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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돈은 피보다 진하다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우리가 이제부터 걷는 걸음은 흰 눈 위에 남겨진 첫 발자국처럼 대한항공의 새 역사에 새겨질 의미 있는 발자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그 길을 걷는다면 기쁨과 즐거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진 총수 일가의 경영권 다툼
왕관 무게 견딜 자질 검증부터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총수 일가의 갈등이 일파만파 번진 가운데 신년 첫 메시지로 ‘화합’을 강조했다. 자신의 인사에 반기를 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두둔한 것으로 알려진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지난 크리스마스 때 말다툼을 크게 벌인 닷새 후 사과문을 전격 발표한 데 이어 내놓은 또 다른 수습책이다. ‘남매의 난’에서 ‘모자의 난’으로까지 번진 총수 일가의 갈등 탓에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서둘러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이 어머니(이명희)·누나(조현아)·동생(조현민 한진칼 전무)을 향해 화합의 모양새를 보였지만 이들 사이에 화해가 이뤄지긴 쉽지 않을 듯하다. 흔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무수히 반복된 재계의 경영권 다툼을 보면 역시 ‘돈은 피보다 더 진하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당장 한진가에서 유산 상속을 둘러싸고 2세 형제들이 갈등을 빚다 갈라섰다. 이른바 ‘홀홀(1남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3남 고(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 짝짝(2남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 4남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으로 나뉘어 각자의 길을 걸으며 끝내 화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육·해·공 종합물류기업으로 재계 8위까지 올랐던 한진그룹은 형제끼리 다투며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세계 4위까지 올랐던 한진해운은 2017년 파산했다.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 경영권을 잃었다. 한진가뿐만 아니다. 현대·두산·금호가 등에서도 ‘형제의 난’이 일어나 형제들이 등을 돌리거나 그룹이 쪼개졌다. 이들 중 현대차그룹을 빼고는 현재 사세가 예전 같지 않다.
 
한진가 가족 간의 힘겨루기도 일단락됐다기보다 잠시 잠복해 있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출석 주주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 그룹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 현재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구도는 말 그대로 안갯속이다. 조 회장은 자신의 지분 6.52%와 정석인하학원·정석물류학술재단·일우재단 등의 지분 3.38%를 행사할 수 있다. 경영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미국 델타항공(지분율 10%)도 조 회장 편을 들 가능성이 크다. 조 전 부사장(6.49%), 조 전무(6.47%), 이 고문(5.31%)이 가진 지분은 엇비슷하다. 단일 주주로는 지분율이 가장 높은 강성부 대표의 KCGI(17.29%), 지분율을 8~9% 수준으로 급격히 늘린 반도건설의 선택에 따라 한진그룹 경영권의 향방이 요동칠 수 있다.
 
이처럼 세간의 눈은 한진가의 경영권 향배에 쏠려 있다. 그러나 이보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들 일가가 그간 보인 뺑소니, 가사 도우미 불법 고용,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 막장 드라마 수준의 행태다. 이 코너 9월 7일자 ‘CJ그룹 유력 후계자의 황당한 일탈’에서 지적했던 ‘왕관의 무게’ 얘기를 또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CJ제일제당 부장)씨는 마약 밀반입 등의 개인사가 문제였다. 한진가 갈등은 기업 경영권 세습을 둘러싼 한국 재벌가의 문제점을 또 드러낸 사례다. 경영권 다툼의 후폭풍이 총수 일가를 넘어 한진그룹의 수많은 직원은 물론 나라 경제에도 미칠 수 있다. 주총 표 대결에 앞서 이들이 ‘왕관의 무게’를 견딜 자질과 의지가 있는지부터 짚어볼 때다.
 
남승률 경제산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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