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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몬스터, 중국 최고 럭셔리 백화점을 디자인하다.

중국을 대표하는 최고급 백화점 SKP. 최근 중국 베이징 차오양 거리 SKP 베이징점 남쪽에 새로운 쇼핑몰 SKP-S(South)가 문을 열었다. 정식 오픈은 지난해 12월 12일이었지만 중국 내 명품족뿐 아니라 베이징을 방문하는 국내외 쇼핑객들이 몰려 이미 명소가 됐다. 
 

한국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파격적인 공간 실험
"볼게 없다"는 말 듣던 백화점, 베이징 가면 꼭 들를 명소됐다
매장 수 줄인 대신 로봇, 예술품 들여놓은 색다른 쇼핑몰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우선 대리석, 화려한 조명이 연상되는 럭셔리 백화점의 틀을 깨고 매장 주변과 통로는 검은색을 사용하고 매장명은 붉은색으로 동일한 폰트를 썼다. 대신 매장은 브랜드의 컨셉트에 맞춰 꾸며 제품이 더욱 돋보인다. 
 
또 각 매장은 중국 내에서도 구하기 힘든 한정판 제품들로 꾸몄다. 백화점 관계자는 “각 브랜드가 경쟁하듯 치밀하게 준비했다”면서 “베이징 내에서 한정판이 가장 많이 모인 곳이 SKPS다. 여기에 없다면 베이징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양 떼 수십 마리로 구성한 목장이 백화점 입구다.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지갑을 꺼내기 전에 사진을 찍고 이야기할 거리를 만들어 주자는 게 취지”라고 했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백화점 SKP-S는 입구에 아트갤러리를 연상시키는 공간 구성으로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젠틀몬스터]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백화점 SKP-S는 입구에 아트갤러리를 연상시키는 공간 구성으로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젠틀몬스터]

입구뿐 아니라 백화점과 갤러리의 협업이라 할 만큼 구석구석에 조형물과 재미난 볼거리가 많다. 특히 모든 층에 로봇을 활용한 재미난 작품도 놓여있다. 지하 식당가를 제외하고 지상 1층부터 3층, 1만 제곱미터(약 3000평)의 규모의 쇼핑몰을 기획하고 만든 건 다름 아닌 한국기업 아이아이컴바인드. 
 
2011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해 2015년 500억, 2016년 1000억, 2018년 2000억 매출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둔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를 만드는 회사다. 명품 브랜드 펜디,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과 협업 제품을 출시할 뿐 아니라 중국 화웨이와 스마트안경을 만들고 로봇 회사도 인수하며 기업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런 젠틀몬스터가 이번엔 중국을 대표하는 백화점의 디자인을 맡았다. 프로젝트를 담당한 하예진·최우석·김수정 등 3명의 파트장을 만나 그 이유와 과정을 물었다.
 
맨 처음 어떻게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됐나?
 
최우석(이하 최) "SKP를 운영하는 베이징 화롄그룹 지 샤오안(吉小安 JiXiao'an) 회장이 직접 김한국 젠틀몬스터 대표에게 프로젝트를 제의하면서 시작됐다. 평소 우리 매장을 눈여겨보던 SKP측에서 럭셔리 백화점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좀 더 젊은 층에 다가가기 위한 새로운 쇼핑몰을 고민했던 것으로 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미래의 쇼핑몰을 기획해 달라고 주문했는데 이후 프로젝트 진행까지 맡겼다."
 
김수정(이하 김) "내부적으론 “백화점이란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베이징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을 만들어 보자”고 목표를 정했다. 젠몬의 글로벌 매장을 기획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백화점이나 관광지, 미술관, 행사장은 다 돌아다녔던 터라 우리가 생각했던 쇼핑몰을 보여주기 좋은 기회였다."
젠틀몬스터는 백화점을 사진을 촬영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신개념 놀이터로 만들었다. 이를 위해 내부에 로봇팀을 신설하고 로봇을 이용한 작품들을 곳곳에 설치했다. [젠틀몬스터]

젠틀몬스터는 백화점을 사진을 촬영하고 공유할 수 있는 신개념 놀이터로 만들었다. 이를 위해 내부에 로봇팀을 신설하고 로봇을 이용한 작품들을 곳곳에 설치했다. [젠틀몬스터]

 
공간 디렉팅 과정을 설명해 달라.
 
하예진(이하 하) "디지털-아날로그 퓨처란 주제다. 미래의 디지털이 그리워하는 아날로그를 공간에 표현했다. 1층의 양 떼 로봇들이 있는 ‘퓨처 팜’은 미래에 화성으로 간 사람들이 과거를 그리워해 만든 공간을 표현했다. 2층과 3층 곳곳에도 로봇과 인간,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조합해 갤러리처럼 꾸몄다. 글로벌 아티스트팀과 협업도 했다."
 
