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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메기탕 vs 곰치국, 겨울 별미의 승자는?

통영에서 맛본 물메기탕. 육수가 아닌 맹물로 끓여 물메기 고유의 시원한 맛이 두드러진다. 백종현 기자

통영에서 맛본 물메기탕. 육수가 아닌 맹물로 끓여 물메기 고유의 시원한 맛이 두드러진다. 백종현 기자

 겨울 별미에 관한 잘못된 상식 하나. 겨울 별미는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이를테면 대게를 겨울 별미로 알고 있지만, 대게는 사실 봄에 제일 맛있다. 동해 갯마을의 어부들은 예부터 복사꽃 필 때 대게 배를 띄웠다. 12월부터 대게를 잡을 수 있어 생긴 오해다. 
 외려 겨울 별미는 겨울에 유난히 생각나는 음식이다. 다른 계절에도 먹을 수 있지만, 추운 날이면 불쑥 떠올라 침이 괴게 하는 맛 말이다. 이왕이면 뜨겁고 개운한 국물이 있으면 제격이다. 지역성이 또렷한 향토 음식일수록 더욱 당긴다. 동해안의 곰치국과 남해안의 물메기탕이 바로 그런 음식이다. 두 음식 모두 추운 겨울날, 코끝이 시린 1월의 아침에 제일 어울리는 음식이다. 두 겨울 별미를 비교했다.

바다로 유혹하는 생선탕
동해안은 묵은지 넣어 칼칼해
남해안은 맑게 끓여 시원한 맛
감칠맛 강한 말린 물메기탕도

국립수산과학원이 2018년 10월에 배포함 꼼치류 물고기 포스터. 그러나 여태 어민과 부둣가 식당에서는 곰치(미거지), 물메기(꼼치)처럼 익숙한 고기 이름을 쓰고 있다. [자료 국립수산과학원]

국립수산과학원이 2018년 10월에 배포함 꼼치류 물고기 포스터. 그러나 여태 어민과 부둣가 식당에서는 곰치(미거지), 물메기(꼼치)처럼 익숙한 고기 이름을 쓰고 있다. [자료 국립수산과학원]

 

 얼큰하다 - 동해 곰치국

강원도 동해 묵호항 경매장에 쫙 깔린 곰치(미거지). 최승표 기자

강원도 동해 묵호항 경매장에 쫙 깔린 곰치(미거지). 최승표 기자

 정확한 이름부터 공부하자. 물메기와 곰치는 사촌지간이다. 둘 다 꼼치류인데 못생긴 게 쏙 닮았다. 강원도에서 곰치, 물곰, 물텀벙으로 불리는 생선은 ‘미거지’다. 전국 바다에서 모두 맛볼 수 있는 물메기의 본명은 ‘꼼치’다. 오죽 헷갈리면 국립수산과학원이 포스터까지 배포했을까. 그런데도 어민과 부둣가 식당, 심지어 지역 수협에서도 익숙한 이름 ‘곰치’를 쓰고 있다.
 곰치(미거지)는 동해안에만 사는 귀한 어종이다. 강원도 동해와 삼척에서 특히 많이 잡힌다. 수협 묵호지점 오재용 경매사는 “곰치 배는 강릉·속초보다 동해가 월등히 많다”며 “곰치는 1년 내내 잡히는데 날이 추울 때 곰치국을 많이 찾으니 겨울에 가격이 오른다”고 설명했다.
동해 일출곰치국에서 맛 본 전통 강원도식 곰치국. 김치가 들어갔는데도 텁텁하지 않다. 최승표 기자

동해 일출곰치국에서 맛 본 전통 강원도식 곰치국. 김치가 들어갔는데도 텁텁하지 않다. 최승표 기자

 곰치국을 맑게 끓이면 물메기탕과 맛이 비슷한데 강원도에서는 어느 식당을 가나 묵은지를 넣은 뻘건 국을 내준다. 어부가 배에서 곰치와 김치 넣고 후딱 끓여 먹던 문화가 이어졌다고 한다. 곰치는 살이 워낙 보드라워 씹을 것도 없다. 호로록 삼킨다는 말이 맞을 듯하다. 한 숟갈 떠먹으면 생선 살이 목젖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넘어간다. 화학조미료와 마늘 맛이 강한 여느 생선탕과 차원이 다르다. 묵호항에 자리한 일출곰치국 황순애 사장은 “김치를 담글 때 젓갈을 안 쓰고 소금으로만 간한다”며 “곰치국은 김치와 함께 끓여야 속이 확 풀린다”고 말했다.
 

 개운하다 - 남해 물메기탕 

 경남 통영의 술꾼이 숙취를 잡기 위해 즐겨 먹던 음식이 물메기탕이다. 심지어 정약전도 『자산어보』에서 ‘맛이 싱겁지만, 술병을 곧잘 고친다’고 물메기(꼼치)를 소개한 바 있다. 
통영 중앙시장에 자리한 원조밀물식당에서 맛본 물메기탕. 갯것으로 만든 밑반찬도 맛있다. 백종현 기자

통영 중앙시장에 자리한 원조밀물식당에서 맛본 물메기탕. 갯것으로 만든 밑반찬도 맛있다. 백종현 기자

 물메기는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잡히는데, 동지를 기준으로 앞뒤로 한 달간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살이 차오르는 시기다. 삼면 해안에서 두루 잡히는데 지역마다 조리 방법이 다르다. 남해안의 물메기탕은 말간 국물이 특징이다. 사실 남해는 생선탕 대부분이 맑다. 대구탕도 맑고, 갈칫국도 맑다.
 통영 물메기탕 맛집으로 통하는 ‘원조밀물식당’ 김정태 사장도 “육수 없이 맑은 물로 끓이는 게 비법”이라고 귀띔했다. “육수를 넣으면 물메기가 아니라 다른 맛이 난다”고 했다.
 물메기탕의 진수는 국물에 있다. 한 숟갈 떠먹으면 맑으면서 시원하고, 깊고도 개운한 맛이 사르르 스며든다. 술 마신 다음 날 아침이면 영락없이 ‘으어’ 소리가 새 나온다. 통영 서호시장과 중앙시장 주변에 물메기탕을 내는 식당이 널려 있다.
전북 군산에서는 바람에 꾸덕구덕하게 말린 물메기를 끓여 먹는다. 감칠맛이 강하다. [중앙포토]

전북 군산에서는 바람에 꾸덕구덕하게 말린 물메기를 끓여 먹는다. 감칠맛이 강하다. [중앙포토]

 전북 군산에서도 물메기를 많이 먹는다. 생선을 햇볕에 꾸덕꾸덕하게 말린 뒤 탕을 끓이는 집이 많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의 문화일 텐데 물메기 특유의 보들보들한 식감은 덜하지만, 감칠맛이 두드러진다.
 최승표·백종현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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