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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사퇴 대신 기업은행 노조, "행장 임명에 직원참여 보장"

기업은행 노동조합이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사퇴 대신 정부·여당의 사과와 행장 임명절차 개선을 요구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첫 출근 중 노조원들의 출근 저지 투쟁에 가로막혀 노조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3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첫 출근 중 노조원들의 출근 저지 투쟁에 가로막혀 노조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기업은행 노조는 13일 오후 서울 중구 본점에서 조합원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비공개 노조 토론회를 열고 투쟁방향을 논의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3일 취임한 윤 행장에 대해 출근 저지 투쟁을 벌여왔다. 3대에 걸쳐 내부 출신 인사가 기업은행장을 역임했는데, 기획재정부를 거쳐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윤 행장의 임명은 “함량 미달 낙하산 인사”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 사퇴 대신 행장·임원 임명 절차에 직원 참여 보장요구

 
이날 토론회에선 노조에 힘을 실어주자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그간 투쟁 내용에 대한 질문이 많았지만, 노조 입장에 반대한 사람은 없었다”고 전했다. 김형선 노조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만나 “일각에선 경영 공백 등을 이유로 투쟁 장기화를 우려했지만,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투쟁을 더 강하게 하라’는 주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도 윤 행장의 사퇴를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윤 행장의 사퇴를 전제로 투쟁을 이어나가는 건 아니다”라며 “청와대와 여당이 낙하산 인사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행장 임명 절차에 직원들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김 위원장은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지만 시중은행의 성격도 갖고 있는 만큼, 행장 선임 과정에도 직원 참여를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노조의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의 임명권에 노조가 구체적으로 개입할 방법이 없어서다. 노조는 대통령에게 제출하는 추천 인사 명단에 기업은행 내부인사를 1명 이상 포함해 달라고 주장한다. 
 
기업은행 노조는 행장뿐만 아니라 임원 선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불발됐던 ‘근로자추천이사제’를 다시 요구할 가능성도 커졌다. 근로자(노조)가 추천한 외부 전문가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다. 지난해 2월 기업은행 노조는 박창완 금융위 금융발전심위원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달 초에는 수출입은행이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을 시도했다가 최종 단계에서 불발됐다. 김 위원장은 “노조 추천 이사제를 전제로 협상하는 건 전혀 아니다”라면서도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선 임원 임명 절차를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측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초 기업은행은 ‘은행 내부규범에 따르면 노조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권한이 없다’며 노조의 요구를 거부했다. 윤 행장은 1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행장 임명절차는 법적 절차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그는 “노조에 대화를 제안했지만, 응답이 없는 상태”라며 “임원 선임절차에 관해서도 노조의 요구사항이 있으면 언론이 아닌 제가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기업은행장 인사권은 정부에”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노조 반발

 
한편 이날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은행장 낙하산 논란에 대해 “정부의 인사권”이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업은행 노조가 윤 행장에 대해 출근 저지 운동을 벌이는 데 대해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어서 일종의 공공기관과 같아 인사권이 정부에게 있다”며 “윤 행장은 경력 면에서 전혀 미달되는 바가 없다. 내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윤 행장을) 비토(거부권 행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업은행장 임명 근거인 중소기업은행법은 1961년 제정된 뒤 60년째 객관적 검증절차 없이 지켜지고 있다”며 “우리는 정부가 임명절차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왜 지키지 않았는지를 묻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도 ”우리가 인사권을 부정했는가, 내부 행장을 고집했는가. 왜 야당 시절 낙하산을 반대해놓고 청와대 낙하산을 기업은행장에 임명하는가”라며 ”대통령은 우리에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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