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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이 “안녕하세요” 인사할 때, 당신의 반응은?

기자
박헌정 사진 박헌정

[더,오래] 박헌정의 원초적 놀기 본능(61)

동네를 한 바퀴 돌며 필요한 물건으로 자전거 바구니를 채운다. 제과점, 정육점, 철물점…. 내 기분 탓일까? 오늘따라 어디에서도 내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 나오면서 큰소리로 인사하면 깜짝 놀라 더 크게 인사하는 점원도 있고, 귀찮은 듯 마지못해 끄덕이는 주인도 있다.
 
아내에게 말했더니 ‘대접받고 싶으면 잘 입고 다녀라, 로션도 잘 바르고...’하며 잔소리한다. 인사 한번 받겠다고 삼겹살 사러 가면서 몸치장에 시간을 허비하고 싶진 않다. 옷차림 탓도 아니다. 비싼 옷은 아니지만 깨끗하게 입었고, 가게 사람들 역시 평범한 일상복 차림이다.
 
우리는 인사를 어떤 구체적인 관계로의 진입문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낯선 이와의 인사에 있어 지나치게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것 같다. [사진 Pixabay]

우리는 인사를 어떤 구체적인 관계로의 진입문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낯선 이와의 인사에 있어 지나치게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것 같다. [사진 Pixabay]

 
손님이니까 ‘갑’의 위치로서 인사받고 싶은 건 절대 아니다. 온라인몰이나 자동판매기에서 물건 살 때는 인사를 기대하지 않는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주유소 기계음 아닌, 인간의 목소리에서 온기를 기대했나 보다.
 
나는 인사를 잘 하는 편이다. 조금이라도 안면 있으면 먼저 인사하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곧잘 인사를 건넨다. 먼저 인사 받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상관없다. 난 직장생활을 통해 인사 기능이 ‘기계적으로 내장’된 사람이니까.
 
그런데 상대의 반응은 다양하다. 대개는 밝게 응답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크게 ‘불편, 무시, 당황’인데, 이를테면 “아, 예”하며 인사를 받는 것도 뭣도 아닌 어정쩡한 표정이거나(불편), 답례랍시고 고개만 까딱이거나(무시), 아니면 ‘누구지? 나 알아?’ 하는 표정으로 눈 크게 뜨고 쓰윽 훑는다(당황). 그 짧은 순간이 참 민망하다. 인사하기 싫으면 받기라도 잘 하면 좋겠다.
 
가끔은 상대방의 태도 때문에 먼저 인사해놓고 약간 찜찜할 때가 있다. 나를 아랫사람이나 ‘을’로 여기는 듯한 태도 때문인데, 주로 지인도 초면도 아닌 사람들이 그러는 걸 보면 인연이 무르익기 전에 자기 마음대로 서열을 정하는 것 같다. 인사는 꼭 아랫사람이 먼저 해야 하는 걸까?
 
아내는 사람들이 거리를 두고 싶어 인사를 피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손해 볼 인사 좀 작작하라는 핀잔일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인사의 ‘용도’에 무신경하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했을 때의 표정, 어조, 음성을 보면 반가움인지, 특별한 목적인지, 못 본 척 할 수 없어 딱 그만큼 예의를 갖추려는 건지 알 수 있는데 일단 판단을 유보하는 것 같다.
 
아이들은 인사를 활기차게 잘 한다. 인사를 잘 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그것을 가르쳐준 어른들은 점점 인사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사진 박헌정]

아이들은 인사를 활기차게 잘 한다. 인사를 잘 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그것을 가르쳐준 어른들은 점점 인사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사진 박헌정]

 
사실 생활 속의 인사는 대부분 그 자체가 교류의 시작이고 끝이다. 예식장 원탁 테이블에서 초면인 사람과 동석할 때 간단히 인사하면 그 시간이 편하다. 인사 끝나면 신경쓰지 않고 밥 먹고 헤어지면 그만이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인사 다음에는 계속 이야기 나누고 끝내 친교 상태가 되어야 할 것 같은 부담을 갖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인사 목적은 딱 하나, ‘친해지기 위한’ 접근이고 ‘구체적 관계’로의 진입문이다. 그러니 일단 격식이 있고 책임도 따른다. 꼭 필요할 때 하고, 아니면 신중히 해야 한다. 그러니 길을 물을 때도 실례인 줄 알지만 재빨리 다가가서 다짜고짜 “지하철역이 어디죠?”해야 서로 간에 쉽고 편하지, “안녕하세요?”부터 시작하면 ‘뭐야? 안 믿어. 안 사!’하는 시선으로 경계한다.
 
같은 공간에서 모르는 척하며 지내기 불편해서 ‘당신한테 아무런 적의(敵意)가 없다’는 뜻을 표하는 것, 그것을 ‘가벼운 인사’라고 하는데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인사가 무겁다. 그러니 공원이나 지하철에서 보면 노인들은 그 ‘무거운’ 인사를 건너뛰고 초면에 곧바로 친해지기도 한다.
 
대부분의 인사는 큰 목적보다는 그 순간의 편안한 관계를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에 반사적으로라도 ’네, 안녕하세요.“로 화답하면 어떨까? [사진 Pixabay]

대부분의 인사는 큰 목적보다는 그 순간의 편안한 관계를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에 반사적으로라도 ’네, 안녕하세요.“로 화답하면 어떨까? [사진 Pixabay]

 
서양 사람들은 이런 가벼운 인사를 잘 하고 인사 후 서로 어느 정도까지 오갈 건지 암묵적인 약속이 비교적 잘 되어있는 듯하다. 나는 예전에 그들의 친절한 눈빛에 끌려 조금 더 이야기를 붙였다가 상대가 살짝 옆으로 비켜서는 것을 느끼곤 ‘아차!’ 하며 되돌아 나온 적이 있었다.
 
영화 '달마야 놀자'에서 산사의 조폭들과 승려들이 신경전 끝에 ‘부처님 앞에 삼천 배’ 시합을 한다. 조폭 김수로가 “내가 얼마나 예의 바르고 인사를 잘하는데”하며 촐싹대며 시작했다가 녹초가 되는 장면에서 웃음이 터진다. ‘절(拜)=인사=예의’라는 등식 사이의 빈틈 때문이다. 체력을 앞세워 삼천 배를 성공했다 한들 조폭이 갑자기 양순해질 리 없다.
 
그렇지만 형식이나 시스템이 행동을 끌어내는 경우도 많다. 요즘 서울에선 버스에 오르면서 기사한테 “안녕하세요”하고 먼저 인사하는 시민이 많아졌다. 버스회사의 캠페인 덕분에 기사들이 어색하게라도 먼저 인사를 시작한 덕분이다(요즘은 어감도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그러니 입이 더 굳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해야 인사가 자연스럽게 입에 붙는다.
 
인사가 얼마나 좋은 건지, 인사의 맛을 제대로 느껴보려면 초등학교 입학 전인 동네 꼬마들에게 먼저 “안녕?” 해보자. “안녕하세요!”하고 크게 대답하는 게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하루 종일 기분이 상승한다. 어른이 되면서 잃는 것 가운데 인사가 가장 아쉽다.
 
수필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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