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이클 여자 장거리의 간판 나아름은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뒤 다시 한번 유럽 무대에 도전 할 생각이다. 진천선수촌 벨로드롬 앞에서 자전거를 번쩍 들어 올린 나아름. 프리랜서 김성태
여자 사이클 장거리 간판 선수
2018 AG 한국 하나뿐인 4관왕
올림픽 티켓도 유일하게 확보
작년 한국 최초 유럽 프로팀 진출
나아름은 지난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이탈리아 사이클 여자프로팀 알레-치폴리니에 입단했다. 세계 정상급 팀이다. 나아름은 “전부터 유럽에서 뛰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런데 (알레-치폴리니) 팀 관계자가 ‘계약한 팀 있냐’며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연락해왔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고 소개했다. 한국 선수가 유럽 팀과 계약한 건 처음이다. 2000년대 초반 한국 축구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 뛰어든 것과 비견될 만하다.
![지난해 이탈리아 여자 프로 사이클팀 '알레-치폴리니'에 입단했던 나아름.[사진 기흥인터내셔널]](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1/02/287257eb-a4a2-4bec-a33d-6b6fa774d870.jpg)
지난해 이탈리아 여자 프로 사이클팀 '알레-치폴리니'에 입단했던 나아름.[사진 기흥인터내셔널]
막상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소속팀 상주시청, 이탈리아 알레-치폴리니 팀, 국가대표팀까지 세 가지 일정을 동시에 소화해야 했다. 두 차례 유럽에 건너가 10여개 대회에 출전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출전하는 국내 일정에 비해 엄청난 강행군이다. 그 와중에도 유럽 데뷔전에서 13위에 오르고, 전국체전에선 3관왕을 차지했다. 지난해 월드컵 3차 대회에선 이주미(32), 강현경(25), 장수지(23)와 함께 사상 처음으로 단체추발 메달(3위)을 땄다. 나아름은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유럽에서 지내면서 '유럽 선수들과 내가 다를 게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나아름은 올해 국내에서만 뛰기로 했다. 마지막 출전일지 모르는 올림픽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다. 이번 올림픽은 출전권 확보가 어려웠다. 지역별 쿼터가 사라졌다. 대륙선수권 우승팀과 월드컵 랭킹 포인트 상위 팀만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한국이 확보한 올림픽 티켓은 나아름의 출전이 유력한 여자 도로 종목 뿐이다.

현재 한국 여자 팀 랭킹은 10위다. 다음 달 세계선수권에 걸린 포인트가 많아 역전을 노릴 수 있다. 김형일 감독은 “현재 8, 9위 팀(폴란드, 프랑스)과 차이가 크지 않아 역전을 노린다”고 말했다. 만약 단체추발까지 따내면 나아름은 네 종목까지 출전할 수 있다. 나아름은 “말은 하지 않아도 모두 이번이 기회라는 걸 알고 있다. 팀워크가 좋아 세계선수권에서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나아름은 ("2012년) 런던(도로 13위)에선 겁 없이 달렸고, (2016년) 리우(30위)에선 오르막을 잘 달리고도 내리막에서 추월당했다. 마음이 약해졌던 것 같다”며 “도쿄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 죽을 각오로 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탈리아 팀에서 '다시 올 수 있다오면 오라'고 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 본격적인 유럽 무대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국내에도 기량은 뛰어나지만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모르는 선수들이 있다. 앞장서서 후배들의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진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