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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해도 또 '금융 낙하산'···文정부 들어 더 강해진 관피아

금융권의 '낙하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관료 출신 금융기관장과 협회장이 늘어나는 추세다.[중앙포토]

금융권의 '낙하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관료 출신 금융기관장과 협회장이 늘어나는 추세다.[중앙포토]

 
주춤하긴 했어도 멈추진 않았다. 기업은행장 임명과 관련해 노조의 ‘낙하산 반대’에 부닥쳤던 청와대 이야기다. 인물을 교체하긴 했지만 결국 관료 출신인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새 기업은행장으로 임명했다.  
 
금융권 ‘관피아(관료+마피아의 합성어)’의 기세가 문재인 정부 들어 한층 강해졌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민간 출신이 차지했던 자리 중 상당수가 다시 관료 출신의 몫으로 돌아갔다. 3대 국책은행장(산업은행장, 수출입은행장, 기업은행장)과 주요 금융 협회장(손해보험협회장, 여신금융협회장) 그리고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대표적인 사례다(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인 2017년 3월 임명된 최종구 전 수출입은행장을 제외하고 따졌을 경우).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관피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자 민간 출신이 한동안 부상했지만, 정권이 바뀌자 관료 출신들이 과거에 누리던 몫을 되찾아가는 추세다.  
 
꾸준히 경제관료 출신이 차지해왔던 금융기관장 자리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구 경제기획원 출신 관료들이 최근 급부상 중이다. 구 재무부(영문 약자 MOF) 출신의 ‘모피아’가 차지했던 자리 중 일부를 구 경제기획원(영문 약자 EPB) 출신이 차지하는 양상이다.  
 
이 정부 ‘금융권 낙하산’의 특징을 뽑아봤다.  
 

①올드보이(OB)의 귀환

문재인 정부의 ‘금융 낙하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문재인 정부의 ‘금융 낙하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00년대 중반 참여정부 시절 금융 관련 고위직을 거친 올드보이(OB)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금융권으로 돌아왔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과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금감위원장과 국무조정실장이란 중책을 맡았던 인물이다. 현 정부의 웬만한 장관·부총리보다 10년 가까이 행정고시 선배인 이들이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조정실에서 근무했다. 이후 거래소 이사장에 올랐으나 MB정부와 갈등을 빚어 중도 퇴진한 경력이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고시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관피아’라 칭하면 억울할 수 있다. 다만 참여정부 시절 금감위 부위원장을 지냈기 때문에 관료 OB로 분류했다.
 

②경제기획원(EPB) 출신의 약진

문재인 정부의 ‘금융 낙하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문재인 정부의 ‘금융 낙하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요즘 모피아가 뭘 하나. EPB 출신이 다 하지.”
이른바 모피아라 칭하는 구 재무부(영문 약자 MOF) 출신들은 이렇게 한탄한다. 이 정부의 1대, 2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 EPB 출신 ‘예산통’이어서만은 아니다. 최근 발표된 기관장 인사에서 EPB 출신의 약진이 유독 눈에 띈다.  
 
지난해 10월 임명된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을 시작으로 지난해 12월엔 문성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이승철 한국자금중개 사장까지 예산 관료 출신들이 연이어 기관장으로 취임했다. 이에 앞서 2018년 9월 취임한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도 여기 해당한다. 과거 재무부는 세제와 금융 정책을 담당했고, 경제기획원은 예산과 경제개발계획을 맡았다. 둘다 경제 관료이긴 하지만 색깔은 다르다.  
 

③정통 모피아의 저력 

문재인 정부의 ‘금융 낙하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문재인 정부의 ‘금융 낙하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기업은행장 임명 과정에서 EPB 출신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밀리고 모피아 출신 윤종원 전 수석이 임명된 데서 보듯이 금융권에선 여전히 모피아가 저력이 있다. 낙하산이긴 하지만 금융을 아는 ‘전문성 있는 낙하산’이라는 게 자체 해석이다.  
 
민간 출신과의 경합 끝에 지난해 1월 선임된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은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장을 거친 관료 출신이다. 최근 각종 금융 기관장 인사철마다 주요 후보군으로 이름이 거론되는 최희남 한국투자공사 사장도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 출신이다.
 

④정권 초월 관피아

문재인 정부의 ‘금융 낙하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문재인 정부의 ‘금융 낙하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금융 관피아, 그 중에서도 모피아의 생명력은 정권을 초월한다. 세력이 크고 단단하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영전 거듭한 관료 출신들이 눈에 띈다. 그만큼 실력자이거나 관운이 좋은 셈이다.
 
정지원 전 증권금융사장은 정권이 바뀐 뒤엔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애초엔 1순위가 아니었지만 역시 모피아 출신인 유력 후보가 돌연 사퇴하며 이사장으로 최종 낙점됐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은 이전 정부에서는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지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와 고교 동기동창으로 주목 받았지만, 정작 그 때문에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다는 설도 있다.
 
은성수 전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수출입은행장을 거쳐서 현재 금융위원장을 맡고 있다. 
 
관료 출신 기관장·협회장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경험과 전문성 부족한 낙하산이자 관치 금융”이란 비판도 있지만 “정치권 낙하산인 ‘정피아’과 비교해 실력 면에서 훨씬 낫다”는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 3일 공모를 마감한 예탁결제원 차기 사장을 비롯해 앞으로 나올 자리에서도 관료 출신의 선전이 예상된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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