 개정을 ‘인사 협의의 실질화’로 판단하고 지금까지 법률이 정한 취지대로 법무부 장관과 계속 인사 협의를 해왔다.
 
수도권의 한 현직 부장판사는 "검찰이 개인 양심에 따라 수사할 수 있도록 정권과 법무부로부터 독립시키자는 게 당시 법 개정의 취지"라며 "법의 취지를 잘 아는 추미애 장관이 이를 일부러 몰각시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정희도 대검 감찰2과장도 지난 13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개정 당시 법사위 1소위 위원장이 '검찰총장에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만 부여하면 충분하다는 소수의견이 있었다'라고 발언한 내용 등을 종합하면, 위 규정은 (다수의견인) '검찰총장과 사전협의 내지 검찰총장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적었다.
 
다만 추 장관에게 이에 대한 직권남용죄를 물을 수 있다는 부분은 법조계에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수사팀을 해체할 목적이면 직권남용죄가 인정될 수 있다"며 "차장·부장급 후속 인사까지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그런 일은 초법적 권한을 누린 것?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 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 9월 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검찰개혁의 관점에서 과거의 관행 모두가 잘못됐다는 시각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첫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상기 장관도 관례대로 검찰 인사를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들은 박 장관 때 있었던 검사장 인사에서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고 한다. '블루북'이 갔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 당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도 송광수 당시 검찰총장에 적어도 수일 전에 인사안을 통보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이 제 3의 장소에서 인사안을 논의하자는 요청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역시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아 법적 책임을 따질 수는 없다. 다만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이번 인사는 윤 총장의 손발을 다 자르는 안이라서 청와대와 법무부도 처음부터 협의가 안 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통상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제 3의 장소에서 인사 논의를 했는데, 그걸 문제 삼는 건 트집잡기 같다"고 말했다.
 
강광우·김민상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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