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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이 간다] ‘공익’ 배치할 곳 없어 전통시장에까지 보낸다

‘3년 대기 뒤 면제’ 사회복무 요원 올해도 1만 명 

이달에 사회복무 대상자 중 9000여 명이 복무를 전혀 하지 않고도 병역 면제 처분을 받는다.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을 받고 복무 의사를 밝혔으나 3년 동안 배치되지 못한 이들이다. 배치 신청 이후 3년이 지나면 규정에 따라 자동으로 면제가 된다. 병무청 예측에 따르면 올 7월에도 1000명 이상이 면제 처분을 받는다. 도합 1만 명 이상이 올해에 사회복무를 못한 채 소집 해제 대상이 된다. 지난해에는 1만1457명이 같은 연유로 면제가 됐다. 2018년에는 ‘3년 대기 뒤 면제자’가 2313명이었다. 최근 수년 새 부쩍 늘었다.
 

장정 많아 현역 판정률 낮추니
사회복무 증가하는 ‘풍선 효과’
3년 대기에 인생 계획 뒤엉키고
국가의 병역관리 체계에도 구멍

병무청은 사회복무 요원 적체 해소를 위해 배정 인원을 늘리는 작업을 벌여왔다. 2015년에 2만4000개였던 자리가 현재는 3만5000개로 불어났다. 5년 새 1만1000개가 증가했다. 그런데도 1만 명 이상이 갈 곳이 없어 면제 처분을 받는다. 병무청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와 사회복지시설에 자리를 더 마련하려고 온갖 노력을 했으나 여의치가 않았다. 이 정도가 최선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자체와 정부의 예산 문제 때문에 사회복무 요원 규모를 대폭 늘리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통시장에도 보내기로
 
다양한 곳에서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회복무 요원들. 2019년 말 기준으로 약 6만 명이 복무하고 있다. 사회복지 분야에 2만300여 명, 행정 보조 업무에 2만1000여 명이 배치돼 있다. [사진 병무청]

다양한 곳에서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회복무 요원들. 2019년 말 기준으로 약 6만 명이 복무하고 있다. 사회복지 분야에 2만300여 명, 행정 보조 업무에 2만1000여 명이 배치돼 있다. [사진 병무청]

병무청은 올해 전통시장 72곳에 105명의 사회복무 요원을 보낸다. 서울에서도 청량리시장 등에 7명을 배정한다. 병무청 측은 “전통시장은 화재 대비나 질서 유지에 취약하나 이를 수행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조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통시장에서 주차 안내 등을 하게 될 텐데 이게 과연 병역의 의무를 대신할 정도로 공익적인 일이냐” 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장에서 안내 또는 질서 유지를 하는 것은 여성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 이런 일까지 사회복무에 포함한다면 여성도 사회복무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병무청 관계자는 “화재 대비 등의 안전과 관련한 일을 주로 맡도록 하겠다. 안내 요원으로 배치하려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 직접 배치되는 것이 아니고 인근 동사무소 등에 소속돼 시장 관리 담당 공무원 업무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통시장에 사회복무 요원을 배치하자고 주장해 온 안규백(더불어민주당) 국회 국방위원장은 “시장에서 손님들 안내도 하고, 상인도 돕고 하면서 사회 경험을 쌓으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사회복무 요원의 역할은 병역법 2조에 규정돼 있다. ‘국가기관, 지자체, 공공단체, 사회복지시설의 공익 수행에 필요한 사회복지, 보건·의료, 교육·문화, 환경·안전 등의 사회서비스 업무 및 행정 업무 지원’으로 정해져 있다. ‘전통시장 관리 요원’이 지자체에 소속돼 안전 관련 업무를 한다고 해도 시장이라는 민간 영역에서 사회복무 의무를 이행한다는 점에서 병역법의 취지와는 어긋난다는 게 비판자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병무청은 도대체 왜 전통시장에 보내는 ‘아이디어’까지 짜냈어야 했을까? 배치해야 할 장정은 많은데, 보낼 곳은 적어서다. 3년을 대기시켜도 보낼 곳이 마땅치가 않다.
  
‘골칫덩이’된 사회복무 요원
 
다양한 곳에서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회복무 요원들. 2019년 말 기준으로 약 6만 명이 복무하고 있다. 사회복지 분야에 2만300여 명, 행정 보조 업무에 2만1000여 명이 배치돼 있다. [사진 병무청]

다양한 곳에서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회복무 요원들. 2019년 말 기준으로 약 6만 명이 복무하고 있다. 사회복지 분야에 2만300여 명, 행정 보조 업무에 2만1000여 명이 배치돼 있다. [사진 병무청]

사회복무 대상자가 넘쳐나는 것은 ‘인구 구조’와 병력 감축 때문이다. 2008년에 한국의 20세 남성 인구는 32만9000명이었다. 이후 차츰 늘어나 2014년에 38만 명으로 증가했다. 그 뒤로 다시 감소세로 접어들었으나 여전히 30만 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올해 기준으로는 33만1000명이다. 특히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계속 35만 명이 넘었다. 이들은 19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의 아들들이다.
 
