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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영화 못지않은 눈·귀호강…파바로티·고흐 영화로 만난다

노래하는 ‘겨울왕국’ 공주들과 ‘백두산’ 화산 폭발만이 볼거리는 아니다. 이번 연말연시 극장가는 유명 공연장‧미술관 부럽지 않다. 새해맞이 영감을 북돋워 줄 예술가들의 귀호강‧눈호강 아트버스터 신작 4편을 소개한다.  
* 감독 | 출연 | 장르 | 등급 | 개봉일

파바로티·고흐…뮤지컬 '캣츠' 등
극장서 보는 새해맞이 아트버스터

 
다큐멘터리 '파바로티'에서 1990년 로마 월드컵 전야제 때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동료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라레스와 전례 없는 3인조 '네순 도르마'를 선보인 장면. 세 테너가 유쾌하게 겨루고 합창한 당시 실황이 이번 다큐에도 생생하게 담겼다. [사진 오드]

다큐멘터리 '파바로티'에서 1990년 로마 월드컵 전야제 때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동료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라레스와 전례 없는 3인조 '네순 도르마'를 선보인 장면. 세 테너가 유쾌하게 겨루고 합창한 당시 실황이 이번 다큐에도 생생하게 담겼다. [사진 오드]

천상 꿀보컬의 귀환 ‘파바로티’
론 하워드 | 루치아노 파바로티 | 다큐멘터리 | 12세 | 1월 1일
어떤 이야기: 사상 최초, 클래식으로 음악차트를 ‘올킬’한 오페라계 록스타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다큐다. 이탈리아 작은 마을의 20대 초등학교 교사가 세계적 테너로 급부상해 2007년 72세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과정이 한 편의 오페라 같다. 수정처럼 맑고, 꿀처럼 달콤했던 천상의 목소리에 파바로티의 타고난 낙천성, 사람들을 웃게 했던 아이 같은 명랑함이 온화한 햇살처럼 뒤따른다. ‘네순 도르마’ ‘오 솔레 미오’ 등 22곡의 대표곡에 힐링하고 그 밝은 에너지에 두 번 힘을 얻는다. 그가 자신을 잊지 않은 이들에게 천상에서 선사한 완벽한 앵콜공연같다(파바로티는 역대 최다 앵콜 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1시간 7분간 무려 165번의 커튼콜을 했다). 영화 ‘아폴로 13’ ‘뷰티풀 마인드’를 만든 론 하워드 감독이 연출했다.  
파바로티가 영국 다이애나비와 생전 공연장에서 만난 모습. 빗속에서 감동적으로 진행된 이날 공연 뒤 두 사람은 친구가 됐다. [사진 오드]

파바로티가 영국 다이애나비와 생전 공연장에서 만난 모습. 빗속에서 감동적으로 진행된 이날 공연 뒤 두 사람은 친구가 됐다. [사진 오드]

이런 분께 추천: 생전 사랑받은 공연 실황만큼 미공개 영상에 담긴 파바로티의 숨은 모습이 궁금한 분. 이번 다큐에서 가장 놀라운 건 파바로티가 1995년 아마존 정글 투어 중 발견한 유서 깊은 오페라 하우스 ‘아마조나스 극장’에서 ‘귀여운 입술’을 부르는 장면. 존경하는 테너 엔리코 카루소가 100년 전 올랐던 그 무대에서 트레이닝복 바지 차림으로 온전히 음악 그 자체에 심취한 그 모습의 울림이 크다. 당시 동행했던 플루트 연주자 안드레아 그리미넬리가 촬영한 이 영상이 대중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건 아쉬워요: 파바로티의 밝은 면에 집중하고, 슬럼프, 불륜 스캔들 등 어두운 사건들은 온정적인 관점에서 짧게만 비췄다. 삶을 균형 있게 담았다기보단 파바로티 팬을 위한 추모용 다큐로 느껴진다.
알고 보면 이득: 돌비 애트모스 입체음향 기술과, 스튜디오에 마이크 12개를 빙 둘러 세워놓고 파바로티의 보컬 트랙과 오케스트라 트랙을 재녹음한 ‘오케스트라 리앰핑’ 기술로 음질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메가박스 MX관, 롯데시네마 수퍼플렉스G관, 명필름아트센터 등 돌비 애트모스 전용관을 찾으면 파바로티의 명품 사운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좋았다면 이 영화도: 론 하워드 감독이 에미상 후보까지 올랐던 음악 다큐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 - 투어링 이어즈’(2016). 1963년부터 비틀즈를 철학과 인생을 바꾼 4년간을 생생한 현장감과 함께 재조명했다.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에서 열연을 펼친 주연 윌렘 대포. '아쿠아맨' '스파이더맨' 같은 히어로물에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예술영화를 넘나든 중견 배우다. [사진 찬란]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에서 열연을 펼친 주연 윌렘 대포. '아쿠아맨' '스파이더맨' 같은 히어로물에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예술영화를 넘나든 중견 배우다. [사진 찬란]

