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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성금’ 6000만원 훔친 일당 “태국 마사지업소 내려고”

전주 노송동주민센터 직원들이 2일 경찰이 돌려준 ‘얼굴 없는 천사’ 성금을 세고 있다. 상자에는 성금과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내세요’라고 적힌 편지가 있었다. [연합뉴스]

전주 노송동주민센터 직원들이 2일 경찰이 돌려준 ‘얼굴 없는 천사’ 성금을 세고 있다. 상자에는 성금과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내세요’라고 적힌 편지가 있었다. [연합뉴스]

지난해 말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 6000만원을 훔친 2인조 절도범이 애초 진술과는 달리 태국 여성을 고용한 마사지 업소를 차리기 위해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드러났다.
 

특수절도로 붙잡힌 30대 2인조
당초 “컴퓨터 수리점 열려고” 진술
부모에게는 “외국인 데려다 영업”
제보자 부부, 포상금 200만원 기부

14일 전주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된 A씨(35)와 B씨(34)에 대한 수사를 이번 주 안에 마무리하고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지난 7일 기소 의견으로 이들을 전주지검에 송치했다.
 
충남 논산 지역의 선후배 사이인 A씨 등은 지난달 30일 오전 10시7분쯤 ‘얼굴 없는 천사’가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뒤편 천사공원 내 ‘희망을 주는 나무’ 밑에 두고 간 성금 6000여만원을 상자째 차량에 싣고 도주한 혐의다. 논산에서 컴퓨터 수리업체를 운영하는 A씨가 무직인 B씨에게 범행을 제안했다.
 
주범 A씨는 애초 경찰에서 “유튜브를 통해 ‘얼굴 없는 천사’의 사연을 알게 됐다”며 “컴퓨터 수리업체를 하나 더 차리려고 범행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정작 부모에게는 “외국인을 데려다가 마사지(영업)를 하는 다른 사업을 해보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범행 보름 전쯤 태국에 다녀왔다고 한다. 앞서 A씨 등은 범행 당일 오후 2시25분과 2시40분쯤 각각 충남 계룡과 대전 유성에서 붙잡혔다. “이틀 전부터 주민센터 근처에서 못 보던 차가 있어서 차량 번호를 적어놨다”는 노송동 한 주민이 건넨 메모가 결정적 단서가 됐다. 경찰이 회수한 A4용지 상자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100장씩 각 500만원) 12묶음과 동전이 담긴 돼지저금통이 들어 있었다.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힌 편지도 있었다.
 
전북경찰청은 지난달 31일 절도범 검거에 공을 세운 주민 부부에게 민갑룡 경찰청장 표창을 줬다. 익명을 원한 이들 부부는 경찰로부터 받은 포상금 200만원 전액을 지난 2일 오후 노송동주민센터를 찾아 기부했다. 이날은 경찰이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 6016만3510원을 주민센터 측에 돌려준 날이다.
 
이들 부부는 A씨 등이 범행에 이용한 차량 번호를 메모해 경찰의 범인 검거와 성금 회수에 도움을 준 당사자다. 이들이 포상금 전액을 기부한 노송동주민센터는 ‘얼굴 없는 천사’가 지난 20년간 성금을 전달해온 곳이다. 부부의 기부 사실은 당사자들이 함구해 뒤늦게 알려졌다. 부부는 “무심코 적어놨던 차량 번호가 도움이 돼 천사님 돈을 무사히 찾을 수 있게 돼 천만다행”이라며 “상금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만원은 부부의 한 달 수입보다 많다고 한다.
 
‘얼굴 없는 천사’는 매년 12월 성탄절 전후에 비슷한 모양의 A4용지 상자에 수천만원에서 1억원 안팎의 성금과 편지를 담아 노송동주민센터에 두고 사라지는 익명의 기부자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모두 21차례 기부한 성금 총액은 6억6850만4170원이다.
 
전주시는 어렵게 되찾은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과 제보자 부부 기부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을 위해 쓸 예정이다.
 
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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