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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의혹 유해용 무죄···양승태·임종헌 어떻게 되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연합뉴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연합뉴스]

 “공시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0분 남짓한 선고 내내 굳은 표정으로 서 있던 유해용(54)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재판장이 “피고인은 무죄”라며 주문을 읽은 직후 이 판결을 공시할 것인지 물어봤기 때문이다. 유 전 수석은 두 손을 모아 깍지 낀 채 책상을 짚고 재판부의 물음에 답했다. 
 
1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박남천)는 유 전 연구관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유 전 연구관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과 관련한 소송 경과 등을 정리해 문건으로 만들고 이를 청와대로 유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ㆍ공무상비밀누설)를 받았다. 대법원 연구관 시절 작성한 문건을 퇴직 후 변호사 사무실로 유출한 혐의(절도ㆍ개인정보보호법위반ㆍ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도 적용됐다. 대법원 재직시절 관장했던 사건을 변호사가 돼 수임했다는 의혹(변호사법 위반)도 제기됐지만 이날 1심에서는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모든 혐의 무죄 판결

유 전 연구관의 직권남용 및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는 유 전 연구관이 받는 혐의 중 유일하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직접 맞닿아 있는 혐의다. 임종헌 전 차장의 USB에서 박 전 대통령 측근 소송과 관련한 ‘사안 요약 문건’이 나왔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유 전 연구관을 기소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피고인과 임종헌의 공모를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짧게 판결했다. 사실관계 자체가 증명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에 구체적인 법리적 판단으로 나아가지도 않았다. 지난 결심 공판에서 유 전 연구관 측은 “사안 요약 문건이 임 전 차장의 USB에서는 나왔지만 청와대 PC나 관련자 누구의 이메일에서도 나온 일은 없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검찰 진술 때는 연구관에게 사안 요약 문건 작성을 지시해 임종헌에게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재판에 와서 그 진술을 번복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 전 연구관측이 “당시 검찰 진술 조서는 검사의 반복된 추궁에 진술했을 뿐”이라고 주장한 점을 인정했다.  
 
유 전 연구관이 대법원 재직 시절 갖고 있던 파일을 변호사 사무실로 갖고 나온 혐의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해당 파일이 공공기록물관리법에서 처벌 대상이 되는 공공기록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그런 인식이나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재판 연구관 시절 대법원에 접수된 사건을 변호사 때 수임해 변호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건에 대해서는 “재판연구관들의 진술이나 사건의 처리 경과를 고려했을 때 피고인이 직무상 취급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유 전 연구관은 재판 직후 "공정하고 정의롭게 판결해준 재판부에 감사하다"는 소회를 밝혔다.
            

공소장 일본주의ㆍ포토라인 인격권 침해 주장 배척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2018년 9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2018년 9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공소사실에 대한 유ㆍ무죄 판결에 앞서 재판부는 유 전 연구관측이 주장한 ▶공소장일본주의 ▶포토라인에 의한 인격권 침해 ▶과잉ㆍ표적 별건 수사 ▶위법한 압수 수색 ▶피의사실공표 주장에 관해서도 판단을 내놨다.  
 
재판부는 유 전 연구관측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이른바 포토라인은 국민의 알 권리 실현 등을 위해 자율적으로 설정된 것으로 수사기관이 개입하지 않은 점에 비춰볼 때 강제 소환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과잉ㆍ표적 수사나 피의사실공표 주장 역시 “수사가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고, 수사기관이 기자들에게 알려준 내용이 기소된 범죄를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지 않다”고 봤다.  
 
다만 압수 수색 범위가 영장이 허가한 범위를 일부 벗어난 점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영장 집행 중 수사혐의와 관계없는 새로운 별건의 문건을 수집한 점은 인정되지만 공소제기 절차 자체가 규정을 위반해 무리하게 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 "항소해 1심 판결 바로잡을 것"

검찰은 이날 재판 결과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재판 기밀인 연구관 검토보고서 출력물 및 파일이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다수 발견돼 충분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행이거나 범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점에 대해 1심의 사실 오인 및 법리 오해에 대해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이날 오후 입장을 냈다. 
 

다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에 영항 있을까

유 전 연구관의 재판은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과 관련해 법원이 내놓은 첫 판단이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및 고영한ㆍ박병대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기소하고 이와 별도로 10명의 전ㆍ현직 판사를 지난 3월 기소했다.  
 
유 전 연구관과 임 전 차장이 공모했다고 검찰이 기소한 사안에 대해 법원이 “증거가 없고 공모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추후 임 전 차장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관심사다. 유 전 연구관의 나머지 혐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다른 전ㆍ현직 법관과 공모관계는 아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제기했던 이탄희 변호사는 재판 이후 “사법 농단의 본질은 헌법 위반이고 법관의 직업윤리 위반이지 형사사건이 본질은 아니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변호사는 “형사 판결로 사법 농단이 위헌성과 부정함이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며 “정의와 부정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어온 역사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글을 썼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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