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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한의 퍼스펙티브] 사회참여 인재 키우지 않는 대학은 쓸모없어진다

살 만한 세상을 위한 교육 

하버드대의 대표적 학생 조직 필립스브룩스하우스(PBH)가 지원하는 사회참여 프로그램들. 매사추세츠 서머힐 주민들과 지역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학생들. [필립스브룩스하우스 웹사이트]

하버드대의 대표적 학생 조직 필립스브룩스하우스(PBH)가 지원하는 사회참여 프로그램들. 매사추세츠 서머힐 주민들과 지역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는 학생들. [필립스브룩스하우스 웹사이트]

초연결·초지능·초고령화 흐름 속에서 정체성 위기를 경험하지 않는 조직은 없지만, 특히 대학은 밀접하게 관련된 거대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코세라(Coursera)·에드엑스(edX)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최고 권위자의 강의를 어디서나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인터넷 기술환경이 갖춰졌다. 또 테드(TED)를 비롯해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고의 교육을 인터넷 통해 공짜로 받는 시대 맞아
해외 대학들은 지역·국제 문제 해결하는 역할 강조
하버드대는 전교생이 사회 기여하는 활동 장려해
한국 대학들도 사회참여 지도자 양성 역할 맡아야

인간이 했던 역할을 인공지능(AI)이 대체하는 영역이 넓어지며 더는 필요 없는 교육 분야도 늘고 있다. 대학 도서관은 과거 가장 많은 정보가 모여있어 그 자체가 지식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이젠 그와 비교가 안 될 만큼 방대한 정보를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최첨단 연구시설을 독점했던 대학이 이제 더 최신의 시설을 갖춘 보다 민간과 공공 연구소에 밀리고 있다. 또 과거 기업에서 일할 인력 양성을 대학이 맡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기업 자체의 교육 기능이 발전하였다. 최근 구글·애플·IBM 등 미국 다국적 기업들이 대학 졸업장을 채용 과정에서 요구하지 않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시간 차원도 달라졌다. 과거 평균수명이 60~70년이던 시절 주효했던 4년의 교육 기간이 100세 시대에도 적절할지, 한 번의 대학 전공 교육으로 평생 하나의 직업을 가지던 과거와 비교해 2번 이상의 직업적 삶을 살아야 하는 환경에서 현재 포맷의 대학 교육이 작동할지 재고해야 한다.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 인구 구조는 대학의 미래에 최악의 재앙이다. 특히 우리의 초저출산율은 대학의 존립 자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출산 절벽이 있었던 2002년생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0년도 입시부터 지원생이 줄어 정원이 미달하리라는 것은 오래된 경고였다. 이보다 더 총체적 위기란 없을 정도다.


인터넷 통한 저비용 교육은 대학에 위기
 
대학의 위기는 우리만의 문제일까, 전 세계의 문제일까. 앞서 언급한 우리나라 저출산율을 제외한다면 유사한 환경에 놓인 해외 대학들도 대학 교육 종말에 대한 경고를 받았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1997년 포브스 인터뷰에서 “지금으로부터 30년 동안 대학 캠퍼스는 유물이 될 것이다. 대학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고 예측했다. 인터넷을 통해 저비용으로 제공하는 강의와 수업으로 인해 물리적 대학 건물은 필요성이 잃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아직 7년이 남은 예측이므로 두고 봐야겠지만, 인터넷을 통한 교육 인프라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했다는 점에서 반은 적중했다. 해외 대학들은 변화하는 시대를 맞아 위기에 노출돼 있으나 새로운 적응에 전력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사회 참여적 대학의 새로운 역할이다.
 
참여대학의 4대 과제

참여대학의 4대 과제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내 지적 자원들이 협력하여 사회에 참여하는 역할, 즉 과거에 세상과 구분되어 순수학문을 추구함으로써 대학 존재의 의미를 찾았던 것과 반대로, 지역사회와 국제사회에 밀접히 연계하고 참여하는 참여대학(Engaged University)으로 변모하고 있다.
 
