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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범이 대마도에서 훔친 '부석사 불상'… 소유주 놓고 3년째 항소심

절도범들이 일본에서 훔쳐 국내로 들여온 불상의 소유권을 놓고 진행 중인 재판이 길어지고 있다. 1심 판결이 나온 지 3년이 지났지만, 항소심 판결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 9일 충남 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봉안위원회가 대전 소재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인도를 기원하는 법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9일 충남 서산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봉안위원회가 대전 소재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인도를 기원하는 법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지법, 2017년 1월 "부석사의 소유" 판결
국가 대리한 검찰 "진위 명백히 밝혀야" 항소
항소심 재판부 현장검증 거치고도 판결 안해
원우 스님 "불상 훼손중, 조속히 판결 내려야"

12일 대전고법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월 26일 대한불교 조계종 부석사(충남 서산시)가 국가를 상대로 낸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 인도 소송’에서 대전지법이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인 판결과 관련, 대전고법 민사1부에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 2016년 4월 부석사는 일본 쓰시마(對馬) 사찰에서 도난당한 뒤 한국으로 반입된 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법원에 “불상의 주인인 부석사로 돌려달라”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부석사가 소송을 제기한 지 9개월 만인 2017년 4월 대전지법 민사12부(재판장 문보경 부장판사)는 “그동안 진행한 변론과 불상에 대한 현장검증을 통해 불상이 부석사 소유로 추정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증여·매매 등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도난·약탈 등의 방법으로 쓰시마로 운반된 뒤 봉안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역사·종교적 가치를 고려할 때 불상 점유자는 원고인 부석사에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려사에는 불상이 제작된 1330년 이후 5차례에 걸쳐 왜구가 서산 지역에 침입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불상에 남아 있는 그을린 흔적과 함께 있어야 할 보관(寶冠)·대좌(臺座)가 없는 점도 약탈의 근거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지난 2013년 1월 29일 대전지방경찰청에서 금동관음보살좌상 등 불상 2점을 훔쳐 우리나라로 들여온 뒤 몰래 내다 팔려 한 일당을 검거한 뒤 불상을 언론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지난 2013년 1월 29일 대전지방경찰청에서 금동관음보살좌상 등 불상 2점을 훔쳐 우리나라로 들여온 뒤 몰래 내다 팔려 한 일당을 검거한 뒤 불상을 언론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1심 선고 직후 국가를 대신해 소송을 맡은 검찰은 항소했다. 불상이 부석사 소유인지에 대한 진위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본과의 외교분쟁도 우려한 조치였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우리는)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해 불상의 반환을 요구해왔다. 그런 가운데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극히 유감”이라고 항의했다.
 
일본 쓰시마 간논지(觀音寺)에 있던 금동관음보살좌상은 높이 50.5㎝, 무게 38.6㎏으로 14세기 초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973년 일본에서 문화재로 지정됐다.
 
사건이 발단은 2012년 12월 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인터폴을 통해 한국 경찰에 “쓰시마의 절과 신사에 보관돼 있던 불상 2점이 도난당했다”며 공조 수사를 의뢰했다. 일본 정부가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경찰은 국내 반입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 과정에서 그해 10월 8일 손모(당시 61세)씨가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해 들여온 ‘모조품 불상’ 2점이 일본에서 도난당한 불상과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세관에서 진행한 모조품 감정 의뢰기록과 불상 사진 등도 일본이 보내온 정보와 일치했다. 경찰은 골동품상을 통해 불상을 거액에 판매하려던 일당을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손씨는 운반책에 불과했다. 문화재 절도전과 13범이던 김모(당시 69세)는 일본 쓰시마에 국보급 문화재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현지답사 등을 통해 치밀하게 절도를 준비했다.
2013년 검거된 문화재 전문 절도단이 일본 쓰시마에서 불상을 절도한 사건의 경위. 그래픽=중앙일보

2013년 검거된 문화재 전문 절도단이 일본 쓰시마에서 불상을 절도한 사건의 경위. 그래픽=중앙일보

 
문화재청과 공동으로 수사를 진행한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2년 10월 6일 새벽 경비가 허술한 틈을 이용, 3곳의 사찰과 신사를 돌며 불상 2점과 대장경 1점을 훔쳤다. 가치가 낮다고 판단한 대장경은 현지에서 버리고 불상 2점만 후쿠오카를 통해 배편으로 들여왔다. 일본의 수사 요청으로 김씨 등의 범행이 밝혀졌고 마산의 한 냉동창고에 보관 중이던 불상 2점도 회수됐다.
 
사건이 공개되면서 불상에 대한 소유권 논란이 불거졌다. 부석사 측은 불상 안에서 발견된 ‘결연문’을 근거로 소유권을 주장하며 2016년 4월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신도들의 불심을 담는 복장 기록물 중 하나인 결연문에는 ‘1330년경 서주(충남 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
 
현재 불상은 국립문화재연구소(대전 유성구 소재)에 보관 중이다. 2심을 맡은 대전고법 민사1부는 원고인 부석사 측에 18개 항목에 달하는 설명을 요청한 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현장검증도 진행했지만, 선고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는 1월 8일과 6월 25일 두 차례에 서류검토만 진행했다고 한다.
 
선고가 지연되자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제자리 봉안위원회는 “관음상 손등과 무릎 부위에 녹이 피는 등 훼손이 우려된다”며 부석사가 아닌 다른 장소(예산 수덕사 성보박물관)에 봉안해달라는 조정 의견서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5월 9일 충남 서산의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봉안위원회가 대전지법 앞에서 법원의 조속한 재판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9일 충남 서산의 부석사 금동관세음보살좌상 제자리봉안위원회가 대전지법 앞에서 법원의 조속한 재판을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석사 전 주지인 원우 스님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도 자신들의 소유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나 자료를 입증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관음보살좌상에 대한 보존처리가 되지 않아 훼손이 진행 중이라 조속한 판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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