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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새해 선물 줬다"…다른 듯 닮은 여야의 검찰 성토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2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 등 여야 의원 28명, 보좌진·당직자 8명 등 총 37명을 불기소 또는 약식 기소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25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 보좌진들이 국회 의안과 앞에서 경호권발동으로 진입한 국회 경위들을 저지하며 헌법수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뉴스]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2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 등 여야 의원 28명, 보좌진·당직자 8명 등 총 37명을 불기소 또는 약식 기소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25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 보좌진들이 국회 의안과 앞에서 경호권발동으로 진입한 국회 경위들을 저지하며 헌법수호를 외치는 모습. [연합뉴스]

 
새해 벽두에 전해진 검찰의 여야 국회의원 기소 소식에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 2일 검찰은 지난해 국회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불법 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자유한국당 24명(원외 황교안 대표 포함), 더불어민주당 5명의 국회의원을 재판(약식기소 포함)에 넘겼다.
 
당시 한국당의 원내 대응을 주도한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3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새해부터 고약한 선물을 받았다”며 검찰을 성토했다. 그는 “저희가 사사로운 폭력 다툼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도 이 사건에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며 “검찰이 느닷없이 불법이라고 먼저 결론을 내려 참으로 유감”이라고 말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의) 지극히 편파적인 기소”라며 “한국당 의원을 속히 처벌하라는 민주당의 압박에 검찰이 굴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비판에 나선 건 여당인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이날 당 검찰공정수사특위 설훈 위원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뒤 검찰의 수사 지휘 가능성이 있으니 (시점을) 맞춰서 기소한 것 아니냐”며 “(검찰이) 여야 간 기계적 짜 맞추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승희 한국당 의원에게 전치 6주의 상해를 가한 혐의로 기소된 김병욱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승희 의원의 옷깃조차 스친 사실이 없다. 상해라는 혐의는 전적으로 검찰의 상상에 의한 표현”이라고 반발했다.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서 나병훈 공보관이 국회 '패스트트랙' 관련 국회회의방해 등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검찰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수사한 결과 황교안 당대표·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 14명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을 2일 불구속 기소했다. 한국당 의원 10명과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약식기소했다. [뉴스1]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서 나병훈 공보관이 국회 '패스트트랙' 관련 국회회의방해 등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검찰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수사한 결과 황교안 당대표·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 14명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을 2일 불구속 기소했다. 한국당 의원 10명과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약식기소했다. [뉴스1]

 
검찰에 대한 정치권의 불신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다만 이번처럼 한가지 사안에 대해 여야가 동시에 검찰 성토에 나서는 건 이례적이다. 정치적 사건의 경우 사안의 유불리에 따라 여야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검찰이 여야 모두에 칼을 댄 2004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 결과 발표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반발했지만, 청와대는 “공정한 수사”라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정치의 영역을 사법의 문제로 가져간 여야의 자업자득이란 비판이 나온다. 보수 정당의 원내대표를 지낸 한 전직 의원은 “여야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쟁점 사안들을 모두 검찰과 법원에 판단을 떠넘기고 있다”며 “자신들이 심판해 달라고 맡겨놓고 결과에 대해 성토하는 건 여야를 불문하고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 현직 검사장은 “정치권의 고소·고발장은 당장 수사에 착수하지 않아도 검찰 캐비넷에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검찰개혁을 외치는 이들이 오히려 검찰의 힘을 키워주고 있는 셈”이라고 촌평했다. 법무법인 동인의 김종민 변호사는 “정치로 풀어야 할 사안을 일반 폭력사건과 동일하게 다루면 정치가 왜곡되고 정치가 법원과 검찰에 발목을 잡히는 나쁜 선례가 된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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