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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돌아온 어부의 아들···7억 배 월 30만원에 구한 사연

"내 배 한 척 없이 6년을 보냈는데 비록 임대지만 인제야 배를 몰게 됐네요." 전남 신안군에서 지난해 12월 9.77t급 어선을 임차한 김순용(48)씨 말이다. 

신안군 지난해 배 2척 사들여 청년 어부에 임대
어선 값이 비싸 청년 어부들 구매 엄두 못내
군, 올해 '청년 어선 임대' 예산에 20억원 배정

전남 신안군으로부터 9.77t급 어선을 임대받은 청년 어부 김순용씨와 문순일씨가 지난해 12월 20일 작업 중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신안군으로부터 9.77t급 어선을 임대받은 청년 어부 김순용씨와 문순일씨가 지난해 12월 20일 작업 중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씨는 17년 전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서 목포시로 떠났다. 비금도에서 태어나 3대째 살아온 어부의 아들이었지만, 아버지 병 치료 때문에 육지 생활을 했다. 그는 10년을 목포에서 살다 2013년 어부가 되겠다며 다시 비금도로 돌아왔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김씨는 목포에서 하던 사업 접고 집까지 팔아 3억원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돈으로는 어선을 장만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섬에서는 7~8년 된 9t급 어선값이 7억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업권도 없었다. 정부와 지자체는 남획, 어족자원 확보 등을 이유로 새로 어업권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조업하려면 이미 허가 난 어업권을 다른 사람에게 사야 한다. 
중고 배값이 이렇게 비싼 것은 어업권 가격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다. 7억원 가운데 배가 4억 2000만원, 허가권 이 2억8000만원이다. 
전남 신안군으로부터 9.77t급 어선을 임대받은 청년 어부 김순용씨와 문순일씨가 지난해 12월 20일 작업 중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신안군으로부터 9.77t급 어선을 임대받은 청년 어부 김순용씨와 문순일씨가 지난해 12월 20일 작업 중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씨는 비금도에서 2년 6개월 동안 다른 사람 어선에서 선원으로 일했다. 이어 최근 3년은 막노동과 시금치 농사 등을 하며 생계를 이었다. 
이러던 김씨에게 지난해 희소식이 들렸다. 신안군이 역점시책으로 청년에게 어선을 빌려주는 '청년이 돌아오는 신안'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동네 후배 2명과 어선 임대 신청서를 냈다. 이들 모두 40대지만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고령화가 심한 신안에서는 '청년' 취급을 받는다.
 
신안군은 지난해 11월 10t급 '천사 1호'와 24t급 '천사 2호'를 각각 7억원과 10억원에 샀다. 신안군은 천사 1호는 비금도에서 조업하는 김순용씨에게, 천사 2호는 흑산도 먼바다까지 나가는 다른 어부에게 임대했다. 배를 빌리겠다는 사람이 144명이나 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김씨 등은 배 임차료 형식으로 매월 30~50만원을 낸다. 어선 구매비의 원금과 이자(이자율 0.5%)가 포함된 돈이다. 어선 구매 비용을 모두 내면 소유권은 임차인에게 넘어온다. 이들은 또 신안으로 이주한 청년 어부를 고용해 노하우를 전수해야 한다.
 
전남 신안군으로부터 9.77t급 어선을 임대받은 청년 어부 김순용씨와 문순일씨가 지난해 12월 20일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신안군으로부터 9.77t급 어선을 임대받은 청년 어부 김순용씨와 문순일씨가 지난해 12월 20일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김씨는 "신안 앞바다에는 목포·여수·군산·통영 등 다른 지역에서 온 어선뿐"라며 "목포 먹갈치 중 50%는 신안 앞바다에서 잡히고 영광 굴비도 대부분 신안이나 진도 앞바다에서 잡히는 데 어선이 없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새우를 주로 잡는 다른 비금도 어선들과 달리 봄철에는 광어와 병어·갑오징어를, 여름에는 민어를 잡는다. 9~10월은 갈치와 조기잡이에 나설 계획이다.
 
신안군은 올해에도 배를 사서 청년 어부에게 빌려주기 위해 20억원을 확보했다. 신안군 관계자는 "어선 임대 문의가 상당히 많다"며 "앞으로 천사 100호까지 추진해 볼 계획"이라고 했다.
 
김씨는 "신안 청년 어부가 신안 인근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 돈을 벌어 어선을 사면 신안군은 다시 배를 사서 임대할 수 있다"며 "이런 긍정적인 흐름이 계속 이어지면 바다로 돌아오는 청년 어부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안=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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