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농구 DB 허웅은 19일 올스타전에서 동생 KT 허훈과 서로 상대 팀으로 맞붙는다. 허훈을 향해 도발하는 포즈를 취한 허웅. 변선구 기자
프로농구 올스타전 양쪽 팀 확정
팬 투표 1위 동생이 자기편 골라
상대편이 뽑는 바람에 형제 갈려
평소 우애, 승부 앞에선 양보 없다
프로농구 올스타전 드래프트 결과를 두고 허웅(27·원주 DB)과 허훈(25·부산 KT) 형제가 나눈 전화통화 내용이다. 올스타전(19일 인천삼산체육관) 팀 구성 결과가 9일 발표됐다. 올스타 팬 투표 1위 허훈과 2위 김시래(LG)는 2일 올스타전 출전 선수 24명을 놓고 드래프트 방식으로 번갈아 지명했다.
‘팀 허훈’ 주장 허훈은 베스트 5로 김종규(DB)·이정현·송교창·라건아(이상 KCC)를 뽑았다. 형 허웅 이름은 ‘팀 허훈’에 없었다. ‘팀 김시래’ 주장 김시래는 최준용·김선형(이상 SK)·캐디 라렌(LG), 그리고 허웅을 뽑았다. 허웅이 ‘팀 김시래’로 간 사연은 이렇다. 드래프트 때 허재(55)가 ‘팀 김시래’의 특별멘토를 맡았다. 허재는 장난삼아 허웅을 추천했는데, 김시래가 그대로 뽑아버렸다. 허재의 두 아들은 올스타전에서 적으로 만나게 됐다.

허웅은 2016, 17년 두 시즌 연속으로 올스타 팬 투표 1위에 올랐다. 허웅은 ‘원주 아이돌’로 불릴 만큼 외모도 준수하고 농구도 잘한다. 허훈은 “정규리그에 형과 두 번 맞대결했는데, 모두 완패했다. 사실 지금도 3점 슛 콘테스트를 연습하고 있다. 난 형만 이기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13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DB 허웅이 KT 허훈의 슛을 가로막고 있다. 형제는 이날 첫 맞대결을 펼쳤다. [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1/10/5729ff94-894d-4415-bcd9-1b105248fa15.jpg)
지난해 2월13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DB 허웅이 KT 허훈의 슛을 가로막고 있다. 형제는 이날 첫 맞대결을 펼쳤다. [연합뉴스]
형제는 지난해 2월 13일 처음 맞대결했다. 허훈은 2017년 KT에 입단했는데, 2014년부터 DB에서 뛴 허웅이 군 복무(상무)를 하면서 맞대결이 늦어졌다. 이 경기에서 허웅이 24점을 넣으며 동생(5점)에게 한 수를 가르쳤다. 보름 뒤 리턴매치에서도 형이 더 잘했다. 허웅은 “제가 (훈이를) 털었는데(압도했는데), 이번에 또 털어야죠”라며 웃었다.
하지만 형한테 ‘털리던’ 예전의 그 동생이 아니다. 허훈은 올 시즌 국내 선수 득점 1위(16.1점), 어시스트 전체 1위(7.3개)다. 리그 최고스타다. 지난해 11월 20일 형의 소속팀 DB를 상대로 3점 슛을 9개를 연속 성공했다. 허웅은 “내가 그 경기에 부상으로 빠지지만 않았다면 기록 (수립)은 막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셀카를 찍는 허훈, 허웅(왼쪽부터).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1/10/bfcb1e23-3d84-48d6-a4bd-d490b6b2baec.jpg)
셀카를 찍는 허훈, 허웅(왼쪽부터). [중앙포토]
두 살 터울인 제는 삼광초-용산중-용산고-연세대를 나란히 다녔다. 거의 같은 팀에서 함께 뛰었다. 허웅은 “훈이는 늘 랭킹 1위로 입학했다. 난 고학년으로 팀을 이끌었다. 호흡이 괜찮았고 쉽게 지지 않았다. 같은 팀에서 뛰는 것도 좋지만, 올스타전에서 형제가 만나 일대일 대결을 펼치면 팬으로선 즐거울 것 같다”고 말했다.
좀 뒤늦은 중학교 1학년 때 농구를 시작한 허웅은 노력파다. 지난해 9일 KGC인삼공사전에서 발목을 다쳐 한달간 결장했고, 11월 9일 복귀했지만 일주일만에 또 허리를 다쳤다. 재활 끝에 돌아온 허웅은 지난달 29일 SK전에서 개인 최다인 35점을 몰아쳤다. 그는 “비시즌인 지난해 6~9월 단 하루도 운동을 쉬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았는데 계속 다쳤다. 인대가 손상돼 스치기만 해도 발목이 아팠다. 속상해서 등 번호도 6번에서 3번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농구 대통령 허재 전 대표팀 감독과 두 아들 허웅과 허훈. [중앙포토]](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1/10/7351e075-232a-4bb9-ad62-325d4ac9251e.jpg)
농구 대통령 허재 전 대표팀 감독과 두 아들 허웅과 허훈. [중앙포토]
허재는 아들들의 맞대결에 대해 “이기는 팀 아들이 내 아들”이라고 말했다. 말은 그래도 막상 올스타전에선 두 아들을 번갈아 응원할 것으로 보인다. 허웅에게 마지막으로 동생한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다. 그는 “훈아! 네가 날 안 뽑았다고? 넌 분명 후회하게 될 거야. 내가 너 볼 잡으면 철저하게 막고 일대일 계속할 거니깐. 두고 보라고. 컴온.” 마치 동생이 앞에 있는 듯 손짓을 했다.

프로농구 DB 허웅은 19일 올스타전에서 동생 KT 허훈과 서로 상대 팀으로 맞붙는다. 허훈을 향해 도발하는 포즈를 취한 허웅. 변선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