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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 112대 소용없다…110명 실려간 여고 '의문의 악취'

대구 경상여고 악취 발생 사고는 과학실 관리 부실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대구 경상여고 과학실 앞 폐시약통들. [연합뉴스, 대구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제공]

대구 경상여고 악취 발생 사고는 과학실 관리 부실 탓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은 대구 경상여고 과학실 앞 폐시약통들. [연합뉴스, 대구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제공]

지난해 9월 2일 오전 9시 40분쯤 대구시 북구 경상여고 강당. 학생과 교사 820명이 모인 가운데 교장 취임식이 진행 중이었다. 갑자기 학생들이 "뭔가 타는 냄새가 난다"며 웅성거렸다. 잠시 뒤 학생 5~6명이 속이 안 좋다며 구토 증세를 호소하며 화장실로 뛰어갔다. 또 다른 학생은 어지럽고, 두통·복통이 있다고도 했다. 강당에서 순간적으로 발생한 악취로 학생과 교사 110명이 대구 12개 병원으로 이송됐다. 참고 있으면 사라지는 단순한 악취가 아니었다는 의미다.  
 

대구 경상여고 지난해 9월 악취 발생
냄새원인 조사나섰지만 아직도 몰라
환경청, 국가유해대기측정망 설치

사고 후 최근까지 수시로 악취 발생 

경상여고 전경. [사진 대구시교육청]

경상여고 전경. [사진 대구시교육청]

악취 발생 사고가 발생한 대구 경상여고. 소방차가 서 있는 건물이 강당이다. [중앙포토]

악취 발생 사고가 발생한 대구 경상여고. 소방차가 서 있는 건물이 강당이다. [중앙포토]

100명 이상을 다치게 한 의문의 악취가 최근까지도 경상여고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9월 2일 사고 후에도 여러 번 악취가 교내에서 발생했고, 악취 정도가 심해 북구청에 도움을 요청한 사례만 3건이다. 대구시교육청 측은 14일 "악취 근절을 위해 학교에 112대의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가동하고, 공기순환기도 36개 모든 교실에 달았다. 하지만 악취가 최근까지도 수시로 발생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9월 2일 사고 후인 같은 달 30일 3학년 12반 교실 앞 복도에서 악취가 났다. 10월 30일엔 운동장 쪽에서 악취가 발생했다. 지난달인 12월 9일에는 학교 본관 아래쪽에서 악취가 올라온다는 신고가 북구청에 접수돼 구청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2017년부터 계속된 의문의 악취

지난해 9월 악취 발생으로 학생과 교사들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중앙포토]

지난해 9월 악취 발생으로 학생과 교사들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중앙포토]

경상여고 강당. [사진 대구시교육청]

경상여고 강당. [사진 대구시교육청]

학교 측과 학생들은 지난해 9월 악취 발생이 처음이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2017년부터 악취가 수시로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3학년 박모(18) 양은 “1학년 때부터 악취가 났고, 지난해엔 냄새가 심했던 적이 두 번 있어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고 집에 간 적도 있다”고 했다. 대구시교육청 확인결과, 2017년부터 9월부터 지난해 9월 2일 악취 사고 발생 직후까지 접수된 경상여고 악취 민원은 8건에 이른다. 
 
문제는 악취 발생 원인을 찾지 못해 학생들의 안전을 아직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경찰·소방·대구시교육청·대구시·북구청 등이 지난해 9월 사고 후 악취 발생 원인 찾기에 나섰다. 대학 교수 등 7명의 전문가로 꾸린 합동조사단까지 발족, 이달 초까지 3개월간의 조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악취 발생 원인은 최종적으로 '원인불명'으로 결론이 났다.    
 
당초 악취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지목됐었다. 우선 대기오염 물질. 경상여고 바로 옆에는 대구 제3 일반산업단지와 염색산업단지가 있다. 공단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이 공기와 바람을 타고 학교로 넘어왔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그런데 조사결과 대기오염 물질과 학교 악취는 연관성이 없었다. 조사단 측은 "대기측정차량까지 동원해 악취물질 22종·휘발성 유기화합물 50종과 공단 대기 발생 물질을 비교한 결과 학교 악취 원인으로 지목할만한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학교 과학실 폐시약이 원인?

경상여고 과학실 한 공간. [사진 대구시교육청]

경상여고 과학실 한 공간. [사진 대구시교육청]

학교 지하 1층에 있는 과학실의 폐시약들도 악취 발생 원인으로 꼽혔다. 과학실에 쌓아둔 폐시약들이 화학 작용을 일으켜 악취를 유발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지난해 9월 사고 직후 학교 강당에서 폼알데하이드 등 과학실 폐시약들과 연관성이 있는 대기 물질이 측정되기도 했었다. 시민단체도 학교의 허술한 과학실 폐시약 관리가 악취 발생 원인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이연주 대구시교육청 보건 담당은 "악취로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간 학생들의 체내에선 일산화탄소 수치가 높게 나왔다. 그런데 과학실 폐시약 발생 물질로는 학생들의 일산화탄소 수치에 대해 설명이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소견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과학실 폐시약은 지난해 9월 사고 후 한쪽으로 치워 환기하며 관리하고, 최근엔 아예 폐기했다. 아직도 학교에 악취가 발생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과학실 폐시약이 악취 원인이라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청, 학교에 국가유해대기측정망 설치

최근까지 원인불명 상태로 악취가 이어지자 환경청이 본격 나섰다. 조만간 학교 4층 옥상에 국가 유해대기 측정망을 설치, 집중 모니터링을 하기로 했다. 대구시도 공공기관에 주로 설치하는 유해 대기측정망을 학교에 달아 악취 발생 원인 찾기에 집중할 방침이다. 
 
대구시교육청은 학교에 과학실 시약만 보관하는 별도의 보관실을 설치하고 강당 등 학교 시설에 공기정화장치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학교 측도 악취가 심할 경우 신고 후 학생들을 귀가 조치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안전을 최대한 챙길 방침이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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