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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봉준호, 아버지 상품권 빼내 배우들 출연료 충당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할리우드에서 연일 수상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북미방송영화비평가협회(BFCA)가 주관하는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감독상·외국어영화상 2관왕에 올랐다. 사진은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할리우드에서 연일 수상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북미방송영화비평가협회(BFCA)가 주관하는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감독상·외국어영화상 2관왕에 올랐다. 사진은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지난주 제77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새해 들어 접한 가장 기쁜 소식이다. 뉴스를 보며 나도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영화사상 최초 골든글로브 수상으로 세계 영화 중심지인 할리우드에서 우리 영화의 실력을 입증했다.
 

빨간 마후라, 후회 없이 살았다 - 제132화(7646)
<17> 할리우드 뒤흔든 ‘기생충’

26년 전 단편 ‘백색인’으로 인연
신영청소년영화제서 장려상 받아
골든글로브 수상 내 일처럼 기뻐
재능 있는 후배들 계속 지원할 것

지난해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이제 제92회 아카데미상을 바라보고 있는 봉 감독과 ‘기생충’ 제작진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미국에서 드라마 제작도 추진한다고 하니 이 또한 반갑다.  
 
충무로 전체의 경사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감회가 남다르다. 1961년 한국영화 처음으로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마부’(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의 기억도 새로웠다.
 
봉 감독이 태어나서 영화로 처음 받은 상이 내 이름을 따서 만든 상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는 연세대 사회학과 재학 시절 단편영화 ‘백색인’(1994)으로 ‘신영청소년영화제’ 단편영화 부문 장려상을 받았다. 백색인은 화이트칼라, 이른바 우리 사회 인텔리들의 이기주의와 무심함을 비판한 영화다. 봉 감독은 당시 워낙 돈이 달리다 보니 아버지의 와이셔츠 상품권을 빼돌려 주연배우 김뢰하씨에게 출연료 대신 줬다고 한다. 많지 않은 상금이라도 그에게 의미가 각별했을 것 같다.
 
지난해 11월 6일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의 아름다운예술인상 영화예술인 부문에서 봉 감독이 선정됐다.  
영화 ‘기생충’ 제작진들이 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한국 매체 간담회에서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들고 있다. 왼쪽부터 송강호, 이정은,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작가 한진원, 봉준호 감독. [연합뉴스]

영화 ‘기생충’ 제작진들이 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한국 매체 간담회에서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들고 있다. 왼쪽부터 송강호, 이정은,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작가 한진원, 봉준호 감독. [연합뉴스]

 
봉 감독은 ‘기생충’의 북미 개봉 일정 때문에 미국에 체류 중이라 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영화라는 걸 해보겠다고 덤벼들던 시기에 저를 가장 처음으로 격려해준 것이 신영청소년영화제였습니다. 25년이 지나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의 아름다운예술인상을 받게 된 게 길고도 의미 있는 인연이라 더 큰 기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아름다운예술인상을 통해 고난 속에서도 전진해 나가는 많은 창작자와 예술가들이 더 힘을 얻고 응원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 인텔리들의 이기주의 꼬집어
 
봉준호 감독이 대학생 때인 1994년 연출한 단편 영화 ‘백색인’에 출연한 배우 김뢰하. [중앙포토]

봉준호 감독이 대학생 때인 1994년 연출한 단편 영화 ‘백색인’에 출연한 배우 김뢰하. [중앙포토]

‘백색인’에서 ‘기생충’까지 봉 감독의 성장사를 비교적 가까이서 지켜본 충무로 선배로서 그의 수상 소식이 내 일처럼 감격스러운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 60여 년 영화계에 몸담으면서 수많은 상을 받기도 하고 줘보기도 했다. 막 도약하려는 영화인에게는 이런 상 하나가 엄청난 격려와 힘이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90년대 신영청소년영화제도 그런 취지에서 운영했다.
 
2010년 500억원 상당의 사재를 기부해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을 설립한 후로는 ‘필름게이트’라는 단편영화 사전제작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두 차례 다섯 작품씩 선정해 제작비 600만원을 지원한다. 영화 연출, 시나리오, 촬영 등 제작 분야의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2013년에는 재단의 지원을 받아 만든 문병곤 감독의 단편영화 ‘세이프’가 제66회 칸영화제에서 단편 경쟁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단편으로는 한국영화 첫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13분 분량의 이 영화는 불법 사행성 게임장 환전소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여대생이 가불금을 갚기 위해 돈을 몰래 빼돌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날카롭게 꼬집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생충’과 ‘세이프’의 칸영화제 수상은 영화계 지원 사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한국영화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노출된 후배들이 많다. 꿈과 열정만으로 젊은 시절 영화에 투신했다가 노후가 힘들어지기도 한다.
 
문화예술계 진흥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설립한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이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지금까지 평생을 영화·연극에 헌신한 분들의 자녀 416명에게 장학금을, 한국영화의 내일을 열어갈 인재 81명에게 단편영화 제작비를, 어린이들 743명에게 영화의 꿈을 심어주기 위한 어린이 영화캠프 참가비를 지원해왔다. 아름다운예술인상 수상자 35명을 포함해 총 1275명과 인연을 맺었다.
 
재단 설립 초기부터 이사장을 맡아온 배우 안성기씨와 언론인 출신 김두호 상임이사 등이 많은 수고를 해주고 있다. 지난해 아름다운예술인상 시상식 때 안성기 이사장의 인사말이 내가 꼭 하고 싶은 말과도 같다.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의 아름다운예술인상을 누구나 받고 싶어하는 상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겠습니다. 올해가 한국영화 100년인데 우리 재단도 내친김에 100년을 향해 달려가겠습니다.”
  
칸영화제 단편 황금종려상 받은 문병곤
 
아름다운예술인상 중에서도 특별히 애착이 가는 건 2018년 신설한 ‘굿피플예술인상’이다. 지난해 수상자는 연예인봉사단체 설립, 연탄 배달 봉사, 장기기증 서약 등 꾸준히 선행을 해 온 최수종·하희라 부부였다. 최수종씨는 “앞으로도 신영균 선배님의 발자취를 따라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축복의 통로가 되도록 더욱더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 상의 취지와 의미를 잘 이해해주고 있어 고마웠다.
지난해 신영균 문화재단 시상식에 함께한 신영균, 최수종·하희라 부부, 김지미. 김경희 기자

지난해 신영균 문화재단 시상식에 함께한 신영균, 최수종·하희라 부부, 김지미. 김경희 기자

 
내 평생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이 재단을 설립한 것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영화배우로 살면서 받은 사랑의 씨앗을 충무로 곳곳에 다시 심으려고 했다. 우리 영화인들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수록 토양이 비옥해지고 탐스러운 열매가 맺히리라 믿는다. 제2, 제3의 봉준호 감독도 그렇게 탄생할 것이다. 다음 달 9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들려올 낭보를 기다려본다.
 
정리=박정호 논설위원,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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