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하고부터 1년 6개월 정도 걸렸다. 기획 단계에선 매주 서울과 베이징을 오갔다. 공사가 시작되곤 공간팀 60명을 포함 85명 정도가 근처 호텔에 머물며 일했다. 패션 브랜드 통틀어 공간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사례는 젠몬 외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지난해 유럽의 공간 인테리어 시상식인 프레임 어워즈에서 젠틀몬스터 런던 플래그십 스토어가 싱글 브랜드 스토어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기능, 혁신, 창의성이 기준인데 자체 매장 시공한 곳은 우리가 유일했다. 대부분 컨셉 방향을 정하면 이후부턴 외부와 협업하는 구조인데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내부 인력으로 매장 공사를 진행했다는 의미다. 공간팀엔 순수미술, 설계, 인테리어,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예술 전공자들이 있고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로봇팀도 신설해 다양한 시도를 내부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젠틀몬스터는 백화점 내 매장 수를 줄이는 대신 방문객들이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대폭 늘렸다. 백화점 관계자는 "똑같은 모양의 매장과 획일화된 진열방식을 탈피했다"고 강조했다. [젠틀몬스터]

젠틀몬스터는 백화점 내 매장 수를 줄이는 대신 방문객들이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대폭 늘렸다. 백화점 관계자는 "똑같은 모양의 매장과 획일화된 진열방식을 탈피했다"고 강조했다. [젠틀몬스터]

기존 백화점과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하다.
 
김 ‘백화점은 물건을 사기 위한 공간이어야만 할까?’란 의문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 세계 백화점을 돌아봤지만 1층부터 꼭대기까지 제품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더라. 뭔가 사야 한다는 강박도 느낀다. 소비자 입장에선 입구부터 출구까지 똑같은 감정일 테니 지루하고 답답하고 재미없을 것 같았다. 대게 백화점 다녀와서 하는 말들이 “볼 거 없다” 아닌가. 그렇게도 많은 제품이 있는데. 그래서 목적 없이 가도 재미난 공간을 만들어 봤다. 매장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말이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기억한다. 어떤 공간이든 이야기가 남게끔 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공간은 어떤 곳인가?
 
최 "런던 셀피지 백화점 1층. 그것도 매출이 가장 높게 나오는 공간에 위스키 바가 있더라. 대낮에 거기 사람들이 모여 앉아 노는데 참 신선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모여드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몰려든다는 건 거기에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무언가 있다는 거니까.
 
기존의 방식을 아주 기본적인 부분부터 고민하고 깨트려봤다. 화려한 조명에 하얀 색상 대신 어둡고 단조로운 조명과 색상을 사용한 것도 그래서다. 매장 수가 많은 것도 소비자 입장에선 부담이다. 그래서 비효율적이라 할 만큼 공간을 비웠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가 만든 작품들을 설치했다."
 
하 "몇 년 전 홍대 쇼룸 1층 공간을 2주마다 전시회나 조형물 등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사람들이 찍고 싶은 공간 그리고 그 이미지를 공유하고 싶은 공간이면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SKP 관계자는 “피렌체에만 있던 구찌 가든을 SKPS에 오픈했다. 몽클레르 역시 프로젝트 컬렉션인 지니어스 모든 상품을 매장에 보유하고 있다”면서 “루이뷔통, 디오르 등 대부분의 브랜드 매장에선 기존 매장에서 구하기 힘든 제품을 위주로 구성했다”고 하더라. 명품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한정판 제품을 가져다 놓거나 매장을 파격적으로 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김 "건너편에 SKP 베이징점이 있으니 명품 브랜드 입장에선 ‘왜 또 입점해야 하지?’란 의구심이 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들 역시 획일화된 공간에 답답함을 느꼈고 새로운 형태의 쇼핑몰과 공간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것 같다."
 
하 "젊어지고 싶은 명품의 욕구가 있었다. SKP베이징점은 베이징 내에서도 매출이 가장 높다. SKPS를 통해 럭셔리에 ‘젊은 이미지’도 추가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담당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실제로 오픈 이후 젊은 소비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들었다. 보통 사러 갔다 “볼 게 없다”며 실망하는데 우리 프로젝트는 놀러 갔다가 구매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현재 젠틀몬스터 직원은 500명이지만 프로젝트 시작 당시엔 300명이었고 공간팀은 60명이었다. 직원 5분의 1이 전 세계 22개 매장을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기획하고 구성했다. 그만큼 공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김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 항상 서로 묻는 말이 “새로운가?”, “이 도전은 어떤 도움이 되는가?”이다. 채널이 다양화되고 콘텐츠 제작이 쉬워지면서 새로움을 느끼기 힘든 시대가 됐다. 우린 공간을 통해 위로받고 기억하고 상상하며 용기를 얻는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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