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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9115자 신년사, 108분 회견 어디에도 연금개혁은 없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차이잉원, 보오소나루, 마크롱, 아베, 푸틴….
 

문 대통령 어제 회견에 언급 없어
세계 지도자, 앞다퉈 연금개혁 시도
노 대통령 “8차례 국회 압박해 완수”
김상균 “문, 안중에 연금개혁 없어”

이들의 공통점은? 최근 연금개혁을 시도한 지도자들이다. 일부는 여전히 거대한 장벽과 싸우는 중이고, 일부는 과감한 개혁에 성공했다. 고령화를 견디지 못해 지속가능한 연금 제도를 만들기 위해 혜택을 줄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성공한 지도자가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다. 11일 역대 최다 득표로 연임에 성공했다.
 
사우스차이나모인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2018년 6월 페이스북에서 “나는 지난 2년 동안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이런 비판이 왜 정치인들이 과거에 연금개혁에 나서지 않고 두려워했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나는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개혁은 반드시 나에게서 출발한다”고 적었다. 차이 총통은 2016년 집권하자마자 연금개혁에 착수했고, 2년 동안 격렬한 반대를 극복하고 연금개혁을 완수했다. 공무원·군인·교사 연금이 국민연금의 두 배에 달하는 데다 내버려 두면 2020년 기금이 고갈될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향후 10년에 걸쳐 연금액을 20% 이상 줄일 계획이다. 퇴역한 중령의 예를 들면, 월 연금이 274만원에서 218만원으로 줄어든다. 차이 총통은 “연금개혁은 가장 중요한 임무”라면서 “위기는 극복 가능하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자이르 보오소나루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연금개혁을 마무리했다. 10년간 최소 8000억 헤알(약 227조원)의 국가 재정을 절감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이 승리는 우리나라가 영원히 번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총파업이 40일 이어져도 끄떡없이 연금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시민들이 14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시민들이 14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7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 14일 신년 기자회견을 보면서 “혹시나” 하고 기대했다. 역시 기대하지 않은 게 나았다. 9115자의 신년사에서 연금개혁을 찾을 수 없다. 108분간의 신년 회견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018년에도 마찬가지. 국민연금은 이대로 두면 2057년에 기금이 사라져 소득의 4분의 1을 보험료로 내야 한다.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어 연금개혁이 늦어질수록 부담이 커진다. ‘연금 폭탄 시계’가 더 빨라진다.
 
현 정부는 2018년 12월 ‘4지선다’ 연금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 전에 전문가들이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에서 오랜 논의 끝에 제안한 재정안정화 방안은 담지도 않았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4지선다 안을 두고 “대통령이 ‘국민여론을 수렴하는 데 보다 용이하겠다’라고 평가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을 끝으로 문 대통령의 언급은 거의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연금개혁 전사’였다. 2003년 4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연금개혁은 수급자가 적을 때 하는 게 좋다”고 말하면서 시동을 걸었다. 2007년 7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8차례에 걸쳐 연금개혁을 강조했다. 2003년 11월 국회 서한을 시작으로 국회 시정 연설, 담화문, 국무회의 등에서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법안 통과 전인 2007년 6월 담화문을 발표했다. “법안처리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 규모는 계속 늘어나게 됩니다. 국민연금만 해도 잠재 부채가 하루 800억 원씩 쌓여 연간 30조원에 이르게 됩니다.”
 
노 대통령의 연금개혁 덕분에 기금 고갈 시기가 16년 늦춰졌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김상균 명예교수는 “연금개혁은 지도자의 어젠다”라면서 “문 대통령이 연금개혁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장을 맡아 2018년 8월 연금개혁 2가지 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대 김상균 명예교수 . 변선구 기자

서울대 김상균 명예교수 . 변선구 기자

 
문 대통령과 연금개혁을 어떻게 보나.
“연금개혁이 대통령 안중에 없는 것 같다. 이 정부에서 손대지 말고 다음 정부로 넘기자는 결론을 낸 게 아닌가 싶다. 과거 이회창 후보가 연금개혁을 공약했다가 대선에서 실패한 점을 보고, 프랑스 연금개혁 파동을 보면서 ‘손대면 큰 희생이 따르겠구나’라고 잘못 생각하는 것 같다.”
 
연금개혁이 지도자의 몫인가.
“다수당을 기반으로 강한 의지를 가진 정치인이 연금개혁에 성공한다(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이 이런 경우). 이런 정치인은 지속가능성을 중시한다. 연금개혁은 100년, 최소 50년 내다봐야 한다. 지도자 본인이 사망한 후의 일이다. 그러나 하루살이 정권처럼 생각하는 지도자는 안 된다. 그런 사람 머릿속에 연금개혁이 들어갈 수가 없다.”
 
차이잉원(左), 보오소나루(右)

차이잉원(左), 보오소나루(右)

지도자에게 필요한 소양은.
“4차산업혁명 예지력과 지속가능성 중시 능력이다. 인구·직업·일자리·산업 등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내다보는 비전이 있어야 한다. 지속가능성은 미리미리 조금씩 개혁해 가면서 대비하는 능력이다.”
 
문 대통령은 어떤가.
“두 가지 면에서 우수하지는 않은 것 같다. 여야를 떠나 정치인들이 거의 다 그런 것 같다. 그나마 민간 부분이 희망이다. 일본의 경제제재를 견디는 힘이 민간에서 나온다. 정치인이 민간을 격려만 해줘도 좋을 텐데 아쉽다.”
 
총선이 끝나면 속도가 붙을까.
“선거 후 원 구성하고, 예산 국회가 오면 올해가 갈 것이다. 내년에는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 거다. 연금개혁이 잊혀진 것 같아 안타깝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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