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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돌아온 어부의 아들, 7억 배 월 30만원에 구했다

전남 신안군 청년 어부 김순용(왼쪽)·문순일씨가 어선을 구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신안군 청년 어부 김순용(왼쪽)·문순일씨가 어선을 구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내 배 한 척 없이 6년을 어촌에서 살아왔습니다. 비록 임대지만 인제야 배를 몰게 돼 감개무량합니다.”
 

신안군, 배 사들여 청년 어부에 임대
올해 청년 어선 임대예산 20억 배정
7~8년 된 9t급 어선 가격 7억원
임대 가격에 2억 넘는 어업권 포함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 사는 김순용(48)씨. 그는 지난해 12월 신안군에서 마련한 어선(9.77t급)을 임차한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17년 전 고향인 신안군 비금도에서 목포시로 향했다. 비금도에서 태어나 3대째 살아온 어부의 아들이었지만, 아버지 병 치료 때문에 육지 생활을 했다. 그는 10년을 목포에서 살다 2013년 어부가 되겠다며 다시 비금도로 돌아왔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김씨는 목포에서 하던 사업을 접고 집까지 팔아 3억원을 만들었지만, 이 돈으로 어선을 사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섬에서는 7~8년 된 9t급 어선 가격이 7억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중고선박이 비싼 것은 어업권 가격까지 포함된 가격이어서다. 7억원 가운데 배가 4억2000만원, 허가권이 2억8000만원 선이다. 하지만 김씨에게는 어업권도 없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남획, 어족자원 확보 등을 이유로 새로 어업권을 허가하지 않고 있어 조업을 하려면 이미 허가 난 어업권을 다른 사람에게 사야 한다.
 
결국 김씨는 비금도에서 2년 6개월 동안 다른 사람의 어선에서 선원으로 일했다. 급기야 최근 3년간은 막노동과 시금치 농사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갈 정도였다.
 
이러던 김씨에게 지난해 희소식이 들렸다. 신안군이 역점시책으로 청년에게 어선을 빌려주는 ‘청년이 돌아오는 신안’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동네 후배 2명과 어선 임대 신청서를 냈다. 이들 모두 40대지만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고령화가 심한 신안에서는 ‘청년’으로 통한다.
 
신안군은 지난해 11월 9t급 ‘천사 1호’와 24t급 ‘천사 2호’를 각각 7억원과 10억원에 매입했다. 신안군은 천사 1호는 비금도에서 조업하는 김씨에게, 천사 2호는 흑산도 먼바다까지 나가는 다른 어부에게 임대했다. 배를 빌리겠다는 사람이 144명이나 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김씨 등은 배 임차료 형식으로 매월 30~50만원을 낸다. 어선 구매비의 원금과 이자(이자율 0.5%)가 포함된 돈이다. 어선 구매 비용을 모두 내면 소유권은 임차인에게 넘어온다. 이들은 또 신안으로 이주한 청년 어부를 고용해 노하우를 전수해야 한다.
 
김씨는 “신안 앞바다에는 목포·여수·군산·통영 등 다른 지역에서 온 어선이 대부분”이라며 “목포 먹갈치 중 50%는 신안 앞바다에서 잡히고 영광 굴비도 대부분 신안이나 진도 앞바다에서 잡히는 데 어선을 마련하지 못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새우를 주로 잡는 다른 비금도 어선들과 달리 봄철에는 광어와 병어·갑오징어를, 여름에는 민어를 잡는다. 9~10월은 갈치와 조기잡이에 나설 계획이다.
 
신안군은 올해에도 배를 사서 청년 어부에게 빌려주기 위해 20억원을 확보했다. 신안군 관계자는 “어선 임대 문의가 상당히 많다”며 “앞으로 천사 100호까지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씨는 “신안에 사는 청년 어부가 신안 인근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 번 돈으로 어선을 사면 신안군은 다시 이 배를 사서 저렴한 가격에 임대할 수 있다”며 “이런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지면 바다로 돌아오는 청년 어부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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