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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땅 말고 하늘에 베팅···수직이착륙 전기차 띄운다

현대차의 CES 2020 현장. 6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도심 항공 빌리티(UAM)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의 CES 2020 현장. 6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도심 항공 빌리티(UAM)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지난 6일(현지 시간) 미국 라이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 2층. CES 2020에 참가한 현대차그룹 미디어 콘퍼런스 행사장은 시작 2시간 전부터 줄을 선 각국 미디어 관계자로 북새통을 이뤘다. 완성차 업체가 발표하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라는 미래 비전을 듣고, 행사장 안에 실물로 구현된 모형을 보기 위해서다. UAM을 위한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와 '개인용 비행체(PAV)' 그리고 다양한 모빌리티의 환승 거점 역할을 하는 '허브' 모형이 이날 공개됐다. PBV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카페·병원·서점 등 라이프 스타일을 담은 '바퀴 위의 리빙 공간'이다.  
 
모형들은 2259년을 배경으로 한 SF 영화 '제5원소'에 나오는 미래 모빌리티처럼 전위적인 모습을 띄었다. 특히 행사장 한복판에 자리 잡은 지름 3m 크기의 허브 모형과, 개인 비행체 'S-A1'가 눈길을 모았다. 'S-A1'은 헬리콥터와 드론의 결합한 전기차 기반 수직이착륙(e-VOTL) 기체로 조종사 포함 5~6명이 탑승할 수 있다. 우버 에어처럼 도심의 거점에서 공항까지 이동하기에 적합한 기체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우버가 함께 협력해 만드는 개인용 비행체(PAV) 디자인.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과 우버가 함께 협력해 만드는 개인용 비행체(PAV) 디자인.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CES2020에서 공개한 UAM 허브. 지상과 공중의 이동수단이 연결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CES2020에서 공개한 UAM 허브. 지상과 공중의 이동수단이 연결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발표장 무대에 선 신재원 현대차 UAM사업부 부사장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도심 상공을 열어줄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와 있다"고 말했다. 또 "하늘길은 지상의 복잡한 교통 혼잡으로부터 해방"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비행의 민주화를 가져올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30여 년을 근무한 신 부사장은 지난해 9월 현대차로 영입돼 이번이 첫 공식무대 데뷔다. 재임 기간은 짧지만, 현대차 안팎에선 이날 발표한 UAM의 설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이날 우버와 협업도 발표했다. 신 부사장은 "나의 좋은 친구"라며 에릭 앨리슨 우버 엘리베이트 총괄을 무대로 불러세웠다. 앨리슨은 "현대차는 UAM 분야에서 우버의 첫번째 파트너"라며 "현대차의 생산 능력과 우버의 기술 플랫폼이 힘을 합치면 도심 항공 네크워크 분야에서 큰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장식했다. 2년 만에 CES를 찾은 정 부회장은 "미래 모빌리티의 근간은 인간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UAM은 인류의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깊이 생각한 결과"라며 "끊김 없는 이동의 자유를 통해 '인류를 위한 진보'를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또 발표 마지막엔 "CES 2020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였다. 
 
정 수석부회장은 콘퍼런스 후 미디어와 가진 스탠딩 미팅에선 UAM의 사업 시점을 못박았다. 정 부회장은 "2028년, 한국과 해외에서 상용화할 것"이라고 했다. 또 최근 모빌리티 분야를 이끌며 느낀 소회도 전했다. "투자도 많이 하고 좋은 파트너들도 만났다. 사람들에게 편한 것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행사장 뒤편엔 국토교통부 관계자들도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대통령 주제로 열린 '2030 미래차 전략'에서 UAM 관련 지원을 약속했다. 이날 행사를 참관한 이랑 국토교통부 미래 드론 교통담당관은 "당시 현대차가 발표 전이라 '2025년 실용화'라고 했지만, 사업을 할 민간 기업이 나타난 만큼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오는 5월 '드론 교통 5년 계획' 발표 등 제도 마련과 인프라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이 담당관은 "정부는 기본적으로 교통 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하늘길을 정해줘야 하고, 관제·인증·안전확보 등이 있다. 가장 빠른 속도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로드맵에 따르면 UAM은 2023년 시제기 개발을 시작으로, 2029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현대차 CES 2020 현장. 6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 세번째)과 신재원 부사장(왼쪽 두번째),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오른쪽 세번째), 이상엽 전무(오른쪽 첫번째) 도심 항공 빌리티(UAM)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 CES 2020 현장. 6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 세번째)과 신재원 부사장(왼쪽 두번째),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오른쪽 세번째), 이상엽 전무(오른쪽 첫번째) 도심 항공 빌리티(UAM)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이날 발표는 세계 5위 자동차 제조사 현대차그룹이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날로 평가된다. 지상엔 전기차, 하늘엔 전기차 기반 수직이착륙(e-VOTL) 기체를 통해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를 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차두원 한국인사이트연구소 박사는 "지상과 항공을 아우르는 토털 모빌리티 서비스 공급자로 변신한다는 것"이라며 "UMA라는 새 목표를 향해 그룹의 역량을 재점검하고 재결집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CES 2020에서 발표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 청사진. [사진 현대차]

현대차가 CES 2020에서 발표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 청사진. [사진 현대차]

차 박사는 "토털 모빌리티 서비스도 결국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우버 택시로 글로벌 최선두에 선 우버 엘리베이트가 제조업 강자인 현대차와 팔짱을 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5등 현대차가 글로벌 1등이 가능한 목표로 UAM을 선정한 것"이라며 "리딩 기업이자 초우량 스타트업인 우버와 협업이라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비전을 발표한 현대차가 경쟁해야 할 상대는 많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물론, 이번에 손을 잡은 우버를 포함한 글로벌 차량 공유 업체, 기존 항공사도 유사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신재원 현대차 부사장은 이날 "분명 시장을 보았다"고 밝혔다.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 사장은 "다른 교통수단보다 50% 비쌀 것"이라며 구체적인 가격도 제시했다.  
 
 
정 부회장의 구상대로 2028년 상용화를 위해선 정부의 규제가 얼마나 속도감 있게 해소될지,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하려 할지, 현대차가 기존 제조 기반 기업 문화를 버리고 얼마나 빠르게 신기술 개발에 성공할 지가 관건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도심을 날아다는 차에 대해선 차로나 차선, 높낮이 규정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규정을 선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고, 나아가 플라잉카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생태계 조성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제주도 같은 특정 지역을 플라잉카 자유 지역으로 만들어 관광 목적의 플라잉카부터 양산하고, 전세계 플라잉카는 여기 와서 테스트 해라 하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라스베이거스=김영주 기자, 박성우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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