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기생충’ 뛰어든 오스카 경쟁 뒤엔…수백억 펑펑 득표전

‘기생충’ 배우 이정은, 조여정, 송강호(왼쪽부터)가 5일(미국 현지시간) 골든글로브시상식 레드카펫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네온 트위터 캡처]

‘기생충’ 배우 이정은, 조여정, 송강호(왼쪽부터)가 5일(미국 현지시간) 골든글로브시상식 레드카펫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네온 트위터 캡처]

표심을 잡기 위해 수천만 달러(수백억 원)를 펑펑 쓴다. 북미에선 그 열기가 “공직자 선거에 비견할 정도”(미국 매체 ‘VOX’)란다. 할리우드 최대 축제 아카데미상을 향한 선거전 ‘오스카(아카데미상 트로피 이름) 캠페인’ 얘기다. 다음달 9일(현지시간) LA 돌비극장에서 열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향한 캠페인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출전했다.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주제가상(‘소주 한 잔’) 예비 후보에 오른 데 더해 13일 발표될 작품상 등 주요 부문 유력 후보로 거론되면서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올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에 이어 이번에도 ‘한국영화 최초’ 행보다.
 

작년 아카데미 3관왕 ‘로마’ 홍보비
“넷플릭스 1200억원 뿌렸다” 소문

세계 8000명 회원들이 수상 결정
할리우드 배우·감독조합 큰 영향력
현지 반응 좋아 ‘기생충’ 측 기대감

아카데미상 후보와 수상작은 전 세계 8000여 명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 회원들이 투표로 선정한다. 예산, 인맥, 공격적인 프로모션 등을 총동원해 선거운동을 펼치는 이유다. 한국의 임권택·봉준호·박찬욱·홍형숙 감독, 배우 최민식·송강호·이병헌·배두나·김민희 등 다양한 국적의 회원들이 합류하고 있지만 여전히 80% 가량은 미국 현지 영화 관계자들이다. 오스카 캠페인 예산은 적게는 수백만 달러에서 많게는 2000만 달러(약 2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투자·배급사 최초로 오스카 캠페인에 뛰어든 CJ ENM 관계자는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경우 아카데미 캠페인 전담팀이 조직 내 상설로 있다”면서 “‘기생충’은 한국 최초로 조직적인 캠페인을 벌여야 하기에 모든 것을 하나하나 부딪혀가며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봉 감독은 지난달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 ‘익스트림 무비’와 인터뷰하며 “작년에 ‘로마’는 넷플릭스가 홍보비로 1200억 원을 썼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 돈이면 한국영화 10편은 찍을 텐데. 수많은 인원들이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경쟁을 펼치는 걸 보며 나나 송강호 선배나 신기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경쟁하는 입장이지만 한편으로는 외부인인 우리 입장에선 대소동처럼 보인다”고도 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로마’는 지난해 아카데미 감독상·촬영상·외국어영화상 3관왕을 차지했다. 봉 감독이 전한 ‘1200억 원’은 통상 오스카 캠페인 예산과 비교해도 엄청난 거액이다. 본지 문의에 넷플릭스측은 정확한 액수를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북미 시상식 시즌을 겨냥해 나온 ‘기생충’ 포스터. 작품상, 감독상 등을 비롯해 송강호를 남우조연상 후보로 미는 문구가 보인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북미 시상식 시즌을 겨냥해 나온 ‘기생충’ 포스터. 작품상, 감독상 등을 비롯해 송강호를 남우조연상 후보로 미는 문구가 보인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총제작비 160억원의 ‘기생충’은 할리우드에선 상대적으로 저예산 영화. CJ측은 이번 오스카 캠페인 예산은 대외비라며 말을 아꼈지만 봉 감독은 익스트림 무비에 이렇게 귀띔했다. “아무래도 디즈니나 넷플릭스 같은 거대 회사가 아니다보니 물량 대신에 (맷돌 돌리는 시늉을 하며) 감독을 갈아넣는 식으로 엄청난 양의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마치 봉고차를 타고 미사리를 도는 유랑극단처럼 하루에 몇 군데씩 움직였다.”
 
이런 여정은 오스카 경연작들이 반드시 참석하는 지난해 8월 미국 콜로라도주의 텔루라이드영화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CJ ENM은 이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와 미국 아카데미 회원 등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를 미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에서 진행했고, 시사회 전후 리셉션이나 파티 등을 열어 우호적인 여론 조성 작업을 펼쳤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앞서 3일(미국 현지시간) 열린 ‘기생충’ 파티에는 “봉준호 팬”을 자처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셰이프 오브 워터’)이 호스트로 나섰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로라 던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참석했다. 지난해 10월 미국 시네마테크에서 개최된 봉준호 회고전, 미국 NBC 방송의 지미 팰런 토크쇼 출연 등도 캠페인 활동에 포함된다.
 
무엇보다 오스카 후보에 들려면 투표권을 많이 가진 미국 배우조합·감독조합 등 할리우드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송강호·이정은 등 ‘기생충’ 출연진이 미국 배우조합상 앙상블상 후보에 호명되자 북미 배급사 네온이 환호한 것도 영화예술아카데미 소속 회원 중 인원수가 가장 많은 부문이 배우이기 때문이다. 비영어권 영화가 앙상블상 후보에 오른 것은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1997) 이후 역대 두 번째다. ‘기생충’은 봉 감독이 조합원으로 소속된 미국 감독조합상 감독상, 작가조합상 각본상 후보에도 올라있다.
 
‘기생충’의 오스카 캠페인용 포스터에는 기존 수상경력과 더불어 후보 선정을 희망하는 아카데미상 부문도 함께 적혔다. 작품상·감독상·각본상·미술상·촬영상·주제가상 등과 함께 송강호의 남우조연상도 주력 부문으로 적혀있다. 송강호가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설국열차’(2013)에 이어 봉 감독과 네 번째 작업하며 북미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점을 공략한 것이다.
 
오스카 캠페인이 이처럼 치열해진 건 20여 년 전부터다. 미국 주간지 ‘더 뉴요커’에 따르면 그 시초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 1990년대 영화사 미라맥스를 이끌던 그는 이전까진 누구도 하지 않았던 영화 시사회, 각종 홍보행사, 연락공세를 펼쳤다. 미국 VOX에 따르면 1999년 아카데미 작품상에 가장 유력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전쟁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제치고 미라맥스의 시대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수상한 배후엔 경쟁작에 대한 나쁜 입소문 전략을 동원한 ‘협박조 캠페인’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 현지에선 ‘기생충’에 관한 밝은 전망이 잇따른다. 할리우드 매체 데드라인은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도 유력하다며 이번에 수상할 경우 역사상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는 두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최초 사례는 1955년 델버트 맨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마티’였다. 또 아카데미 사상 작품상을 비영어 영화가 받은 적도 없었다. 연일 한국영화 최초 신기록을 내고 있는 ‘기생충’이 다음 달 아카데미 역사도 새로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n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