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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코리아] 김정은, 체제 안정 위해 위기 조장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학연구소 소장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학연구소 소장

북한의 새로운 길은 정면돌파전을 표방한 진지 강화로 나타났다. 북한은 현 정세를 소련파와 연안파가 공모해 김일성을 축출하려했던 ‘8월 종파 사건’이 있었던 ‘1956년 위기’와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하고, 그 때처럼 당 전원회의 결정서로 신년사를 갈음했다. 당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지금의 정세를 “중중첩첩 겹쌓이는 가혹한 시련과 난관”으로 평가하고 정면돌파전을 선언한 것은 대미용이기도 하지만 대내용 성격이 더 강하다. 3대 수령체제 안착을 자축하는 특권층(노멘클라투라)의 단합 대회로 볼 수도 있다.
 

북한 정면돌파는 대내용 성격 강해
평화체제 구축에 북한 끌어들여야

위기는 3대에 걸쳐 지속하는 수령체제의 영양소다. 베버는 위기 때 카리스마 권력이 과도적으로 나타나고 위기가 해소되면 법적·합리적 권력으로 넘어간다고 봤다. 그러나 북한에서 카리스마 권력은 3대에 걸쳐 유지되고 있다. 냉전체제, 분단체제, 수령체제 등에서 지속적으로 위기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전원회의에서 구체화한 김정은 시대 정면돌파전은 김정일 시대 90년 후반부의 ‘수세적인 제2의 고난의 행군’에서 핵 억제력 강화에 근거한 ‘공세적 자력갱생대진군’으로 진화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했던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는 공약을 접고,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나라의 존엄을 지키고 제국주의를 타승하겠다”며 ‘제3의 고난의 행군’을 주문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재가 아프다’는 속내를 들켰고,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가 비핵화를 추동할 유일한 수단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북한은 전원회의에서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자력갱생으로 난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전략노선과 행동방침을 공식화했다. 북한은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미·소 대결 구도가 북·미 대결구도로 전환됐다고 하면서 핵 개발의 동기를 북·미 적대관계에서 찾았다. 그 연장선에서 북한은 오늘의 북·미 대결을 ‘자력갱생과 제재의 대결’로 압축했다.
 
그동안 북한은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 문제를 ‘단계별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풀어나갈 것을 요구해왔다. 북한은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아 평화체제와 비핵화 문제를 연계한 ‘평화비핵 프로세스’가 작동하지 못했다고 보고,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미국의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 주장에 맞서 ‘선 대북적대시정책 철회 및 평화체제 구축, 후 비핵화’로 입장을 바꿨다. 북한이  2017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 파괴’, ‘화염과 분노’에 겁먹었을 때는 남한을 ‘중재자’, ‘촉진자’로 내세워 위기를 돌파했지만, 이제는 북한 스스로  미국에 대해 ‘불안과 공포’를 안길 수 있는 “주변정치정세의 통제력을 제고”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하면서 시간이 북한 편임을 강조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미국이 제재를 통해 그들을 붕괴시키려는 ‘평화적 이행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미국의 본심’이라고 결론짓고, “충격적인 실제 행동”과 “새로운 전략무기 목격”을 공언했다. 북한이 핵억제력 강화와 관련한 대미 압박카드들을 나열하면서 ‘외교전선’ 강화와 “공세적인 조치들”을 언급한 것으로 볼 때 협상의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운신의 폭을 넓혀’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의제로 한 ‘평화의 문’을 열어나간다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가속화할 기회는 올 것이다.
 
북·미 적대관계에서 산생된 북핵 문제는 한국전쟁의 산물이다.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4자회담을 적극 추진하여 평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 한국전쟁을 끝내기 위한 우리의 ‘새로운 길’을 찾아야 위기 발생의 근원을 없애고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으며, 카리스마 권력의 법적·합리적 권력으로의 전환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북한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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