‘참여’는 자원봉사 같은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대학과 사회’, ‘지식과 산업’, ‘이론과 실천’이 연계돼 유기적 관계를 맺는 의미를 가진다. 이제 유럽과 미국 유수의 대학은 시민적 참여라는 기치로 참여대학의 역할을 선포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지도자를 양성하며 현실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하버드대, 사회참여 통해 깨어있는 시민 양성  
 
매사추세츠 맬든 지역 중학생들에게 DNA 추출 방법을 가르치는 학생들. [필립스브룩스하우스 웹사이트]

매사추세츠 맬든 지역 중학생들에게 DNA 추출 방법을 가르치는 학생들. [필립스브룩스하우스 웹사이트]

로런스 바카우 박사는 2018년 29대 하버드대 총장 취임사에서 "대학의 공공봉사 역할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대학의 우선순위로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미래 세대가 다양한 방식으로 더 큰 선(good)을 계속 섬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든 졸업생이 모든 직업에서 적극적이고 깨어있으며 참여하는 시민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버드대에는 1904년 설립된 필립스브룩스하우스(PBH)라는 공공봉사·참여스칼라십센터가 중심이 돼 약 400개의 학생 봉사조직이 활동하고 있다. 이곳의 사회참여 담당 러빗 부학장에 따르면 과거 한해 약 30~35%의 학생이 사회참여 활동을 했으나 최근 급격히 증가해 2019년 졸업생의 80%가 사회참여활동을 했다. 2019년 신입생부터는 전원이 재학 중 사회참여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국내·국제 비영리 영역 활동에 관심 있는 학생에게 구직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하는 공익커리어센터(CPIC), 학생이 고향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학금을 제공하는 여름봉사캠프(3SP), 교육멘토링, 홈리스쉘터, 비영리조직, 국제기구 등의 봉사 활동을 지원하고 필요한 자원과 연결해주는 공공봉사네트워크(PSN), 정치와 공공 영역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정치연구소(IOP)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그는 하버드대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민디치(Mindich) 참여 연구 프로그램을 꼽았다. 강의실 바깥 사회의 질문과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교과 수업, 여름 인턴십, 학생 독립 연구와 교수 지도 연구프로젝트의 4가지를 결합하고 교내 관련 부서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과 전 세계 대상으로 진행된다.
 
러빗 부학장은 “졸업생들이 사회에서 저지르는 부정적 행동이 드러날 때마다 윤리적 진실성을 위한 참여 활동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바카우 총장 취임 이후 공공 활동에 관심 있는 학생을 위한 대규모 기금이 확보되고 사회참여활동이 대학 우선순위에 올라 체계가 확립되었다"며 "사회 변화를 꿈꾸는 학생들의 선한 의지가 지속할 수 있도록 지적으로 돕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은 학생을 체계적으로 사회참여하게 해야
 
보스턴 경찰서장을 초청해 보스톤 치안 문제와 경찰의 역할을 토의한 학생들. [필립스브룩스하우스 웹사이트]

보스턴 경찰서장을 초청해 보스톤 치안 문제와 경찰의 역할을 토의한 학생들. [필립스브룩스하우스 웹사이트]

사회참여 경력은 입학 사정에서도 중요한 요건이다. 다양한 활동 경험과 배경의 학생을 의도적으로 선발해 다양성이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서로의 다른 점에서 서로 배워 사회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넓은 시야를 가진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러빗 부학장은 "참여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교육이며, 자아를 확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사회참여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90년대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대학 내 자원봉사활동이 늘고, 사회봉사 과목이 개설됐으며, 입시 사정에도 자원봉사 경력이 고려되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 차원의 단순한 자원봉사가 아니라 대학의 전문성과 연결돼 체계적으로 진행되는지, 대학 당국이 진정성 있게 우선순위를 두고 재정적·인적 지원을 하고 있는지, 학생들이 교수를 활용해 밀접하게 지도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는지 하는 점에서 보면 대대적 교육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다양성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사회, 성적이 높고 지향점이 유사한 학생들을 선발한 동질적인 우리 대학 문화이지만 잠재력을 갖춘 학생은 많다. 그 학생들을 다양한 분야의 사회 참여적 인재로 양성하는 것이 글로벌 대학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다. 대학의 쓸모를 잃어선 안 된다. 쓸모가 없어진 순간 영혼 없는 건물로만 남을 것이다.
 
키워드
코세라(Coursera)·에드엑스(edX)
코세라는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 교수 두 명이 비싼 등록금을 내지 못하거나,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2012년 개설한 무료 온라인 강의 사이트. 3300만여 명의 회원과 2400여개의 코스를 제공한다. 에드엑스는 2012년 MIT·하버드대가 중심이 돼 시작한 온라인 강의. 서울대 등 국내외 유명 34개 대학과 협력해 강의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210만명이 넘는 수강생을 배출했다.
 
필립스브룩스하우스(PBH)
1200명의 자원봉사 학생들을 두고 70여개의 사회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하버드대의 대표적 학생 조직. 지역사회와 국제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904년 설립.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 등 수많은 지도자를 배출했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 교수·하버드대 객원과학자·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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