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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의 시시각각]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김영삼 전 대통령(1927~2015)은 집권 때 업적보다 야당 시절 민주화 운동이 빛났다. 1979년 9월 김영삼 신민당 총재가 뉴욕타임스와의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민주화를 위한 미국의 압력은 내정간섭이 아니다. 미국은 국민과 유리된 정권,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다수 국민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희 정권은 김영삼의 발언을 사대주의에 이적행위로 몰아갔다. 79년 10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1 집권당인 공화당과 제2 집권당인 유정회가 다수결 날치기로 제1 야당 총재를 국회의원직에서 제명했다. 이때 김영삼이 한 유명한 말이 “나를 제명하면 박정희는 죽는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였다. 훗날 뒤의 말이 더 유명해졌다.
 

윤석열 해임하려는 문재인 정권
‘검찰개혁’ 명분 정권수사 못 덮어
김영삼 제명 뒤 박정희 몰락했다

박정희 대통령과 불길한 측근인 차지철 경호실장은 오판을 했다. 김영삼을 쫓아내면 민주화 운동이 없어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민주화 운동의 원인은 김영삼이 아니라 정권 자체의 비민주적인 행동이었다. 김영삼은 결과였다. 따라서 김영삼을 솎아낸다 해도 정권의 비민주성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김영삼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2019년 말 우리는 제1 집권당과 제2, 3, 4, 5 집권당이 합세한 소위 1+4라는 임의집단이 문희상 국회의장을 앞세워 예산안, 선거법, 공수처법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비민주적 사건을 경험했다. 왜 이리 무리한 짓을 하는가 싶었다. 새해 들어 이 정권은 청와대와 민주당의 개입 의심이 있는 울산시장 선거 공작, 유재수 감찰 무마, 조국 일가 비리들을 수사하던 검찰 지휘부를 싹 도려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부에 ‘항명’했다는 말들이 당·정·청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이로써 모든 상황이 명료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와 이낙연·추미애의 행정부, 이해찬 대표의 민주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거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임기가 있는(2021년 7월) 윤 총장의 손발을 잘라 중도 사퇴케 하려 했는데, 여의치 않자 항명을 끌어들여 해임 수순을 밟고 있는 듯하다.
 
나라의 실권자들 여럿이 모여 기껏 검찰총장 한 명 자르겠다고 저리 듣도 보도 못한 선무당 칼춤을 추고 있으니 참 못난 정치다. 특히 문 대통령은 자기 이름으로 임명장을 준 사람을 다루지 못해 안달하는 형국이다. 윗사람으로서 민망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것이 대통령이 공사 구분없이 법치를 경시하며 자기 진영의 보스(진중권의 9일 페이스북) 노릇만 하다가 생긴 일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내일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한다는데, 윤석열 총장에게 엄중한 법의 집행을 주문하고 그 결과 청와대 측근 몇 명이 감방을 가더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읍참마속의 자세를 취해 주었으면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재임 시 그런 태도를 보였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기억할 것이다.
 
오늘까지의 상황으로만 보면 문재인·이해찬·이낙연·추미애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김영삼을 제명한다고 민주화 운동이 없어지지 않은 것처럼 윤석열을 해임한다고 정권의 부패 및 선거개입 수사가 묻히지 않는다. 정권에 비리 혐의가 발견됐기에 수사가 벌어졌다. 윤석열을 제거한다고 수사가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검사가 특별히 정의로워서가 아니라 증거와 진술은 조작이 불가능하게 문서화돼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친문재인 검사가 오더라도 물증이 가리키는 쪽으로 수사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정권의 수뇌들은 오판하지 않길 바란다. 닭의 울음은 새벽의 등장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새벽이 오니 닭이 운 것이다. 닭의 울음을 중지시킨다고 새벽이 덮어지지 않는다. 1979년 10월 박정희 유신체제는 김영삼을 제명한 뒤 22일 만에 사망했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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