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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스펙’으로 미국 명문대 가는 아이들

라크로스는 미국 대학 입시용 스포츠로 출발했지만,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잔디구장에서 이 학교 라크로스팀 선수들이 연습하고 있는 모습. 김상선 기자

라크로스는 미국 대학 입시용 스포츠로 출발했지만,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잔디구장에서 이 학교 라크로스팀 선수들이 연습하고 있는 모습. 김상선 기자

인천 A고 2학년 윤모(19)군은 매주 토요일 학교에 간다. 교내 라크로스(lacrosse)팀 주장으로 친선경기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경기장(학교 운동장)이 영종도에 있어 교통이 불편하다. 토요일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온 학부모 승용차가 학교 주변을 에워싼다. 이 학교 라크로스부는 국가대표 출신 교사가 지도한다. 윤모군은 “선생님 덕분에 미국 현지 못지않은 체계적 훈련이 가능하다. 남들은 배우고 싶어도 못하는데,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스포츠 사교육 ② 라크로스 스펙
미 대학선 스포츠 성과자 가산점
올림픽 입상자도 종목 과외 강사
펜싱·승마·조정 상류층 종목 인기

라크로스는 미국에서 탄생했다. 캐나다 원주민의 ‘바가타웨이’라는 놀이에서 유래했다. 그물망이 달린 라켓으로 고무공을 잡아채고 던져 상대 골대에 넣는 종목이다. 하키와 럭비를 섞어 놓은 형태다. 라크로스 장비는 고가다. 1년에 한 번꼴로 구매한다. 100만원을 훌쩍 넘긴다. 대부분 미국에서 직구(직접 구매)한다. 배송비·관세도 수십만원이다. A고는 학생 부담을 덜어주려고 헬멧·스틱 등 기본 장비를 제공한다. 윤군은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용품을 자비로 업그레이드한다.
 
라크로스를 비롯해 펜싱, 승마, 조정 등은 국내 특목고 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종목이다. 이들 종목은 미국에서도 ‘상류층’ 스포츠로 통한다. 배우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인기의 비결은 아이비리그 등 다수의 해외 명문대학교가 해당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낸 학생을 선호하는 데 있다. 엄광용유학플래너닷컴 부천유학원장은 “미국 대학은 스포츠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학생에게 선발 때 가산점이나 장학금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학교에 라크로스부가 없거나, 있어도 좀 더 잘하고 싶을 때는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미국 서부지역 명문대에 간 정모(22)씨는 라크로스 덕분이라는 걸 부인하지 않는다. 정씨 아버지는 “유학업체 소개로 국가대표 코치 출신 지도자에게 회당 10만원씩 주고 주 2회 (라크로스) 과외를 시켰다. 중학교 때부터 5년간 주말마다 집에서 60㎞ 떨어진 훈련장으로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고 말했다.
 
단체 종목은 함께 하는 팀이 필요하다. 그래서 개인 종목을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장모(20)씨는 중학생 시절 서울 용산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2년간 펜싱을 배웠다. 장씨는 “펜싱대회에 입상하면 미국 대입에 도움이 된다는 정보를 접하고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로부터 주 1~2회, 회당 한 시간 반씩 배웠다. 강습료는 회당 15만원이었다. 펜싱복·칼 등 장비 구매에만 별도로 수백만 원을 썼다. 장씨는 “수강생 상당수가 국제학교에 다니며 외국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SAT(미국 수능)가 2400점 만점(현재는 1600점)이던 시절, 2000점대 점수에 펜싱 국제대회 입상 경력을 더해 미국 동부 명문대에 합격한 사례가 학부모 사이에서 화제였다. 아이비리그 대학에 지원하려면 SAT 2200점 안팎이 합격선이던 시절이다.
 
해외 명문대 입학을 바라는 학생 상당수가 입시용 스포츠 사교육을 받는다. 관련 시장 규모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학부모나 학생이 이런 사실을 외부에 숨기려 하기 때문이다. “자식 뒷바라지가 지나치다”, “유난을 떤다” 등 일각의 냉소적 시선도 이들을 침묵하게 한다. 폐쇄적 환경이 바뀌기 어려운 데다, 정확한 현황 파악도 거의 불가능해 입시용 스포츠 사교육 시장은 계속 ‘그들만의 리그’로 남을 전망이다.
 
계기야 어떻든 운동하며 땀 흘리는 걸 비판할 수는 없다. 라크로스 그 자체에 반해 매주 경기에 나서는 윤군 같은 이들을 위해 저변을 넓히는 게 중요하다. 한국외대 용인 캠퍼스 국제스포츠레저학과 라크로스팀 김선우(23)씨는 “우리 팀은 입시와 상관없는 성인팀이다. 국제대회 출전을 꿈꾸며 훈련하지만, 마땅한 지도자를 찾기 힘들어 팀원 중 경험 많은 사람이 신참을 가르친다. 비용을 낮추고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정책이 생긴다면 입시용 스포츠라는 부정적 시선을 걷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지훈·피주영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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