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그 집엔 특별한 VIP들 있다···김정숙 여사도 반한 파스타집

특별한 손님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는 식당이 있다. 다른 손님들처럼 줄 서서 입장하지도 않고 심지어 ‘VIP 카드’까지 발급해준다. 이 식당의 VIP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 ‘눈치 보지 않고 들어오기, 금액 상관없이 먹고 싶은 거 말하기, 다 먹고 나갈 때 미소 한 번 보여주기…’ 등. 매일 와도 괜찮고 쭈뼛거림 없이 웃으며 들어온다면 언제나 환영받는 곳이다. 
 
특별한 이벤트는 SNS에서 큰 화제가 되었다. 손님들은 “먹어서 혼내주자”며 줄을 섰고, VIP들에게 돈을 받지 않겠다는 가게들이 각 지역으로 퍼져가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파스타집을 운영하는 오인태 대표는 결식아동들을 VIP라 칭하며 밥값을 받지 않고 있다. 오 대표가 시작한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는 전국 각지에서 동참을 시작해 현재 식당, 교육, 이사, 상조업체, 주거환경 개선 등 449개 점포가 결식아동 후원을 하고 있다. 오 대표는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일하며 설거지 부터 시작해 요리가사 되었다. 그가 도구, 식재료와 함께 누웠다. 장진영 기자

서울 마포구에서 파스타집을 운영하는 오인태 대표는 결식아동들을 VIP라 칭하며 밥값을 받지 않고 있다. 오 대표가 시작한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는 전국 각지에서 동참을 시작해 현재 식당, 교육, 이사, 상조업체, 주거환경 개선 등 449개 점포가 결식아동 후원을 하고 있다. 오 대표는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일하며 설거지 부터 시작해 요리가사 되었다. 그가 도구, 식재료와 함께 누웠다. 장진영 기자

서울 마포구에서 ‘진짜파스타’를 운영하는 오인태(35) 대표는 결식아동들에게 무상으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아동 급식을 지원하는 꿈나무 카드의 절차가 복잡해 공짜로 주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꿈나무 카드를 받으려면 별도의 단말기를 설치해야 하고 서류, 정산 절차도 불편하더라고요” (서울시의 경우 지난 8월 범용 단말기 결재로 시스템을 개편했다. 또한 일반 체크카드 형태로 발급된다)  
 
오 대표의 배고팠던 경험도 크게 작용했다. 청소년기 갑작스레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한동안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그 냄새만 맡아도 속이 좋지 않아요. 저 어렸을 때랑 같은 모습을 보기 싫었습니다”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오 대표가 SNS에 올린 글. [오인태 SNS 캡처]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오 대표가 SNS에 올린 글. [오인태 SNS 캡처]

 
오 대표는 이것을 ‘착한 분노’라 칭했다.  
“요즘도 밥 굶는 애들이 있어?”라는 말을 들었다. “화가 나서 시작했습니다. 이 세상을 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미루지 않고 싶었습니다” 지난 2월 준비를 시작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처음 파스타를 먹으러 온 아이들은 “진짜 먹어도 되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자꾸 눈치를 봤다. “애들한테 들어보니 바쁜 시간엔 오지 말라는 식당들도 있다더군요. 어른들이 그렇게 만든 거예요. 꿈나무 카드 그 자체가 ‘낙인 효과’란 말입니다" 이곳에선 쭈뼛거리다간 혼쭐이 난다. 그래도 눈치 보는 아이들을 위해 VIP 전용 카드를 만들어줬다. 일반 손님에게 제공되는 쿠폰과 같은 모양이다. 
 
밥값은 미소 한 번이면 충분하다. 오 대표는 지금까지 이용한 아이들의 수를 세어보진 않았다고 했다. “손해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자기들 때문에 손해 본다고 생각할까 봐요. 상처 주고 싶지 않습니다” 오 대표의 착한 분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소방관들에게도 음식을 무료로 내어준다. 헌혈증과 파스타를 바꿔주고, 위안부 기림일에는 팔찌를 팔아 기부도 했다.  
 
오 대표는 결식아동 후원 외에 헌혈증 기부, 위안부 기림의날 성금 전달 등의 활동을 하기도 했다. 장진영 기자

오 대표는 결식아동 후원 외에 헌혈증 기부, 위안부 기림의날 성금 전달 등의 활동을 하기도 했다. 장진영 기자

아이들은 멀리서도 찾아왔다. “두 시간 반 걸려서 온 아이가 있었어요. 파스타 하나 먹으려고요. 너무 늦게 시작해서 미안했습니다.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뜻을 함께할 사람들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전국의 착한 가게들은 한 달 만에 150여개로 늘어났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학원, 이사업체, 미용실, 잡화 등 다양한 업종이 모여있다. 현재 449개의 가게가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다. 공식적인 집계에 들지 않고 조용히 뜻을 함께하고 있는 곳도 100여곳에 달한다.  
 
