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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건적인 명 거역하라"… 수사권 조정, 검사들 '항명 사직서' 던졌다

경기도 성남시 상상인저축은행 본사 앞. [뉴스1]

경기도 성남시 상상인저축은행 본사 앞. [뉴스1]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불법투자 의혹과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 상상인그룹 수사를 이끌던 김종오(51·사법연수원 30기)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장검사가 14일 사의를 밝혔다. 검사 생활을 엮은 책 『검사내전』을 펴낸 김웅(50·29기) 법무연수원 교수에 연이은 사의 표명이다.  

 

김종오 “남은 인생 검찰 응원”

 

김 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부족한 저에게 공직의 길을 허락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검찰 가족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며 “남은 인생은 검찰을 응원하며 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라는 짤막한 사직의 변을 남겼다.
 

법무부 없애는 전담부서 수장

 
김 부장검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추진 중인 검찰 직제개편 이후 형사·공판부로 전환되는 부서를 이끌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13일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하고 형사·공판부를 확대하는 ‘검찰청 사무기구 규정(대통령령)’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김 부장검사가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를 포함해 반부패수사부·공공수사부 등 직접수사 부서 13개가 축소된다.
 

MB와 질긴 악연 주목

 

전남 순천 출신인 김 부장검사는 최근 하청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매달 수백만 원씩을 받아 5억원 안팎의 뒷돈을 수수하고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를 구속했다. 2016년에는 공정거래 부문 2급(블루벨트) 공인전문검사 인증을 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2011~2012년에는 국민의 이목을 끌었던 국회 돈 봉투 사건 수사에 참여해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을 기소하고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과정에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뿌렸다는 의혹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상대방이 승복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는 스타일이어서 검찰 내에서 ‘호남 제갈공명’으로 불린다고 한다.
 

김웅 “거대한 사기극 항의…사직”

 

김 부장검사의 사직은 이날 검찰 내부 2번째 사의 표명이다. 이날 사의를 밝힌 김 교수(부장검사)는 2018년부터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 대응 업무를 맡아왔으나 지난해 여름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교수로 사실상 좌천됐다.
 

김 교수(부장검사)는 이날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축소하는 상황을 두고 “검찰 수사가 자신에게 닥치니 갑자기 직접수사를 줄이고 형사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갈지자 행보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라며 국회에서 통과된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검찰 직제 개편안 추진되면 [연합뉴스]

검찰 직제 개편안 추진되면 [연합뉴스]

그는 “저는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면서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 싸워 국민의 훈장을 받은 이때, 자부심을 품고 떠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적었다. 
 
또 “그깟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말아달라”며 “봉건적인 명에는 거역하라. 추악함에 복종하거나 줄탁동시(啐啄同時) 하더라도 겨우 얻는 것은 잠깐의 영화일 뿐”이라고도 당부했다.
 

줄탁동시란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어미 닭과 새끼가 안팎으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사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수사권 조정 및 검찰 인사, 직제개편 등으로 '검찰 힘 빼기'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추 장관 취임사를 빗대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김 교수의 글에는 300개 넘는 응원의 댓글이 달렸다. 임관혁(54·26기) 세월호 특별수사단장은 “앞날에 행복과 보람이 가득하길 기원한다”고 댓글을 남겼다. 안미현(41·41기) 의정부지검 검사도 “글에 담은 진심이 굉장히 깊은 울림을 줬다”고 썼다. 김유철(51‧29기)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은 “담담한 목소리에 울었고 지금도 울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검란‧항명성 줄사퇴 이어지나

  
설 명절을 앞두고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팀 중간 간부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검란' 수준의 항명성 사퇴가 줄 이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박균택(54·21기) 법무연수원장,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돌아간 이영주 검사장(52·22기) 등이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법무부 대검에 "직접수사부 축소 의견, 16일까지 달라" 공문

 
한편 법무부는 이날 오후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해 대검찰청에 오는 16일까지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대검 관계자는 "오늘 오후에 정식 공문을 받았다"며 "그동안 받아놓은 자료 등과 함께 검토해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민‧정진호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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