고흐의 눈으로 본 세상 ‘고흐, 영원의 문에서’  
줄리언 슈나벨 | 윌렘 대포, 오스카 아이삭, 매즈 미켈슨 | 드라마 | 12세 | 2019년 12월 26일
어떤 이야기: 생전 단 한 폭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던 비운의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친구 폴 고갱과 헤어진 그가 가난과 고독 속에 남프랑스의 아름다움에 취했던 죽기 전 마지막 나날을 그렸다. 신경증을 앓았던 그의 혼란스러운 시선, 열병을 앓는 듯 고통스러운 감각이 스크린에 살아 숨 쉰다.  
이런 분께 추천: 익히 알려진 삶의 나열 말고 고흐가 보고, 숨 쉰 남프랑스의 자연, 일상의 순간들을 함께 느끼고 싶은 분.  
이건 아쉬워요: 다소 지나치게 감상에 빠진 듯한 장면들은 오히려 관객이 인물로부터 한 발짝 뒷걸음질 치게 한다.  
알고 보면 이득: 고흐는 37세에 요절했는데, 이 영화 촬영 당시 주연 배우 윌렘 대포의 나이는 62세. 똑 닮은 외모, 섬세한 열연으로 나이 차(?)를 극복, 2018년 이 영화로 베니스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좋았다면 이 영화도: 전 세계 화가 107명이 고흐의 화풍으로 그린 6만여점 유화에 그의 삶을 담아낸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2017).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에서 팀 로스가 연기한 피아니스트 나인틴 헌드레드. 배에서 평생 살아온 그는 음악을 창문삼아 숨죽인 채 세상을 본다. [사진 라이크콘텐츠]

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에서 팀 로스가 연기한 피아니스트 나인틴 헌드레드. 배에서 평생 살아온 그는 음악을 창문삼아 숨죽인 채 세상을 본다. [사진 라이크콘텐츠]

황홀한 선상 변주곡 ‘피아니스트의 전설’
쥬세페토르나토레 | 팀 로스, 프루이트 테일러 빈스 | 드라마‧판타지 | 15세 | 1월 1일
어떤 이야기: 1900년, 유럽과 미국을 오가는 여객선에서 버려진 갓난아기 ‘나인틴헌드레드’. 평생 바다 위에서 살며 천재 피아니스트로 자란 그에게 첫사랑과 또 다른 이별이 찾아온다. 영화 ‘시네마 천국’(1988)의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음악감독 엔니오 모리꼬네가 다시 뭉친 1998년작.
이런 분께 추천: 121분 내내 황홀한 음악으로 귀 호강을 누리고픈 음악 애호가. 나인틴헌드레드가 거친 풍랑에 요동치는 피아노에 몸을 맡긴 채 텅 빈 연회장에서 왈츠 추듯 연주하는 장면, 첫눈에 반한 감정을 즉석 자작곡으로 표현하는 장면은 가슴 녹도록 아름답다.
이건 아쉬워요: 요즘 영화의 쨍한 화질에 익숙하다면, 21년 전에 나온 이 영화의 화면이 조금 흐릿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오히려 어떤 관객에겐 향수를 자극할 수도.  
알고 보면 이득: 한 번도 피아노를 배운 적 없었던 주연 배우 팀 로스는 이 영화를 위해 연주자들을 관찰하고 혹독히 연습, 6개월 만에 유려한 연주 장면을 완성해냈다.  
좋았다면 이 영화도: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의 실화 영화 ‘샤인’(1996). 10년간 세상에서 방치된 채 살아온 허름한 사내가 가슴 터질 듯한 선율을 빚어낸다.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톰 후퍼 감독의 영화 '캣츠'. 주연을 맡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모습이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톰 후퍼 감독의 영화 '캣츠'. 주연을 맡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모습이다. [사진 유니버설 픽쳐스]

신기하거나 엽기이거나, 상상 그 이상 ‘캣츠’  
톰 후퍼 | 제니퍼 허드슨, 테일러 스위프트 | 뮤지컬 | 12세 이상 | 2019년 12월 24일
어떤 이야기: 인간에게 버려진 순백의 고양이 빅토리아가 런던 뒷골목의 방랑묘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영국 시인 T. S. 엘리어트의 시를 토대로 한 동명 스테디셀러 뮤지컬이 원작.  
이런 분께 추천: 눈 감고도 ‘메모리’를 비롯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 음악에 빠질 준비가 된 분. 궁금하면 ‘괴식’도 찾아드시는 컬트 취향 영화 마니아. ‘라이온 킹’을 비롯해 ‘알라딘’ 등 디즈니 실사영화에서 CG 기술 진보를 즐기시는 분.
이건 아쉬워요: 현란한 춤과 애틋한 사연을 압도하는 반인반묘의 하이퍼 리얼리즘. 바퀴벌레 냠냠까지 굳이 표현할 필요가 있었을까.
알고 보면 이득: 생생한 털오라기는 배우들이 모션 캡처 수트를 입은 상태에서 따낸 동작에다 시각특수효과(VFX)로 입힌 ‘디지털 털’.  
좋았다면 이 영화도: 톰 후퍼 감독의 걸작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2012). 거창한 CGI로 포장하지 않아도 뜨거운 인간애와 드라마가 여전히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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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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