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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빨 뽑힌 날…23년 만에 셔터 내린 판검사들의 아지트

"23년 전 처음 문을 열 때는 이토록 오랜 시간 여러분의 사랑을 받을 줄 몰랐고 여러분의 사랑에 익숙해질 무렵에는 이처럼 급히 여러분 곁을 떠나게 될 줄 몰랐습니다"
 
지난 13일 서초동 인근 23년 된 J카페주점 주인장이 단골 판·검사들에게 폐업을 알리며 보낸 문자 메시지의 일부다. J카페는 서초동 예술의전당 근처 한적한 곳에 자리잡아 양주나 맥주와 간단한 안줏거리를 파는 일반 주점이다. 서초동에선 판·검사들의 아지트로 이름난 곳이다. 격무에 시달리는 와중에 판·검사들은 이곳에서 1~2시간 내로 양주 같은 독주를 마시며 동료·선후배와 속 터놓고 이야기했다. 현 고위직 판·검사들도 초임 검사 시절부터 다니며, 중요 사건 처리에 결의를 다지는 장소이기도 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7시 무렵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이어온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 등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검찰 직제 개편안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국회에서는 여당 주도로 검찰의 힘을 빼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강행 처리됐다. '윤석열 사단'을 좌천하는 인사 발령에 이은 검찰 '이 뽑기' 조치다. 
 
이 와중에 판·검사들의 아지트 노릇을 했던 장소가 없어진다는 소식이 들리자 서초동은 여러모로 심란한 분위기였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속 터놓을 곳이 없는데, 아주 아쉽다"고 말했다. 현직 부장판사도 "지난주에도 거기서 술을 마셨다"며 "요즘 그런 아지트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J카페가 갑작스럽게 문을 닫는 사정을 들어봤다. J카페 직원에 따르면 김영란법과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저녁 술자리 문화가 크게 달라지면서 영업이 어려워진 게 배경이 됐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J카페 건물주가 아무런 협의 없이 계약을 만료했다고 한다.
 
J카페 직원은 "현 자리에서만 15년을 장사했는데, 갑작스럽게 건물주가 가게를 원상 복구해놓고 나가라고 한 게 폐업에 결정적 이유"라며 "높으신 판·검사분들이 단골이어서 사장님이 법률 상담 요청도 할 법한데, 그분들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는 절대 안 한다'며 폐업 안내 문자를 돌리셨다"고 말했다. 
 
대형 법조비리 사건으로 서초동 룸살롱 문화가 사라지고 자리 잡은 서초동 카페 문화 역시 10~5년 전부터 사그라들었다. 비싼 양주를 부어라 마셔라 하는 서초동 술자리 문화가 식사 반주 정도로 즐기는 '소맥' 문화로 바뀌고, 밤새 술 먹는 문화도 거의 사라지면서다. 양주만 팔던 곳에서 소주도 내놓으며 어찌어찌 명맥을 이어가던 다른 서초동의 카페도 최근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서초동의 분위기도 한몫했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요즘 서초동 분위기가 촥 가라앉아 있으니까 회식도 안 하고 서로에게 무관심한 분위기"라며 "검찰 내부에서는 내부적으로 누가 적군인지, 아군인지 따져보는 분위기도 생긴다고 하니 술자리를 피하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광우·김수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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