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뮤지컬 보며 술 한 잔 하다보니…관객도 배우?

2015년 영국에서 첫 공연된 ‘위대한 개츠비’가 한국에 들어와 다음 달 28일까지 공연된다. 특별히 정해진 무대가 없는 가운데 관객들이 참여하는 공연이다.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2015년 영국에서 첫 공연된 ‘위대한 개츠비’가 한국에 들어와 다음 달 28일까지 공연된다. 특별히 정해진 무대가 없는 가운데 관객들이 참여하는 공연이다.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10일 오후 서울 을지로 그레벵 뮤지엄 2층의 ‘개츠비 맨션’. 피아노가 놓인 작은 무대, 그 옆엔 칵테일 바가 차려져 있었다. 이날 관객 100여 명은 아무 데나 서서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술을 마셨다. 소란스러운 와중에 뮤지컬 배우 마현진이 관객처럼 입장해 무대 곁에 코트를 벗어두고 무리에 섞였다. 첫 대사는 청중 사이에서 나온다. “제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제야 조명이 배우를 비춘다. 마현진 배우가 맡은 역할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1925년 소설 ‘위대한 개츠비’ 중 닉 캐러웨다. 특별히 정해진 무대가 없고, 관객이 극에 참여하는 이머시브(immersive, 몰입형·실감형) 공연 ‘위대한 개츠비’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머시브 공연 ‘위대한 개츠비’
지난달 개막…한국서 먹힐지 관심

관객은 개츠비의 호화로운 집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하고 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술잔을 들고 관객들 옆에 서서 대화를 주고 받고  대화 중 개츠비가 “잠시 전화를 받고 올 동안 기다려주시죠”하고 자리를 옮기면 청중 중 일부는 우르르 그를 따라 서재로 이동한다. 여기에서 관객은 개츠비와 그의 영원한 사랑 데이지의 이야기를 훔쳐 듣듯 알게 된다. 나머지 관객은 또 다른 배우들과 함께 모두 다섯 군데의 방으로 들어간다. 공연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각각의 시점으로 흘러간다.
 
관객이 극에 개입하는 이머시브 공연은 2000년대 초반 뉴욕·런던에서 시작됐다. 대표적으로 히트한 공연은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 셰익스피어 ‘맥베스’의 내용이 뉴욕 한 호텔에서 펼쳐지고, 관객은 100개 넘는 객실을 각자 알아서 돌아다니고 가면을 쓴 관객이 배우와 즉석에서 대사를 주고받는 식으로 극에 참여한다. 영국 극단이 뉴욕에서 호응을 받고 2016년 상하이에 진출해 아직도 공연 중이다. 해외에서는 아예 이머시브 공연을 전문으로 하는 극단과 공연장이 생겨났다. 국내에서 이머시브 공연은 2010년대에 시작돼 2~3년 전이 절정을 이뤘다. 지난달 개막한 ‘위대한 개츠비’는 2015년 영국 요크에서 처음 공연된 뒤 런던 이후 아일랜드·벨기에를 거쳐 한국에 왔다.
 
‘위대한 개츠비’를 제작한 영국의 하츠혼-후크 엔터프라이즈는 이머시브 공연 전용극장을 설립하고 ‘이머시브 닥터후’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크리스마스 캐럴’ 등을 잇따라 제작하고 있다. 가장 최신작인 ‘크리스마스 캐럴’은 스크루지 영감과 함께 식사하면서 극이 흘러가는, 다이닝과 공연의 결합 형태다.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이머시브 공연이 국내 정착 가능성을 재는 척도가 될 듯하다. 제작사인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측은 “관객 중 이제 10% 정도는 컨셉에 맞춰 배우들과 비슷하게 스타일링 한다”고 했다. 관객이 등장인물이 된다는 공연의 개념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공연장인 ‘개츠비 맨션’은 약 400평(1322㎥)이고 한 번에 200명씩만 들어올 수 있다. 이머시브 공연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연을 재관람하는 회전문 관객 비중이 높아야 한다. 제작사에 따르면 한국 ‘위대한 개츠비’ 관객의 2회 이상 관람 비율은 50%로 높은 편이다.
 
이머시브 공연의 관객은 공연을 다 봐도 전체 줄거리는 모를 수도 있다. 배우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기 때문이다. 서사를 포기한 관객들은 자신만의 경험을 가진다. 지난달 내한했던 에이미 번즈 워커 협력연출은 “공연 후 관객끼리 서로 다른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이머시브 공연을 제대로 보는 방법”이라고 했다. ‘위대한 개츠비’는 다음 달 28일까지.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