20세 남성 인구 변화

20세 남성 인구 변화

병역 자원은 이렇게 증가했는데, 군 병력은 줄었다. 올해도 2만 명을 줄인다. 병력 감축 계획에 따라 병무청은 현역 입영 대상(신체검사 1∼3급)의 기준을 높였다. 시력이 나쁘거나 비만인 경우 4급 판정을 받는 비율이 커졌다. 2012년의 신체검사에서 현역 처분율이 91.3%였는데, 2018년에는 이 비율이 80.4%로 떨어졌다. 현역 판정을 까다롭게 하니 사회복무 대상자가 불어날 수밖에 없었다. ‘풍선 효과’다.
 
현역 처분율

현역 처분율

사회복무 대상자가 3년을 기다리는 것은 고통이다. 대학생이라면 해마다 12월과 6월에 복무 신청을 하고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소집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학업 계획이 그 결정에 영향을 받는다. 올해에 갈 수 있을지, 내년이나 후년에 가게 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로 기다려야 한다. 그러다가 일부는 면제가 되고, 나머지는 배치가 된다. 20대 중반에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게 돼 진학이나 사회 진출 계획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해당 청년에게 당혹스러운 일이 벌어진다.
  
김종대 “사회복무 없애야”
 
다양한 곳에서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회복무 요원들. 2019년 말 기준으로 약 6만 명이 복무하고 있다. 사회복지 분야에 2만300여 명, 행정 보조 업무에 2만1000여 명이 배치돼 있다. [사진 병무청]

다양한 곳에서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회복무 요원들. 2019년 말 기준으로 약 6만 명이 복무하고 있다. 사회복지 분야에 2만300여 명, 행정 보조 업무에 2만1000여 명이 배치돼 있다. [사진 병무청]

국방 전문가인 김종대(정의당) 의원에게 사회복무 요원 적체 문제에 관해 물어봤다. 그는 “사회복무 제도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복무 요원 적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나쁜 제도 때문에 청년들이 쓸데없이 고생한다. 사회복무 제도를 폐지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사회복무는 사실상 ‘강제 노역’을 시키는 것이다. 학력 수준이 낮거나 육체와 정신의 상태가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정을 받은 사람은 병역에서 면제시키면 된다.”
 
‘병역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지 않겠나.
“군 복무에 적합한 사람은 복무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복무하지 않도록 하는 건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신체가 허약하거나 학력 수준이 낮은 이들은 이미 ‘사회적 약자’다. 그들에게 사회적 노역까지 담당하도록 하는 것은 공정성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전통시장에 사회복무 요원을 배치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병역을 자신들의 이해에 이용하는 행태다. 서울에 배치되는 7명 중 6명이 동대문구의 시장으로 간다. 그 지역 지역구 의원이 전통시장에 보내자고 주장해왔다. 성사가 되자 이를 선거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당사자인 안규백 의원에게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그는 “동대문구가 전국에서 시장이 가장 많은 곳이다. 내가 지역구에서 생색을 내려고 사회복무 요원 시장 배치를 주장했다는 것은 오해다”고 말했다.)
 
시장에서의 안내 같은 일은 여성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성 평등 병역’ 문제로 연결해 논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근본적으로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의 인구 구조로는 징병제를 계속 유지하기가 어렵다. 2030년이 되면 현역 자원이 부족하게 된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정략적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현역 처분율 상향도 위험
 
병무청의 사회복무 요원 적체 해소 방안에는 ‘현역 처분율 상향 조정’이 포함돼 있다. 80.4%까지 떨어진 현역 판정 비율을 9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2022년에는 20세 남성 인구가 25만 명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어차피 현재의 현역 판정률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이에 따라 비만이나 시력 문제로 4급 판정을 받는 경우는 크게 준다. 고교 중퇴자나 중졸자도 다른 신체적 문제가 없다면 3급 판정을 받는다. 김종대 의원은 “현역 처분율이 80%가 넘으면 군에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병역 약자’를 군에 보내는 것은 다른 군인을 위험하게 한다. 군의 관리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현역 판정 기준이 시기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것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병역 자원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국가가 책임질 일이다. 한해 1만 명 이상이 3년 대기 뒤 면제 처분을 받고, 급기야 전통시장에까지 사회복무 요원을 보내는 것은 과학적이지도, 체계적이지도 않다. 정부가 과연 할 일을 제대로 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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