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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사람에 대한 충성

박진석 사회에디터

박진석 사회에디터

“가문의 영광인 중책을 맡겨주신 대통령님의 태산 같은 성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통령님께 목숨을 바칠 각오로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2001년 5월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이 뒤집어졌다. 팩스로 도착한 안동수 법무부 장관 ‘취임사’에 엄청난 문구들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안 장관 사무실 직원이 김대중 대통령 측에 보내야 할 문서를 잘못 보낸 것이다. 왕조 시대를 방불케 하는 시대착오적 충성 서약서는 그 분야의 고전으로 자리 잡으면서 두고두고 재인용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의 영포라인도 가관이었다. 이들은 민간인 불법사찰로 논란이 됐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업무추진 지휘체계’ 문건에 자신들을 ‘VIP께 절대 충성하는 친위조직’ ‘VIP에게 일심(一心)으로 충성할 비선’으로 묘사했다. 휴전선 이북에서 만들어진 문서가 아닌지 의심될 정도였다.
 
절정은 박근혜 정권 때다. ‘친박’을 넘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진짜 충성파를 일컫는 ‘진박’이란 말이 유행했고, ‘진박 감별사’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박 전 대통령 추종 세력은 자신을 진박의 범주에 밀어 넣지 못해 안달이었다.
 
엄연한 민주주의 시대에 특정한 사람, 즉 권력자 개인에 대한 충성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편이 빠른 권력 획득과 이상 실현에 유리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충성파들은 하나같이 말로가 좋지 않았고 충성의 대상들까지 집어삼켰다.
 
과거 정권들과 그토록 선을 그어왔던 문재인 정부도 급기야 비슷한 비판에 직면했다. 그것도 ‘제 편’으로부터다. 진보 성향의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11일 “한 개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맹신적 사고방식은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을 잘라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대해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라고 비판하면서다.
 
사람에게 과도한 충성을 바쳤다가 몰락한 정권 덕택에 등장한 정권이, ‘사람에게 충성을 다하는 맹신적 사고’라 비판받는 수모를 감내하면서까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검찰총장을 몰아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체면 차리기도 어려울 만큼 절박한 사정이 있을까. 결국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박진석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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