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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시시각각] 우리는 헬조선에서 탈출했나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박근혜 정부 시절 진보 집단은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 불렀다. 조국 서울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청년 취업과 내 집 마련이 어렵고, 소득 양극화의 골이 깊어졌다는 비판이었다. “헬조선에 신음하는 이 시대 흙수저들” “20·30세대가 부르는 또 다른 대한민국 ‘헬조선’” 같은 주장이 쏟아졌다. 헬조선의 다른 말은 ‘3포 세대’였다. 취업이 어려우니 연애·결혼·출산을 줄줄이 포기한다는 얘기였다.
 

30·40세대 일자리 26개월째 줄어
서울 집값 폭등하고 출산율 0%대
다른 목소리도 경청해야 위기 극복

그런데 현 정부 들어와선 진보 진영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쑥 들어갔다. 어떻게 된 걸까. 이런 주장을 폈던 사람들이 집권하니 3포가 사라진 걸까.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졌기’ 때문인가. 이 모든 약속이 얼마나 지켜졌을까. 그걸 확인하려면 ‘헬조선 지수’를 보면 된다. 집값·소득·결혼·출산율이 그것들이다. 이게 웬일인가. 숫자를 확인해 보니 이제 진짜 헬조선이 오고 있는 게 아닌가. 우선 경제 체력을 보여주는 성장률은 눈 뜨고 못 봐줄 정도다. 지난해 성장률은 경제가 과열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2%도 힘겨워졌다. 체감 경기는 바닥을 뚫고 지하로 들어갔다. 부자 동네라는 서울 청담동에도 점포 정리 팻말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불야성이던 강남구 신사동에도 공실률이 치솟았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이런 결과는 반(反)시장·반기업적 ‘소득주도 성장’과 무관할 수 없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획일적 주 52시간 근로제는 저소득층·자영업자·중소기업부터 벼랑으로 내몰았다. 결국 소득 하위 20% 가구의 근로소득은 7분기 연속 감소했다. 정부가 자랑하던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성장 동력인 국내 설비투자는 2년째 빙하기에 들어갔다. 그 대신 국내 기업의 한국 엑소더스로 해외 투자는 사상 최고치 행진이다. 그만큼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수출은 13개월째 내리막이다. 한국 경제의 젖줄이 말라간다.
 
일자리는 어떻게 됐나. 그동안 77조원을 퍼부었지만 쑥대밭이 됐다. 청년을 헬조선에서 꺼내주겠다더니 세금으로 만든 60세 이상 노인 알바만 늘어났다. 정부는 신규 취업자가 늘어났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중 90% 안팎은 세금을 퍼부은 60세 이상 일자리다. 나라 경제의 기둥인 30·40세대 일자리는 26개월째 줄었다. 알바 같은 저임금 일자리만 늘고 ‘풀 타임’ 일자리는 줄었다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은 숨통이 끊길 정도로 규제와 세금을 융단폭격했더니 지방에선 건설경기가 얼어붙어 집값이 폭락하고, 서울에선 공급 부족이 심해져 평당 1억원짜리 아파트가 나왔다.
 
체감 경기는 어떤가. 국가미래연구원이 3개월마다 산출하는 민생지수는 역대 최악이다. 급기야 중산층까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중산층 비중은 2015년 67.9%에서 2019년 58.3%까지 급락했다. 경기 활력이 떨어지고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인다면서 달랑 집 한 채 가진 중산층에게 세금 부담까지 가중된 결과다. 지난해 서울에서 재산세가 30%까지 오른 집은 30만 가구에 육박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현금 복지를 늘리면서 512조원으로 불어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부족한 재원은 60조원에 달하는 적자 국채로 조달한다.
 
청년은 헬지옥의 문턱에 들어섰을 뿐이다. 재정을 퍼부어 불어난 국가부채는 30·40세대와 그 자녀들이 10~20년 뒤 떠안는 미래의 부채라서다. 이러니 3포가 더 늘어 출산율은 세계 유일 ‘0명대’가 됐다. 더 암울할 수 없다. 위선 좌파의 가면이 벗겨지면서 평등·공정·정의마저 바닥에 처박혔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진짜 헬조선이 오고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얘기했다. 오히려 “부정적 지표는 줄어들고 긍정적 지표는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부디 다른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그래야 헬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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