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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욱'이 부른 전쟁 위험···키워드로 본 미국 vs 이란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에선 반전 집회까지 등장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에선 반전 집회까지 등장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사태가 심상찮다.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바다 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닌 것이, 이름도 생소한 거셈 솔레이마니의 죽음은 6일 개장할 한국 주식시장에서 당신이 보유한 주식의 값어치를 떨어뜨릴 수도 있고, 휘발유 가격은 더 올릴 공산이 크다. 
 
실제로 이란의 혁명수비대(쿠드스군)를 이끌던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미국이 제거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인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한 달 내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국제 유가는 브렌트유 기준 4%포인트 올랐다. 정치적으로도 함의가 크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미 압박 선택지도 이란 사태 진전의 종속변수일 수 있다. 이번 미국 vs 이란 사태를 알기 쉽게 키워드 두 개로 정리했다.  
 
지난해 이란에서 열린 반 트럼프 시위. 트럼프 대통령의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은 이란 반미 감정에 기름을 부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이란에서 열린 반 트럼프 시위. 트럼프 대통령의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은 이란 반미 감정에 기름을 부었다. [AFP=연합뉴스]

 

①트럼프는 왜  

 
솔레이마니는 이란의 정예군을 이끌던 상징적 인물이다. 이란 내 반미 보수파를 상징하는 인물로 정치적 영향력도 상당했다. 그를 제거하는 작전은 2001년 9ㆍ11 사태 당시부터 미 국방부가 대통령에게 선택지 중 하나로 보고해온 옵션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현지시간) “솔레이마니 제거는 가장 극단적인 선택지였고, 군 당국조차 대통령이 실제로 이 옵션을 택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며 “다른 옵션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끼워 넣었던, 가능성이 적은 옵션이었을 뿐”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역시 지난달 28일까지만 해도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에 대해선 “안 된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흘 뒤인 31일, 친이란 성향의 시위대가 이라크 바그다드의 미국대사관을 공격하면서 트럼프의 마음이 바뀌었다고 NYT는 보도했다. NYT는 복수의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바그다드 미국대사관 공격 상황을 전하는 보도를 본 트럼프가 불같이 화를 내며(fumed) 솔레이마니 제거를 지시했다”며 “이 결정에 국방부 당국자들도 깜짝 놀랐다(stunned)”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솔레마이니가 미국을 공격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제거 작전을 지시하기로 마음을 굳혔다는 보도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제거된 거셈 솔레이마니.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제거된 거셈 솔레이마니.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군 통수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내려진 뒤 미국은 신속히 움직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아끼는 개인 별장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말연시 휴가를 보내며 관련 보고를 계속 받았다. 미 군 당국은 비밀 첩보 및 도청, 정찰기 등을 동원해 솔레이마니의 동선을 파악한 뒤 드론으로 그가 탑승한 자동차를 3일(현지시간) 폭격했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등과 함께 마러라고에서 식사 중이었다고 한다. 메뉴로는 고기를 다져 파운드케이크 형태로 구운 요리인 미트로프와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솔레이마니 제거 성공 보고를 받은 뒤 트럼프가 “조용하고 차분하고 침착했다”고 보도했다. 트위터도 평소처럼 140자를 꽉 채우지 않고 성조기 사진 하나만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 성공 직후 트위터에 올린 성조기 이미지.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이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 성공 직후 트위터에 올린 성조기 이미지.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이 단순히 ‘욱’해서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을 명했다고 보긴 어렵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탄핵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반전 카드로 이란 카드를 꺼냈을 가능성이 크다. 중동 전문가인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미국 내에선 진영을 떠나 오사마 빈 라덴 급으로 국민 감정이 안 좋았던 인물”이라며 “올해 재선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찬 트럼프에겐 국내 정치만을 고려할 땐 쓰고 싶은 카드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지정학 전문가인 피터 자이한은 4일 트위터에 “(솔레이마니 제거로) 이란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며 “이란이 만약 (복수를) 참는다면 미군은 이란에서 철수하게 될 것이고 이는 이란도 원하는 바일 것”이라고 적었다. 결과적으론 이번 트럼프의 결정이 그가 원하는 해외 미군 철수까지 고려한 ‘신의 한 수’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이 3일(현지시간) 미군의 폭격으로 이라크에서 숨진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유족을 이튿날 찾아가 조문하고 있다. [이란 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이 3일(현지시간) 미군의 폭격으로 이라크에서 숨진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유족을 이튿날 찾아가 조문하고 있다. [이란 대통령실 제공=연합뉴스]

 

②무슬림 시아파의 선택은  

 
이번 제거 작전 뒤에 트럼프의 계산법이 있었다고는 해도 그 효과는 철저히 국내용이고 대선이 치러지는 2020년 11월3일까지만 유효하다. 국제 외교전략으로 보면 “북한엔 설탕, 이란엔 식초를 준 트럼프의 외교 전략은 실패했다”(2일 워싱턴 포스트) “이란의 폭발적 분노를 불러온 결정”(NYT)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제 남은 건 이란의 선택이다. 이란은 딜레마에 처해있다. 영웅을 잃은 국민을 위무하려면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는데, 정면으로 미국에 항전할 경우 정권 자체가 위태롭다. 이란의 다음 수를 가늠하기 위해 힌트가 되는 건 무슬림 시아파라는 존재다. 이란 국민의 90%를 차지하는 시아파는 무슬림 전체로 보면 소수 종파다. 전 세계 무슬림의 10% 정도만이 시아파인데, 이들의 본거지가 이란과 이라크다. 공교롭게도 미국과 모두 악연인 국가다.  
 
3일(현지시간)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추모하는 집회가 이란에서 진행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추모하는 집회가 이란에서 진행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란의 다음 행동 계획도 시아파와의 연대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인남식 교수는 “이란이 이라크ㆍ레바논 등 다른 시아파 국가를 통해 대리전(proxy war)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며 “전면에 직접 나서진 않는 방법으로 면피는 하되 시아파를 활용해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란이 솔레이마니의 장례식 장소로 택한 곳은 국내가 아닌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였다. ‘시아파’라는 교집합으로 생긴 유대 때문이다. 장례식은 바그다드 시내 시아파 성지인 카드히미야 지역에서 치러졌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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