가맹점에는 선한 영향력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이곳에서 VIP 손님들은 꿈나무 카드(결식아동 급식 지원 카드) 제한금액 대신 점주가 제공하는 음식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사진 오인태]

가맹점에는 선한 영향력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 이곳에서 VIP 손님들은 꿈나무 카드(결식아동 급식 지원 카드) 제한금액 대신 점주가 제공하는 음식과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사진 오인태]

진짜 파스타의 메뉴. 장진영 기자

진짜 파스타의 메뉴. 장진영 기자

이번엔 손님들이 나섰다. “사장님을 혼내주자”며 몰려들기 시작했다. 손님이 넘쳐나서 계산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해주자는 뜻이다. “정해진 금액 이상을 내고 가는 손님들도 있어 500원짜리만 넣을 수 있는 모금함을 만들었어요. 그런데도 지폐를 꼭꼭 접어 넣거나 장미, 비행기 모양으로 접어 카운터로 던지고 가시는 분들도 있어요” 후원품도 이어졌다. 최근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패딩점퍼 100벌을 기부했다. “우리 아이 것 사면서 하나 더 샀어요”라며 보내준 학용품, 과일, 음료수, 신발 등… “주부님들이 보내주시는 게 가장 많고요, 자영업자분들의 도움이 많습니다. 큰 기업에서는 아직 소식이 없네요” 
 
오 대표가 후원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오인태]

오 대표가 후원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오인태]

받은 물품은 개인이 처리하기 힘들어 후원단체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달된다. 현재 금액 후원은 받지 않고 있다. 오 대표는 투명하게 운영할 준비가 되면 그때 본격적으로 후원을 받겠다고 말했다. 현재 비영리 사단법인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단단한 겉모습을 갖춰야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모든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올바른 길을 지속할 수 있게요”  
 
뜻하지 않은 오해를 받기도 했다. “돈이 많아서 그러는 거 아니냐”, “정치적인 행보 아니냐"… “정치 같은 거엔 관심도 없습니다. 하루 매출이 5만원 이하 인 날도 많았죠. 오랫동안 반지하 방을 전전하며 살았습니다. 지금 신혼집도 반지하고요” 격려의 말들이 더 많았다. "같이해야 하는데 당신에게만 짐을 지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VIP 손님이 남기고 간 편지. 이곳을 찾는 아이들은 처음엔 "진짜 먹어도 되요?"라며 눈치 보다가 차츰 밝은 얼굴로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장진영 기자

VIP 손님이 남기고 간 편지. 이곳을 찾는 아이들은 처음엔 "진짜 먹어도 되요?"라며 눈치 보다가 차츰 밝은 얼굴로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장진영 기자

 
김정숙 여사로부터 받은 편지. [사진 오인태]

김정숙 여사로부터 받은 편지. [사진 오인태]

그는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로 인한 가장 큰 보물 1호는 아이들의 감사 편지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밥을 먹다가 또는 손편지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삼촌이라 부르며 편하게 말해주는 것도 고맙고 삐뚤빼뚤한 글씨로 주는 편지도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편지는 금고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7월에는 특별한 편지도 한 통 받았다. 김정숙 여사가 편지를 보낸 것이다. “얼떨떨했습니다. 진짜 청와대에서 보낸 것이 맞는지 확인 전화까지 했다니까요”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때문에 많이 속상했을 때였다. “제대로 된 길을 걷고 있구나. 사람답게 살고 있구나라고 진심 어린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 일은 언론에도 많이 알려져 지역의 많은 가게가 동참하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오 대표가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 참여 가맹점에 지급되는 스티커를 들고 웃고 있다. 프로젝트 참가는 후원 내용 등을 작성해 오 대표 SNS로 신청하면 된다. 참여 매장은 매주 1번씩 취합해 발표한다. 장진영 기자

오 대표가 선한 영향력 프로젝트 참여 가맹점에 지급되는 스티커를 들고 웃고 있다. 프로젝트 참가는 후원 내용 등을 작성해 오 대표 SNS로 신청하면 된다. 참여 매장은 매주 1번씩 취합해 발표한다. 장진영 기자

 
오 대표는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가장 고맙다고 했다. 공정한 프랜차이즈를 위해 모인 이들은 "욕심내지 않고 서로 돕고 나누면서 돈도 벌고 싶다"며 뜻을 함께하고 있다. [사진 오인태]

오 대표는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가장 고맙다고 했다. 공정한 프랜차이즈를 위해 모인 이들은 "욕심내지 않고 서로 돕고 나누면서 돈도 벌고 싶다"며 뜻을 함께하고 있다. [사진 오인태]

오 대표는 함께 일하는 친구들에게 재차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제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힘들 텐데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도와줍니다. 이 친구들 없었으면 시작조차 못 했을 거예요” 그리고 얼마 전 결혼한 아내도 고맙다고 했다. “한 번도 제가 하는 일 하지 말라고 한 적이 없어요. 신혼인데 미안하고, 고맙죠” 마지막으로 VIP 아이들도 잊지 않았다. “아이들이 찾아온다는 것 자체가 큰 용기입니다. 선한 영향력은 이 친구들이 찾아와야 성립하는 거니까요”
 
사진·글·동영상 장진영 기자 artjang@joongang.co.kr  
 
눕터뷰
'누워서 하는 인터뷰'의 줄임말로, 인물과 그가 소유한 장비 등을 함께 보여주는 새로운 형식의 인터뷰입니다.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다른 기자들의 연재 기사 보기